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70

  • 등록 2016.01.21 12: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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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人生)’이라는 책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모리스 메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는 인생을 한권의 책에 비유했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모든 여정은 매일 한 페이지씩 글을 창작해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인생’(人生)이란 제목의 책을 한 페이지씩 써 간다. 그러므로 이는 우리가 글로 쓰는 일기(日記)와는 다르다. 글로 써가는 것이 아닌, 삶으로 써가는 책이다. 행동으로, 말로, 표정으로, 생각들의 총체로 채워가는 책이다.


자서전(自敍傳)과도 다르다. 자신이 쓰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은 업적들로만 채워지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내게 인생을 선물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관점으로 오늘 내 삶을 바라보신 각도로 친히 써주시는 책이다. 그렇다면 지난 한 주간 내 책에 쓰여진 일곱 페이지는 과연 어떠했을까? 태어날 때부터 오늘까지 살아온 세월이 벌써 만 50, 18095페이지나 넘겨온 나의 책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기록되어 있을까? 너무 궁금하다.


생각해보니 혹, ()에 있어서는 자랑할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24시간을 정말 빼곡히 채워왔고, 새벽부터 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으니까. 사람들도 엄청 만나고, 엄청난 일도 해내고, 엄청난 거리도 오갔으니까. 정말 양()에 있어서만큼은 부끄러움이 없다. 그렇게만 보면 칭찬받을 것 같다. 결코 하는 일도 없이 세월만 빈둥빈둥 보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자서전도 아닌, 일기도 아닌 우리 인생의 책이라는 게 꼭 그렇게 뭘 얼마나 많이 해냈느냐로만 채워질까? 그건 아니다. ‘인생이라는 책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하나님에 의해 쓰여지는 글이라면 더욱 아니다.


그 책에는 오늘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 뿐 아니라 보여지지 않은 모습들과 행동들,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사람들에게 들려줬던 말을 포함하여 혼자서 중얼거리며 했던 말들도 다 포함된다. 그렇다면 지나간 내 인생, 지나간 한 주간의 일곱 페이지는 어쩌면 읽기도 부끄러운 페이지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울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는 일. 내겐 그 어떤 지우개도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어제 일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회개 그리고 오늘은 어제처럼 살지 않겠다는 결심뿐이다.


좋으신 하나님은 그것만으로도 어제의 부끄러운 삶을 덮어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을 때가 되면 다음 몇 가지의 후회들로 괴로워한단다. 베풀지 못하고 움켜쥐고만 살았던 삶, 돌아보지 못하고 나 위해서만 살았던 삶, 참지 못하고 내 기분대로만 살았던 삶, 행복보다 성공을 위해서만 달렸던 삶, 도전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해 버렸던 삶, 사람들의 평가에만 휘둘려 나다운 삶을 살지 못했던 삶, 자아실현의 욕심에만 매달리느라 하나님을 위해선 도무지 해놓은 게 없는 삶. 그러니 그 뻔한 후회를 자칫하면 나도 곧 하게 생겼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려야한다. 더욱 알차게 오늘이라는 페이지를 멋지고 근사하게 써야 한다. ‘인생이란 책은 두께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며, 책의 독자 또한 사람들이 아닌 하나님이시기에 그가 읽으실만한 내용들로 채워가야 한다. 특히 난 소명(召命) 받은 목회자다. 그러니 하나님 앞에서 오늘의 내 설교 한 마디에도 진정어린 하나님 음성이 담기길 원한다.

기도 한마디에도 목자의 간절함이 배어나길 원한다. 심방 한 번에도 천사의 방문이 되기를 원한다. 주님이 읽으실 만한 인생책의 한 페이지를 오늘도 그렇게 써가기를 원한다.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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