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에 맞는 올해 ‘사순절’은 의례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에 대한 감사, 또는 종교적인 연중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침례교단은 사순절을 공식적으로 지키지 않는다. 우리교단 총회(총회장 유관재 목사) 뿐만 아니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은 1999년 열린 교단 정기총회에서 사순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채택한 뒤, 사순절을 없앴다. 왜냐하면 연구보고서가 “사순절은 교회의 절기가 아니고 천주교와 성공회의 고정된 절기인 만큼 성경적 절기로 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우리교단을 비롯해 사순절을 지키지 않는 주요교단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함께 한다”는 기본 취지까지 없앤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의 많은 신학자들이 “사순절은 성경적 근거가 없고 로마 가톨릭에서 차용한 만큼 굳이 그 명칭을 쓸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한국교회의 대다수가 부활주일 7일 전부터 시작되는 고난주간은 지키고 있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예장고신 교단은 사순절을 교회절기로 지키지 않고 지역교회의 상황에 따라 고난주간 등을 지키는 경우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올해 사순절은 3·1절에 시작했고 부활절은 4월 16일이다. 다만 올해는 개신교회와 정교회의 부활절이 4월 16일로 같다. 사순절은 기독교 절기인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뺀 40일을 말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간 동안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생각하며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경건한 일상생활을 통해 인류의 죄를 위해 고난당하신 주님을 기억하며 은혜를 감사한다. 다시 말해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에 앞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기도와 묵상을 하며 경건한 일상을 살아간다. 올 사순절은 3·1절에 ‘재(참회)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종려주일, 고난주간을 거쳐 부활절인 4월 16일 전날까지 주일을 제외한 총 40일간 계속된다. 사순절은 AD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됐다. 3세기까지는 부활절을 앞두고 2∼3일 금식하는 것이 관례였다. 당시 니케아 회의에서는 부활주일 전 40일 동안 참회와 금욕생활을 하도록 결정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 기간이 사순절로 굳어졌다. 또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난 직후 주일을 부활주일로 결정했다. 부활주일이 매년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40이란 숫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40일 광야기도, 모세의 시내산 40일 금식기도, 이스라엘의 40년 광야생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 등 고난과 갱신, 변혁을 상징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사순절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의 말씀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살면서 늘 불우이웃의 아픔을 치유하고 보살피며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순절을 지키는 신앙인들은 이 기회에 새벽기도 참여나 컴퓨터 게임이나 TV 시청하지 않기 등 문화 금식운동, 나부터 회개운동, 소외된 이웃 돌보기 등 행사에 참여해 보기를 바란다. 예수는 태초이래로 가장 심각하고 처절한 싸움을 하려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셨다. 예수는 패배했기 때문에 죽으신 것이 아니라 승리하러 죽으신 것이다. 십자가에서 운명하실 때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탄식한 것이 아니라 “이제 다 이루었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결국 독생자 예수를 통해 온 세상을 사랑으로 구원하셨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악하다.
오늘을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끝까지 사랑하되 세상의 권력이나 권세가들의 삶에 좌우되지 말고 십자가 사랑의 신앙 회복, 경건과 기도의 생활화, 나눔 운동의 확산, 사랑을 기반으로 한 교회 갱신 운동에 맡은바 사명을 다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