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스가 그의 신하에게 이르되 너희도 보거니와 이 사람이 미치광이로다 어찌하여 그를 내게로 데려왔느냐”
미국 9대 대통령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어렸을 때 말을 잘하지 못했다. 가끔 말할 때면 항상 어리숙한 모습을 띠었다. 친구들은 그를 뚱딴지라고 놀렸다. 그러나 해리슨은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자 점점 많은 사람이 그를 덜 떨어진 아이라고 여겼다. 집 앞에는 해리슨이 얼마나 멍청한지 보려고 하는 아이들이 자주 찾아오곤 했다.
어느 날 아이 한 명이 5센트와 10센트짜리 동전을 바닥에 놓고 해리슨에게 둘 중 하나만 가지라고 했다. 해리슨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5센트의 동전을 선택했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아이들이 모두 해리슨을 비웃었다. 5센트와 10센트 동전을 구분 못 하는 바보라며 웃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해리슨을 볼 때마다 이런 장난을 치며 비웃었다. 모두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라고 해리슨은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동전을 고르라고 할 때마다 언제나 5센트짜리 동전을 들고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본 해리슨의 어머니는 “5센트와 10센트를 구분하는 법을 일러줄 테니 나중에 그들이 또 너를 놀리면, 10센트를 들어서 그들에게 보여주렴”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저는 10센트짜리를 분명히 알아요. 하지만 만약 제가 10센트짜리 동전을 가져오면 더 이상 저에게 선택하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재미없어하겠지요.” 어머니는 해리슨의 말을 듣고 매우 현명한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를 비웃는 사람들이 사실 어리석은 것이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정말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다소 부족하더라도 성실하고 충실한 사람이 성공한다. 지혜가 뛰어난 사람은 일부러 어리숙한 모습으로 경쟁자들의 경계심을 없애고 안전하게 자신의 목표에 도달한다. 그로 인해 경쟁자들은 그의 모습에서 어떤 꼬투리를 잡을 수 없고 정보도 캐낼 수 없게 된다. 경쟁자에게 우월감을 심어주면서 자신은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격이다.
이스라엘의 역대 왕중에 가장 위대한 왕이며 하나님께 사랑을 받았던 다윗도 한때는 자기를 죽이고자 하는 사울의 추적을 피해 블레셋의 가드 왕 아기스에게 도망쳐 그 앞에서 미친 척을 하며 간신히 생명을 보존한 적이 있었다. 다윗이 사울의 추적을 피해 도망한 세월은 거의 10년에 이르렀다. 주전 1020년부터 다윗이 헤브론에서 왕이 된 주전 1010년까지 10년이나 지속되었다. 인생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다윗은 도피하는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과 고난을 겪으면서 남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어떠한 역경도 이겨나갈 수 있는 참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다윗의 위대한 시편이 이 때에 많이 작성됐다.
이 시련의 기간과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 다윗은 오히려 정금 같은 신앙과 인격의 성숙을 이루게 되었다. 다윗은 쫓기는 생활 가운데 오히려 평생 동지들을 만나게 되고, 나중에 통일 왕국 이스라엘의 기둥이 될 인재들을 얻게 됐다. 이 죽을 것 같은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왕 다윗이 나올 수 있었다. 반면에 사울은 이런 기간이 없이 급히 왕이 되었기 때문에 금방 타락하고 말았다. 다윗은 아주 젊은 20대의 황금같은 시기를 도망자로 지내며 하나님과 항상 동행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블레셋 왕 아기스 앞에서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미친 척을 했던 다윗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하나님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시편34편은 ‘다윗이 아비멜렉 앞에서 미친체하다가 쫓겨나서 지은 시’라고 되어 있다. “내가 주님을 간절히 찾았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져 내셨다. 주님을 우러러 보아라. 네 얼굴에 기쁨이 넘치고 너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 비천한 몸도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들으시고, 온갖 재난에서 구원해 주셨다. 주님의 천사가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을 둘러 진을 치고, 그들을 건져 주신다.” (시편 34:14~17, 새번역)
우리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다해도, 넓고 아득한 우주에서는 큰 바다에 던져진 모래알처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듯이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가 전문분야에서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다른 분야에서는 열등생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대단하게 여기지 말고, 늘 겸손하게 상대를 대하고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다윗은 골리앗을 물리친 위대한 영웅이었지만, 블레셋 왕 아기스 앞에서는 생명의 보존을 위해서 미친 척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여 구원함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과 겸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윗이 블레셋 땅으로 간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회개하고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구원의 손길을 다윗에게 펼쳐주셨다. 아무리 실수하고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이 어떤 깨달음을 주셨을 때, 그것을 깨닫고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신앙인이다. 신앙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실수를 안 하는 사람도 아니다. 죄도 짓고 실수하여 넘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참된 신앙인은 하나님이 음성을 들려 주실 때 돌이켜 회개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신앙인이다. 비록 미친 짓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겸손한 심정으로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은 그러한 사람을 만나 주시고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다. 오늘 하루의 삶이 겸손한 모습으로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을 구하는 하루가 되기를 소원한다.
최천식 목사
약속의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