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과 자선단체는 성격상 기부금이 운영자금의 큰 몫을 차지한다. 우리 국민은 유치원 학생부터 대통령까지, 그리고 넝마주이부터 대기업 총수에 이르기까지 등록금과 각종 세금을 통해 국가가 부여하는 재정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모금”이란 이름으로 또 다시 국민에게 손 벌리지 않아야 마땅하다 하겠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안가(安家)에서 기업 총수들을 독대한 자리에서 모 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기부금을 종용한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문제에 대하여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에 쓰려고 모금한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잘못이 없다고 해명했다.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여기서 숨이 막힌다.
첫째로, 대통령이 국가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예산을 세워서 추진해야 하며, 부득의 모금을 해야 할 경우에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좋은 일에 필요하다고 해서 사사로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둘째로, 권력자가 기업인을 독대해서 기부를 요청하는 것은 강요와 다름없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최고 권력자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밉보인 명성, 제세, 대한생명 등등 수많은 기업들이 백방으로 돈 줄이 막혀 파산을 피할 길이 없었던 사례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이 나라에서 어떤 기업인이 감히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수 있으랴.
셋째로, 기업 총수들 중에는 작고 큰 범법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인 이와 경영권을 놓고 소송 중인 이도 있다. 사실상 그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 그들을 독대해서 기부를 요청 하는 것은 수사관이 피의자를 사사로인 만나서 협조를 요구하는 것과 같아서 만남 자체가 법과 상식을 벗어난 행위이다.
교사와 공무원은 평생을 한 직장에 종사해도 중소도시에서 겨우 아파트 한 채 마련할 돈을 들고 퇴직하며,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에 학생이 빼다주는 300원짜리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한 자리에서 불편부당한 방법으로 수십 수백억 원의 돈이 오가다니 허탈할 뿐이다.
혹자는, “과거에 그렇게 하지 않은 대통령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느냐”고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모금했다면 그것은 과거의 대통령들이 큰 잘못을 범한 것이다. 아버지가 첫눈 내린 날 대문 앞에서 넘어졌다고 해서 아들도 눈 내리는 날마다 같은 자리에서 넘어져야 마땅한가?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아닌 한 사용처 여하 간에 권력자가 사사로이 기부를 요청하거나 국가가 준조세 형식으로 모금하는 것은 법으로 금해야 하겠다.
대통령이 “사는 법”을 모르시면 가까이서 모시는 이들이 바르게 간해야 할 일. 충신은 낡은 역사책에서나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