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신학 여부를 말하기 전에, 먼저 침례교 신학자가 개신교회 태동기 평양신학교의 신학 강의에 기여한 사실부터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고 이종성 박사(장신대 조직신학 교수와 학장 역임)는 『기독교학술원포럼』 창간호에서 개신교 선교 초기 한국의 신학교육에 크게 기여한 두 신학자로 프린스톤 신학교의 핫지(Charles Hodge,1822~78)와 로체스터침례신학교의 스트롱(A.H. Strong,1836~1921)을 지적했다.
이 두 신학자는 당시의 북미주를 대표한 교의신학자들로서 각각 방대한 분량의 ‘조직신학’ 저술을 남겼다.
중국인 가옥영(賈玉銘)이 이 두 신학자의 ‘조직신학’을 발췌해서 여섯 권으로 된 중국어 ‘조직신학’을 편찬했고, 이영태가 그 책을 번역해서 1931년부터 평양신학교의 조직신학 교재로 사용했다. 이 책을 감수한 남장로교 선교사 레이놀즈((W.D.Reynolds, 1867~1951)는 매우 복음적인 책이라고 추천했고 이종성은 많은 신학자들이 따르며 가르친 교재였다고 했다.
주제로 돌아가서, “침례교회에는 신학이 없다”는 주장은 아마 침례교회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침례교회는 다른 복음적인 교파와 마찬가지로 성경을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직접적 교훈과 지침으로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침례교회는 성경 외에 법을 제정하지 않고 규정을 만드는 것조차 최소화 하려고 한다. 이와 같이, 체계화된 교리 보다 성경에 집중하는 경향성이 때로는 신학이 없는 것으로 오해받는 것 같다.
다음으로, 침례교회는 신자들의 다양한 성경해석을 수용하기 때문에 때로는 같은 해 같은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수강자들 가운데에도 전(기)천년왕국설을 주장하는 학생도 있고 후천년설이 옳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다. 교단인들 중에는 교단에서 특정 교리와 성경해석을 확정해서, “침례교회는 무천년설이다, 예정설이다” 하고 교조적(敎條的)으로 선언해주기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침례교회는 어떤 교리나 특정 주제에 대한 해석을 하나로 묶어서 전체적으로 수용, 또는 배격하는 것은 성경의 참 뜻을 가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예정론의 모든 항목을 다 수용하지 못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하면서도 예지예정론의 모든 이론을 다 받아들일 수 없다.
교단 신학이 없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단의 신학적 전통을 모르거나, 혹은 교단 신학교의 신학교육이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강조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말로 번역, 출판된 침례교 학자들의 조직신학만 해도 카너(W.T.Conner)의 ‘기독교교리’, 스티븐즈(W.W.Stevens)의 ‘조직신학’, 멀린스(E.Y.Mullins)의 ‘조직신학원론’, 밀라드 에릭슨(Millard J.Erickson)의 ‘복음주의 조직신학’ 상중하권, 김용복의 ‘침례교신학’과 대학출판부의 기획저술로 펴낸 ‘침례교신학자들’ 상하권, 김태식(역)의 ‘침례교의 정체성’, 및 필자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조직신학’(대한기독교서회 간행) 등등이 있다. 침례교회는 성경적 복음적 신학을 가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