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프 PGA 정회원, 2011·2012년 연속 대한민국 골프지도자 대상 수상, 24년간 SBS Golf, MBC Sports, JTBC Golf의 골프 해설과 프로그램 기획·제작, Teaching & Coaching 관련 방송 메인 MC, 900여 편의 방송 기획·제작 등 내 이름 앞에 붙은 화려한 경력이다. 이런 성장을 이루기까지 늘 나의 힘이 된 것은 어머니의 한마디 말씀이었다.
‘엄마 사랑해’라는 말 한 번 못 한 11살 때,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 없는 외로움과 가난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신문 배달을 했고, 방학에는 연탄공장에서 일을 했다. 힘들 때마다 ‘우리 욱휴는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하던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
밤새워 공부해 중·고등학교 때는 장학금을 받으며 반장과 학생회장을 했고, 꿈꾸던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여러 장학금과 과외교사로 대학 시절에 대기업 임원 월급 2배가 넘는 돈을 벌었다. 그때 과외를 하던 제자와 사랑이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함께 유학을 가든지 헤어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고민 끝에 ROTC 임관을 포기하고, 23살 나이에 20살인 아내와 결혼해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유학을 하며 모든 힘을 골프에 쏟았다. 12년쯤 지났을 때, SBS Golf 채널이 신설되며 PGA Class A 프로 자격을 갖춘 내게 파격적인 조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마침 아내도 박사 학위를 마치고 대학으로 오게 되어 함께 귀국했다.
서울 생활은 무척 바빴다. 프로 아카데미 원장, SBS Golf 해설, 그리고 MBC ESPN 방송 해설과 골프 레슨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밤마다 술 약속이 있었고, 그러니 가족과 갈등이 심해졌다. 미국에서 교회에 다녔지만 믿음은 없었다. 아내는 아이들과 나를 교회로 인도하려 했지만 내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보냈다. 2주 서울에서 일하고 나머지 2주는 미국에서 둘째 딸 영인이의 골프를 지도하며 시합장에 데리고 다니는 힘든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을 찾아 오스틴에 있는 작은 교회에 갔다. 아직 예배가 끝나지 않아 기다리는 내게 목사님이 어떤 간증 영상을 보여줬다. 별 관심 없이 바라보는데 점점 영상 말씀이 하나님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처럼 들렸다.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었다가 다시 살으셨으니 곧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려 하심이니라”는 로마서 14장 9절 말씀에 펑펑 울었다. 성령께서 돈도, 시간도, 내 인생도 모두 내 것이라며 내가 주인으로 산 삶을 정확히 비춰주셨다.
“욱휴야! 내가 너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죽고 부활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 이제 내가 네 인생에 진정한 주인으로 들어가도 되겠느냐?”는 하나님의 마음에 통곡이 터졌다.
그동안 너무 바쁘고 힘들게 살며 둘째 딸 영인에게 모든 열정을 쏟았다. 영인이는 골프 신동이었고, 2018년도에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런데 프로가 되면서 영인이와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부녀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다툼이 잦아졌다. 어느 날, 서로에 대한 분노가 정점에 달해 이성의 한계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마음속에 ‘영인이를 죽여 버려. 목 졸라 죽일 수 있어.’ 하는 생각이 치고 들어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마귀가 넣어주는 생각임을 바로 알아챘다. 나는 즉시 영인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빠가 잘못했어. 너의 인생을 망친 아빠를 용서해라.”
설상가상으로 영인의 만성 대장염이 깊어져 대학병원에서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약을 먹고 설사를 참으며 경기에 나섰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골프를 그만두고 서울로 가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함께 귀국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어 춘천한마음교회 생활관에 들어갔다. 약 2주간 기도하고, 성경 보고, 예배드리는데 모든 시간을 드렸다. 그러는 사이에 조금씩 변화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The Passion of the Christ”라는 영화의 20분짜리 요약 영상을 봤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달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데, 나를 향해 ‘내가 언제까지 너를 기다려야 하니?’ 묻는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회개가 터져 나왔다. “하나님! 내가 주인 되었던 죄를 회개합니다. 내가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 다 내려놓겠습니다. 나의 명예도, 내 삶의 꿈이던 영인이도 다 내려놓고 주님만 바라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행복감이 몰려왔다. 새로운 모습으로 미국으로 갔다. 영인이의 병은 하나님만이 치료할 수 있다고 한 아내의 말이 생각나 매일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런 어느 날, 대변을 잘 본다며 신기해했다. 영인이는 변화된 내 모습에 기뻐하며 어릴 때 아빠가 돌보아 줬으니, 미국에서는 엄마 대신 자기가 섬기겠다고 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둘의 관계가 드디어 회복됐다. 이제 남은 소망은 단 하나다. 늘 하나님과 동행하며 많은 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 PGA Master Professional로 일하며 한순간도 하나님을 놓치지 않고 살아간다. 너무 부족하고 성경적 지식도 약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프로골퍼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주위의 지인들을 만나거나 SNS를 통해 열심히 전도한다. 모든 분들이 주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내게 주어진 시간들은 오직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으로 채워가고 싶다. 그리고 주님의 일꾼들이 힘들고 지칠 때 찾아와서 회복할 수 있는 장소를 허락해 달라고, 내가 가진 재정이 선교사님들을 위한 센터를 위해 쓰임 받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과 함께 사는 오늘의 삶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전욱휴 형제
춘천한마음교회
프로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