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6절부터 9절까지 바울은 농사의 비유를 들어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나감에 대하여 논하다가 10절에서 건축의 비유로 전환하면서 이 건축의 메타포(metaphor)는 이 문단의 끝까지 계속 나온다. 둘째, 이 두 가지 비유가 제시하는 강조는 모두 같다. 즉, 바울은 “심거나 기초를 닦거나”하며, 아볼로는 “물을 주거나 세우거나”하고, 고린도교회는 “밭이며 건축물” 로서 교회를 가리켜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은 모든 것, 즉 교회를 소유하신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맥적 사고가 결여되면 잘못된 해석을 불러온다. 공을 들여 세워야 할 건물은 교회이며 개인의 인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과적 상황을 불같은 시험이라고 했기 때문에 개인의 도덕적 생활로 비약하기 쉬우나 문맥상 바울은 여기에서 교회만을 언급하고 있다. 바울이 여기에서 “세우려고” 해산의 수고를 하는 것은 교회이다. 오히려 바울이 암시하는 바는 교회지도자에 대한 경고이다. 십자가의 능력이 아닌 인간의 지혜와 말의 기교를 의지하는 것은 나무나 풀이나 집으로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는 부실한 지도자 일 것이기 때문이다.
2) 당시 상황과 환경 고려
많은 경우 서신서의 본문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 내용이 현대 교회와 청중에게 쓰여진 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울 서신문의 경우, 바울과 수신자들은 동질적인 삶의 환경 가운데 있었으며, 저자와 수신자 사이에는 문자적 소통 이전에 심리적인 교감의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의 성도들에게,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이 일을 너희에게 말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느냐 … 지금은 그것을 막는 자가 있어 그 중에서 옮겨질 때까지 하리라”(살후 2:5~7) 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바울과 데살로니가 성도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었던 선례적(상황적) 교감이 오늘 현대 청중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교자는 저자와 수신자들과의 관계를 포함하여 서신서가 씌여졌던 당시적 상황과 환경, 저술 동기 등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본문에서 저자와 수신자들이 메시지와 연관하여 공유하였던 비문자적 영역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3) 신학적 해석
서신서는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하나님에 관한 메시지로 특징지어진다. 나아가 하나님의 왕국, 하나님의 구속, 하나님의 언약,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현존 등의 주요 신학적 관점을 가진다. 신학적 해석은 지엽적인 상황이나 인간적인 특징 등에 사로잡힘으로써 서신서에 나타나는 하나님 중심의 해석 시각을 흐리는 것을 방지하게 한다. 서신서의 내용을 신학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저자의 신학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이를테면, 바울은 그의 신학적 관점에서 그의 글을 통해 복잡한 교리를 설명하며 수신자들의 잘못된 시각에 대하여는 예리한 논리를 펼쳐 강경하게 대응한다. 할례를 주장하는 유대주의자들을 향하여 ‘믿음으로 의롭게 됨’의 교리로 설득작업을 펼쳤던 갈라디아서의 내용이 그것이다.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목격자들 이었지만, 바울을 비롯하여 어떤 신약성서 서신문의 저자들도 복음을 전함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는 것은 특이한 점이다. 그러나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하여는 크게 침묵하는 듯하지만, 그의 설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부활, 그리고 그의 임박한 재림 등에 대하여는 특별히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바울은 그의 모든 설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핵심으로 하는 십자가 복음에 집중하였다.(고전 2:2; 15:1~4) 따라서 그의 서신서의 신학적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통한 인간 구속이다.
III. 성서 문학 장르와 성서적설교 구성 방식
설교 구성은 본문을 견고하게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서는 각 장르의 특성과 함께 다양한 폭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설교자가 어느 한 특정 형식이나 방법론에 얽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르에 관계없이 일반적인 설교준비 순서는 본문 선정, 해석, 주제 선정, 설교 개요 방식(구성) 결정 등으로 이어진다.
본문 선정에서 주제를 결정하기까지에 이르는 본문 연구 과정은 일반화 될 수 있으나 해당 본문을 위한 적절한 설교 방식(설교 구성안)은 본문의 장르적 특성과 함께 진지하게 구별될 필요가 있다. 본 장에서 살펴볼 설교 구성 방법들은 성서의 문학 장르의 특성에 적절한 방식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문상기 교수 침신대 신학과(실천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