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은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잘못된 문장과 발음이 많아 우리말 보존에 염려되는 바도 없지 않다.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1. “약 300미터 전방에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전방’[후방]은 전쟁 때 사용하던 옛말이므로 ‘앞에’로 고쳐 말해야 하며, 어린이에는 강세가 첫 글자 ‘어’에 있으므로 ‘이린이’라고 해서는 안 되며 ‘어’에 힘을 주어 ‘어린이’로 발음해야 하며, “전방에 … 입니다”라는 문장은 구조가 잘못되었다. “약 300미터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습니다.” 해야 한다.
2. “전방에 교통사고 다발지역이 있습니다.”
‘다발지역’ 역시 ‘전방에’처럼 어색한 옛말이므로 ‘잦은 곳’으로 고쳐서 “여기는 교통사고가 잦은 곳이니 주의 하세요[하시기 바랍니다]” 하면 좋을 것이다.
3. “왼쪽 방향 지하도로 진입하여 주십시요.”
방향은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말인데 지하도는 좌회전해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방향 앞쪽에 있으므로 ‘왼쪽 방향’이라 해서는 안 된다. ‘왼쪽 방향’은 삭제해야 한다. 또 “진입하여 주십시요” 하고 부탁할 것이 아니라 ‘진입 하세요’ 해야 한다.
4. “약 1킬로미터 앞에서 오른쪽 방향입니다.”
도로가 오른 쪽으로 구부러진 것을 방향이라 해서는 안 된다. “도로가 오른 쪽으로 낫습니다” 하든지 “커브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하면 좋을 것이다.
5. “제한 속도 백십 킬로로 안전운행 하십시요.”
아는 바와 같이, 영어사전에는 단어 마다 [ ] 표시 안에 발음기호가 있고 우리말사전에는 글자 다음에 긴 발음기호(:)와 약간 긴 발음기호(-)가 있고 아무 기호도 없으면 짧은 발음을 의미한다. [예: 황-실: (건축물 벽에 칠하는 노란 줄), 황실(임금의 집안)]. ‘백십 킬로’라고 붙여 말하는 것은 ‘육십 킬로,’ ‘칠십 킬로’ 발음이므로 ‘백-십 킬로’로 분명하게 발음해야 한다.
어떤 제약회사의 비타민 광고에는 ‘눈:의 피:로’라는 멘트가 거듭 나오는데 ‘눈:’이라고 길게 발음하면 ‘눈(雪)’을 가리키며 ‘피:로’는 우리말에는 없다. ‘눈의 피로’로 고쳐 발음해야 한다. 대부분의 승강기 안내에서 ‘일:층, 이층’ 하는 것은 중국식 숫자 ‘이: 얼’ 할 때의 발음이므로 우리말로 “일층 이:층”이라고 고쳐 말해야 한다.
2천만 운전자가 매일 매시 듣는 내비게이션이 우리말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한글이 누더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5만 5천 교회에서 하늘나라 내비게이션에 귀를 기울이는 신자는 천만 명 내외이다. 천국길 안내도 바르게 해야 이단사이비 길로 빠지지 않고, 고운 말로 해야 복음이 귀에 쏙쏙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