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문학 장르 특성을 고려한 성서적 설교 방법론-끝

  • 등록 2016.08.25 13: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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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기 교수 침신대 신학과(실천신학)

4. 이야기 설교 방식

경우에 따라 이야기 설교는 지나치게 신학적으로 자유스럽다거나 아니면 비성서적인 설교 방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은 이야기 설교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이다. 성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진리를 전하고 있듯이 이야기 형식으로 설교를 한다는 것 또한 마땅히 하나의 설교 방식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약의 족장들의 이야기이나, 예수님의 비유, 그리고 예수님이 행하신 이적에 관한 본문은 이야기설교를 위한 자연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야기 본문만이 이야기 설교를 위한 절대 조건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해되어 왔던 이야기 설교방식을 1980년대 들어서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시킨 학자는 유진 로우리(Eugene Lowry) 이다. 그가 주장하는 내러티브 플랏 설교는 수사적으로 귀납적 형식을 띄면서 하나의 성경적 스토리를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성경에 소개되어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문학적 플랏 형식을 취함으로써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목적을 가진다. 로우리의 내러티브 플랏 설교 방식은 네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청중에게 모순점을 제시하여 청중의 내적 평형을 깨트림으로써 청중으로 하여금 아니, 어떻게! (oops!)” 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설교자는 다음 단계에서 이 갈등과 모순 구조를 심화시켜 나가면서 청중으로 하여금 설교자의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이 심화된 갈등 상황은 다음 단계에서 극적인 반전을 통하여 갈등의 해결점 곧, 본문이 의미하는 성서적 진리를 암시함으로써 마지막 단계인 복음을 경험하게 하는 결론으로 진행하는 형식이다. 다음은 로우리 자신이 설교한 내용을 네 단계별로 정리한 것이다. 명제는 연구자가 임의로 설정하였다

 

본문: 20:1-16

제목: 누가 더 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명제: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하나님 나라의 가족으로 부르신다.]

 

첫째 단계, 평형을 뒤집음: 포도원 주인이 일꾼들을 찾으러 시장에 나갔다. 한 농장의 주인이 아침 일찍 일꾼들을 농장에 일하러 보내며 하루 품삯으로 한 데나리온을 약속하였다. 주인은 9, 12, 그리고 오후 5시에 역시 일꾼들을 찾아 농장에서 일하게 하였다. 오후 6시에 일이 끝나고 임금을 지불하기 시작할 때 주인은 가장 늦게 와서 한 시간 일한 일꾼에게 한 데나리온을 주었고, 늦게 온 순서에 따라 모든 일꾼들에게 한 데나리온씩을 주었다. 그러자 아침 일찍, 가장 먼저 온 일꾼들이 주인에게 불평하였다.

이때,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주인은 내가 당신들에게 약속한 한 데나리온을 주었는데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는가?” 하고 되묻는다.

 

둘째 단계, 모순 분석: 왜 주인은 이렇게 불공평 하였고, 왜 예수님은 이 농장 주인이 지극히 정당한 것처럼 말씀하고 계시는가? 만일 나 자신이(청중을 향하여)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가장 먼저 온 일꾼과 같은)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셋째 단계, 해결의 실마리를 밝힘: 이 이야기의 첫 번째 실마리는 가장 늦게 온 사람에게 먼저 임금이 지불되는 장면 가운데 나타난다. 예수님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오후 다섯 시에 일하러 온 일꾼과 아침 이른 시간부터 일한 일꾼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였고 이 장면을 모든 일꾼들이 보게 하였다.

 

넷째 단계, 복음 경험 및 결과 예견: 이제 여러분이 세살, 여섯 살, 아홉 살 먹은 세 자녀를 둔 부모라고 상상해보자. 여러분은 세살 먹은 아이보다 아홉 살 먹은 아이를 세배나 더 사랑하는가? 혹시 당신은 세 살이었을 때보다 서른 살인 지금 부모를 10배 더 사랑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족 관계이니까. 이것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예수님은 지금 (천국)가족의 개념으로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다.

