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건강한 교회를 어떻게 다시 세우고, 또 어떻게 새로운 교회를 개척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교회 개척은 단순히 예배 장소를 하나 더 마련하거나 교인의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지역 사회 속에 드러내고, 복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또 다른 생명 공동체를 세우는 선교적 사명이다. 이런 점에서 멀티교회 개척은 한국교회가 교회 개척의 어려움을 넘어 지속 가능한 재생산 구조를 세우는 하나의 실제적 모델이 될 수 있다.
멀티교회 개척은 공주꿈의교회로부터 전개된 멀티꿈의교회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모델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멀티교회 개척의 4축 통합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교회 개척의 6단계 과정이다. 4축 통합모델은 교회 개척자의 리더십, 협력적 목회 구조, 재생산을 위한 운영 시스템, 지역 사회 연계로 구성된다. 그리고 6단계 과정은 교회 개척 준비, 교회 개척 결정, 교회 설립, 교회 성장, 교회 성숙, 교회 재생산으로 이어진다. 이 두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멀티교회는 단순한 개척을 넘어 건강한 교회 재생산으로 나아갈 수 있다.

먼저 멀티교회 개척의 첫 번째 핵심은 교회 개척자의 리더십이다.
새로운 교회가 세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척자의 분명한 소명과 선교적 정체성이 필요하다. 교회 개척은 인간의 열심이나 전략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과 주권적 계획 속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개척자는 자신이 왜 교회를 세워야 하는지, 그 교회가 어떤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목회자의 패러다임과 목회 철학의 변화가 없다면 선교적 교회 개척은 가능하지 않다.
멀티교회의 개척자는 선교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회는 자기중심적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중심의 선교적 공동체이다. 따라서 개척자는 성도들을 단순한 예배 참석자로 머물게 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역자로 세워야 한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정과 직장과 사회 속에서 보냄 받은 자로 살아가도록 양육해야 한다. 또한 교회와 지역 사회의 관계를 선교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교회는 지역 사회로부터 고립된 섬이 아니라, 복음적 영향력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공동체이다.
교회 개척자에게는 영향력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멀티교회는 하나의 비전과 사명으로 연합하는 교회 공동체이기 때문에, 개척자는 교회의 철학과 사명과 전략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리더십은 단순한 지위가 아니라 영향력이다. 개척자는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계명과 대위임령을 삶으로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전 제시뿐 아니라 인격적 성숙, 지속적인 헌신, 섬김의 태도가 필요하다. 건강한 리더십은 교회를 지배하는 데서 나오지 않고, 교회를 섬기는 데서 나온다.
또한 멀티교회 개척자에게는 희생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교회 개척자는 교회를 자신의 성공이나 영광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거룩한 소모품이 되어야 한다. 개척 과정에는 반대와 오해, 자원 부족, 동역자 부족, 낯선 환경, 탈진의 위험이 따른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깊은 영성과 헌신이 필요하다. 멀티꿈의교회는 개척자가 가져야 할 태도로 탁월함, 갈급함, 절박함, 초연함을 강조한다. 탁월함은 남을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 안의 연약함과 게으름을 극복하는 것이다. 갈급함은 복음과 말씀에 대한 목마름이며, 절박함은 하나님께 매달리게 하는 영적 힘이다. 초연함은 교회의 주연이 목회자가 아니라 주님이심을 인정하는 영성이다.
교회 개척자의 리더십은 궁극적으로 위임하는 리더십으로 완성된다. 개척자는 모든 사역과 권한을 자신이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성도들의 은사와 잠재력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그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임 받도록 돕는 영적 코치가 되어야 한다. 사도 바울도 교회를 개척한 뒤 그곳에 훈련된 지도자를 세우고 리더십을 위임함으로써, 교회가 자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멀티교회 역시 개척 이후 새로운 리더를 세우고, 교회가 독립적이고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점진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멀티꿈의교회의 경우, 리더십 이양은 네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개척자가 사역을 직접 보여주고 위임받을 리더가 배우는 초기 학습 단계(I do, You watch)에서 출발한다. 이후 개척자가 주도하고 위임받을 리더가 함께 돕는 공동 사역 단계(I do, You help)를 거친다. 다음으로 위임받을 리더가 사역을 주도하고 개척자가 돕는 부분 위임 단계(You do, I help)로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위임받은 리더가 전적으로 사역을 감당하고 개척자는 뒤에서 지켜보며 격려하는 전적 위임 단계(You do, I watch)에 이르게 된다.
멀티교회 개척의 두 번째 축은 협력적 목회 구조이다.
초대교회는 고립된 공동체가 아니었다. 예루살렘교회와 안디옥교회, 그리고 각 지역에 세워진 교회들은 기도와 물질과 인적 자원을 나누며 복음을 확산시켰다. 멀티교회도 이러한 협력 구조를 통해 건강하게 세워진다. 개척 초기에는 재정, 인력, 시설, 프로그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 교회와 선 개척된 교회들이 자원과 경험을 나누면 개척 교회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협력 구조는 사역 자원의 공유뿐 아니라 리더십의 상호 보완도 가능하게 한다. 어떤 목회자는 설교와 가르침에 탁월하고, 어떤 목회자는 행정과 조직 운영에 강하며, 또 다른 목회자는 상담과 돌봄에 은사가 있다. 이러한 은사들이 서로 돕고, 보완해 줄 때 멀티교회는 더 건강하게 세워질 수 있다.
