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우리의 사랑을 받던 수많은 노래가 <금지곡>이라는 이름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건국 이래 최초의 금지곡은 조명암이 가사를 쓰고 남인수가 노래한 <기로의 황혼>으로서 작사자의 월북으로 1951년 3월 1일자로 금지곡이 되었고 이듬해에는 윤복진의 <찔레꽃>이 같은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5·16군사혁명 후에 발족한 방송윤리위원회는 표절, 왜색, 저질 등의 이유로 1986년까지 국내외 음악 2,139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이들 금지곡 중에는 퇴출 되어 마땅한 노래도 있었지만 타당한 이유 없이 금지된 노래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 초에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은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부분이 과격하다는 이유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와 <섬마을 선생님> 등 27개 곡은 대부분 왜색 노래라는 이유로, 그리고 김도향의 <벽오동 심은 뜻>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금지곡이 되었다.
금년 5·18기념일을 앞두고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황석영이 백기완의 옥중 중편 시 <묏비나리>에서 몇 행을 발췌해서 개사(改詞)한 것에 김종률이 곡을 붙인 노래이다. 제목은 알다시피 강산, 즉 “조국을 위한 기원[기도]”이라는 의미이다. 노래가 다 그렇듯이 이 노래에도 함축된 의미가 있지만 직접적인 표현은 민주화 시위 중에 죽은 동지의 장례식에서 만장을 들고 행진하는 것이다. 그것이 임을 위한 행진이다.
이 노래는 금지와 해제 과정을 겪은 끝에, 1997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국가 기념일로 승격된 후 2008년까지는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불렀으나, 2009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식전(式典) 행사로 제한했고, 2013년에는 국가보훈처가 대체할 노래를 공모하기도 했다. 금년에는 관련 시민단체들이 요청한 기념곡 지정은 고사하고 기념식에서 함께 부르는 것(제창)마저 금지할 목적으로 합창단이 대신 부르는 <합창>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기념곡 채택 문제나 제창 합창 여부를 떠나서 노래에 대한 사회 지도층의 바른 이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것은, 시위현장에서 불리어진다고 해서 선동적노래 취급을 한다든가 북한이 <임>을 김일성으로 <새날>을 적화통일의 날로 의미를 부여해서 이용한다는(?) 이유로 종북노래로 단정 짓는 것과 같은 태도이다.
기쁠 때도 부르고 슬플 때도 부르며 경찰관도 부르고 범죄자도 부르는 것이 노래가 아닌가. 적국이 부르면 반역 노래가 되고 범법자가 부르면 불순한 노래가 되고 배운 사람이 부르면 금방 유식한 노래가 된다는 말인가.
정쟁과 경기침체로 온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 때 노래 하나를 두고 제창이다 합창이다 하는 싸움질이 다 무엇인가. 낳은 아기를 아비가 모른다고 하면 누구의 자식이 되며, 마음에서 솟구쳐 나오는 절규를 막을 장사가 누구란 말인가. 찬성도 가하고 반대도 가하나 바로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