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까지 신약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현현 사건들을 토대로 신약성서 부활신학에 관하여 기고해왔다. 초대교회 사도들이 체험했던 부활현현의 체험은 그들의 중심에 부활신앙을 심어주었으며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복음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관한 소식을 분명하게 알게 할 뿐 아니라 그 복음을 담대히 선포하는 권능을 받게 했다. 신약성경은 바로 그 사도들이 선포한 복음을 토대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따라서 신약성경은 신앙적으로는 부활신앙을 토대로 이루어진 문서이며 또한 신학적으로는 부활신학을 토대로 이루어진 문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이제 신학성서신학의 각론으로 들어가 먼저 신약성서에 나타난 기독론 곧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사역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신약성서 저자들 중에서 바울과 요한이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사역에 관하여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다. 사도 바울이 기독론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반면, 사도 요한은 그것을 좀 더 깊이 있게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바울서신들에 나타난 바울의 기독론을 살펴보고 다음에 요한복음에 나타난 요한의 기독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울은 그의 서신 여러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에 관한 그의 교훈들을 제시했다.
그의 교훈들을 존재론적인 범주들을 따라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님의 아들(갈 4:4; 롬 1:3~4), 하나님의 본체(빌 2:6~11),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골 1:15~18). 이러한 구분을 따라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에 관하여 말하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선재와 화육이라는 신학적 용어들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와 함께 제시한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그가 계획하신 때가 되었을 때 선재하는 하나님의 아들을 그의 구속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상에 내보내셨다고 말한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 나게 하신 것은”(갈 4:4). “때가 차매”라는 말은 하나님이 계획하신 구원을 성취하는 역사적 때가 이르렀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보냈다”라는 말에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하나님의 아들”로 지칭한다.
“하나님의 아들” 칭호는 구약성서의 의미를 토대로 하고 있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아들” 칭호는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가진 이스라엘 민족(출 4:22) 혹은 하나님의 백성을 다스리도록 택함을 받고 위임을 받은 이스라엘의 왕들(삼하 7:14)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아들”은 ‘그리스도’(기름부음을 받은 자) 곧 하나님이 정하신 특별한 일을 위해 택함을 받고 위임을 받은 자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종말론적 의미를 갖고 사용되었다. “하나님의 아들”은 하나님의 생명과 권능과 영광을 갖고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오셔서 하나님이 정하신 특별한 목적의 사역을 감당하시는 그리스도로서의 존재 의미를 갖게 되었다. 바울은 이러한 구약적인 의미를 토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하나님의 아들로 지칭한 것이다.
바울은 또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보냈다’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보냈다’는 동사의 원어적 의미는 ‘내보냈다’(send out)라는 파송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말씀이 그리스도의 선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선재하시는 “그의 아들”을 하나님의 세계(존재, 품)로부터 이 세상으로 내보내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냈다’는 말에는 하나님의 존재로부터 이 세상의 존재로의 변형인 화육의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동사에 화육의 신학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이 구절(갈 4:4)에서 계속되는 말씀 속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바울은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보내시되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셨다”라고 말한다. 이 구절의 말씀은 얼핏 보기에 “여자를 통해 태어났다” 혹은 “율법의 백성의 한 사람으로 태어났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나게 하셨다”로 번역된 말은 원어로는 ‘태어나다’라는 동사가 아니라 ‘되다’라는 존재의 변형을 가리키는 동사의 부정과거 분사가 사용되었다.
이 동사는 요한신학의 대표적인 기독론적인 표현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의 화육 곧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요 1:14)라는 표현에서도 사용되었다. 그래서 이 말씀은 하나님의 아들이 여자에게서 태어난 육적 출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자를 통해 태어난 그리스도의 육적인 출생에 담긴 신학적 의미 곧 화육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율법 아래에 나게 하셨다”라는 말씀도 율법의 백성인 유대인으로 태어나신 것을 가리키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주권을 가지신 하나님의 아들이 율법의 권위 아래 있는 육신을 가진 인간 존재로 변형된 화육의 의미를 전달한다. 바울은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영원한 신성과 주권을 가진 하나님의 아들이 유한한 육신의 존재로 또한 율법의 권위 아래 있는 인간의 존재로 오신 것으로 제시한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육신을 가진 인간의 존재로 오신 것을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와 관련하여 보충적으로 전달한다: “이 아들로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니라”(롬 1:3~4). 바울은 자기 자신의 사도직을 변호하는 로마서의 인사말의 부분에서 자기는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 택정함을 받은 사도인데, 이 복음은 “하나님이 선지자들을 통해 그의 아들에 관하여 미리 약속하신 것”이라고 말한다(롬 1:2). 그러면서 바울은 그 하나님의 아들의 존재와 관련하여 두 절의 말씀으로 제시한다.
먼저 하나님의 아들은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다고 말한다. ‘육신’이란 용어는 바울 서신들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많은 구절들에서 그것은 육신 곧 “살과 피로 구성된 육체를 가진 인간 존재”를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경우에 한글 성경에서는 주로 ‘육체’로 번역되었다: 예를 들어, “내 육체에 가지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다”(고후 12:7) 혹은 “너희를 시험하는 것이 내 육체에 있으되”(갈 4:14). 그래서 ‘육신으로는’이란 어구는 “육체를 가진 인간 존재로서는”이란 의미를 갖는다. 그런 육체를 가진 인간 존재로서는 다윗의 혈통에서 태어나신 인간이 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절은 다윗의 혈통으로 태어나신 동정녀 출생의 신학을 반영하면서도, 더 중요하게는 다윗과 맺은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로 세상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의 국면을 부각시킨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다윗과 맺은 종말론적 약속 곧 그의 후손 가운데서 영원한 왕을 세우시겠다는 약속의 성취로 오신 그리스도로서의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바울은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하나님의 아들의 존재성과 함께 인간 존재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존재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성결의 영으로는”이라는 구절과 함께 제시되었다. ‘성결’이란 단어는 로마서에서 인간의 죄와 죽음의 권세로부터 해방시키고 하나님의 은혜의 통치권 속으로 들어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권능의 역사를 가리킨다. 그래서 “성결의 영”이란 어구는 인간을 죄와 죽음의 권세로부터 해방시켜 하나님의 은혜의 통치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하나님의 권능과 주권을 가진 존재를 가리킨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런 하나님의 권능과 주권을 가진 존재가 되신 것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능력의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되셨다는 것이다. ‘인정되셨다’라는 동사는 확증하다, 확인하다, 선포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로마서 1:4의 번역에서 옛 개정역에는 ‘인정되셨다’로 번역된 반면, 개정개역에서는 ‘선포되셨다’로 번역되었다. 어떤 의미로 번역하든지, 중요한 것은 육신의 존재로서 다윗의 혈통으로 사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이라는 하나님의 신비롭고 놀라운 권능에 의해 영원히 살아계신 초월적인 존재로 변형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그런 존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완전한 칭호를 통해 제시했다. 바울은 하나님의 권능과 주권을 강조하는 ‘주’라는 칭호와 하나님의 속죄의 역사를 강조하는 ‘그리스도’라는 칭호를 모두 사용하여 인성과 신성의 신비로운 연합의 존재는 물론 십자가에서 이루신 속죄제물의 희생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을 통한 권능과 주권이 결합된 신비로운 존재로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제시한다.
/김광수 교수 침신대 신학과(신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