포도원 주인은 지금 이 시간 어디에 있는 줄 아는가? 그분은 지금도 아직 포도원에 청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 아직 그 부름에 응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시장 터로 나가고 있다. 그 청함이 아침 7시에 주어졌든, 9시에 주어졌든, 정오에 주어졌든, 혹은 오후 3시나 5시에 주어졌든 상관하지 않고 부르기를 원한다. 포도원에 초청 받았다는 것은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본향에 청함을 받은 것이다.

 

위의 실례를 통해서 보듯이 일반적으로 예수님의 비유를 포함한 나레이티브 본문은 나레이티브 플랏 방식의 설교에 매우 적절하다. 왜냐하면 대부분 성서의 나레이티브는 플랏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약의 역사서의 경우도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나레이티브 플랏 방식의 설교 방식이 가장 적절할 수 있다. 하나의 예로, 열왕기상 19장에 등장하는 엘리야 선지자에 관한 스토리를 들 수 있다. 갈멜산 영적 전투 승리 이후 극심한 영적 침체를 겪은 후 하나님의 말씀을 힘 입어 다시금 사역의 활기를 되찾게 되는 선지자 엘리야의 스토리는 극적인 반전의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영적 부흥의 주제로 나레이티브 플랏 설교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설교방식은 로우리의 방식이 유일하거나 표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로우리의 방식이 문학적 재구성을 통한 플랏 방식의 설교라면, 주어진 성서적 스토리를 설교자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통해 다시 말하는 방식, 즉 리텔링(re-telling) 방식도 활용된다. 스토리 본문을 3인칭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토리의 핵심 인물을 들어 1인칭으로 전개시킬 수도 있다. 물론 본문에서 행간을 읽는 치밀함이라든가 상상력이 설교자에게 필요하다. 예를 든다면, “탕자의 비유를 아버지의 관점에서, 아니면 큰 아들, 혹은 탕자로 묘사되는 작은 아들을 1인칭으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 시켜나갈 수 있다.


나가는 말

2015615,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주최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연중 포럼이 한국교회설교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발제자들은 한국교회 설교의 문제를 설교자에서 찾았다. 그들은 무지하고 용감한 설교자가 한국교회 안에 넘쳐나는 현실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설교자들의 신학부재 현상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설교자는 무엇보다도 성경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오류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 설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는 지적이었다. 설교자의 신학부재는 곧 진리 되시는 하나님의 말씀의 진정성을 잃어버리고 겉모습만 하나님의 말씀으로 치장한 비성서적인 설교를 양산해 내기 때문이다.


신학적으로 설교자는 말씀의 전령자이다. 설교자는 성서 안에서 여전히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귀 기울여 듣고 청중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에게는 언제나 신실함과 영성이 요청된다. 신실함은 그로 하여금 오류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겠다고 하는 사명감에 충실하게 하며, 영성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의 심령으로 받아들이는 진지함과 깊은 깨달음으로 이끌어준다.

존 스토트(John Stott)는 설교를 다리놓기(bridge-building)로 설명하였다. 설교자는 하늘과 땅, 하나님과 세상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으면서 두 세계를 이어주는 중보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청중은 설교자를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언어와 인간의 실존적인 현상을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설교자는 두 방향으로 눈이 열려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눈현재의 상황을 꿰뚫어보는 눈이다. 설교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첫 번째 눈이 중요하다. 설교는 성서 본문을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유사한 주제에 그 본문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본문을 깊이 파고드는 전문적인 해석의 작업을 통해서 나온다. 본문의 표피층이 아니라 그 내부층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본문의 내면에 숨겨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파악하고 자신의 가슴을 적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발견된 그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해야 한다. 그때 그는 비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가 되는 것이다.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만나는 과정 중에 하나가 성서의 문학 장르에 집중하는 것이다. 연구자에게 본 논문은 성서 문학 장르에 따른 설교방식에 대한 첫 번째 연구로서 개괄적이며 가장 기초적인 면을 다루었다. 성서의 각 문학 장르별에 따르는 보다 세분화된 석의 원리를 비롯하여 본 논문이 다루지 못한 여러 다른 설교 방식에 대한 연구는 차후 이를 토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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