협력적 목회 구조는 비전과 사명의 일치를 이루게 한다. 각 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더라도 동일한 복음의 방향과 선교적 정체성을 공유한다면, 지역적 특수성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흐름 안에서 사역할 수 있다. 또한 한 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 봉사, 교육, 구제, 선교 프로젝트도 멀티교회의 연합적 사역을 통해 가능해진다. 위기 대응에서도 협력 구조는 큰 힘이 된다. 재정적 어려움, 목회자의 공백, 성도들의 이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개별 교회가 홀로 감당하기보다 네트워크 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 축은 재생산을 위한 운영 시스템이다.
멀티교회는 먼저 건강한 교회를 지향한다. 건강한 교회란 단순히 교세가 커지는 교회가 아니다. 예배, 교육, 교제, 봉사, 증거라는 교회의 다섯 가지 사명이 균형 있게 실현되는 공동체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께 부름 받은 백성들의 공동체이며, 그 본질적 사명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교회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성장한 교회는 다시 새로운 교회를 낳는다. 그러므로 멀티교회의 운영 시스템은 유지와 관리에 머물지 않고 처음부터 재생산을 목표로 설계돼야 한다.
네 번째 축은 지역 사회 연계이다.
멀티교회는 단순히 영적 필요만을 채우는 공동체가 아니라 지역 사회 안에 뿌리내리는 교회이다. 지역의 문화와 인구 구조, 실제적 필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카페, 서점, 지역 행사,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 다음 세대 프로그램, 문화 사역 등은 교회가 지역 사회와 접촉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변함없는 복음을 지역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황화의 원리이며, 멀티교회가 지역 연계형 교회 개척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멀티교회 개척의 실제 과정은 여섯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교회 개척 준비이다. 이 단계는 교회를 잉태하는 과정과 같다. 기도와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개척할 지역과 시기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지역 사회의 인구학적 특성, 문화적 맥락, 종교적 배경, 실제 생활 필요를 조사해야 한다. 세종시처럼 젊은 세대가 많은 지역이라면 청년과 3040세대 사역이 중요할 수 있고, 공주시처럼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면 돌봄과 케어 사역이 우선될 수 있다. 동시에 모 교회 성도들에게 교회 개척의 신학적 의미와 선교적 비전을 교육하여, 개척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임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둘째는 교회 개척 결정이다. 개척 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영적 확신과 공동체적 합의의 결과여야 한다. 멀티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교회 개척자가 되어 비전을 제시하되, 리더십 그룹과 성도들과 충분히 기도하고 논의해야 한다. 이때 법적 절차, 재정 계획, 인적 자원, 개척 멤버, 장소 선정, 설립위원회 구성 등이 구체적으로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함께했느냐보다 얼마나 개척자의 비전에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느냐이다.
셋째는 교회 설립이다. 설립의 핵심은 창립 예배이다. 창립 예배는 단순한 예식이 아니라 새로운 교회의 정체성과 비전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자리이다. 모 교회와 개척 교회의 연합을 확인하고, 지역 사회에 교회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다. 설립 이후 초기 1년은 교회의 정체성을 지역 사회와 성도들에게 각인시키는 시기이다. 열린 예배, 문화 행사, 봉사 활동, 다음 세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넷째는 교회 성장이다. 멀티교회에서 성장은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다. 성령의 감동이 있는 예배,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제자 양육, 가족 같은 교제, 기쁨으로 드리는 봉사, 삶에서 흘러나오는 전도와 선교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성도들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은사를 따라 리더와 사역자로 세워져야 한다. 팀 사역, 다음 세대 양육, 지역 사회와의 선교적 연결, 영성과 조직의 균형은 교회 성장의 중요한 요소이다.
다섯째는 교회 성숙이다. 성숙한 교회는 자립, 자치, 자전의 원리가 정착된 교회이다. 재정과 행정에서 자립하고, 성도들이 각자의 은사에 따라 사역을 감당하며, 교회가 스스로 복음을 전하고 지역을 섬길 수 있어야 한다. 멀티교회의 성숙은 독립성과 연합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각 교회는 자율적으로 사역하되, 동일한 비전과 사명 안에서 다른 멀티교회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 철학과 비전의 지속적 공유가 필요하다.
마지막은 교회 재생산이다. 멀티교회 개척은 하나의 교회를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최종 목표는 다시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다. 건강한 교회는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생명을 나눈다. 재생산을 위해서는 성숙한 모 교회 공동체, 재생산적 리더십, 네트워크 지원 체계, 선교적 비전의 내재화, 지역 사회와의 연결,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교회 개척과 성장, 성숙, 재생산이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때 멀티교회는 지역과 세대를 넘어 복음을 확장하는 선교적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멀티교회 개척은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다. 그것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한 선교적 실천이다. 교회 개척자의 리더십, 협력적 목회 구조, 재생산을 위한 운영 시스템, 지역 사회 연계가 함께 작동하고, 준비에서 재생산까지의 단계가 성실히 진행될 때 멀티교회는 한국교회 안에서 실천 가능한 건강한 교회 개척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배창효 목사
공주꿈의교회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공동 목회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