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침례신학대학교 학교법인이 이사 선출 문제로 오랜 내홍을 겪은 끝에, 교육부 이사 파송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결론을 맞이하며 일단락됐다. 현재 이사회는 피영민 총장을 비롯해 윤양중·임원주 이사 등 3명의 교단 측 이사와 7명의 교육부 파송 이사 체제로 재편되며 형식상의 정상화를 이뤘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도 관선이사(임시이사) 파송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핵심 쟁점은 후임 이사 선출 문제였다. 전원 관선이사로 구성됐던 과거 이사회는 총장 선출 등 학교 정상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외부의 손에 학교의 운명을 맡겨야 했던 기억은 교단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이번 교육부 이사 파송 체제는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는 '진정한 정상화'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여전히 총회가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가 수용하는 과정은 난제 중의 난제로 남아 있다. 그간 총회는 각 기관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고려해 적임자를 파송해 왔다. 이는 교단의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기관의 독립적 운영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이것이 총회와 교단의 뜻에 반하는 '권력화'로 변질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침례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개교회와 협력하며 하나님 나라 확장과 복음 전파라는 공동의 사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사 선임 문제는 단순히 인사권을 넘어, 교단의 결정을 존중하고 화합을 도모한다는 대원칙 아래 매듭지어졌어야 했다. 결국 교육부 파송 이사들의 결정에 학교의 향방을 맡겨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했지만, 이제는 정쟁과 갈등을 멈추고 현재의 이사회를 존중하며 학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특히 한국침신대가 마주한 ‘평가인증 유예’라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학령인구 급감, 신학교 학제의 경쟁력 약화, 지방 대학이라는 지리적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 목회자 양성에 대한 개교회의 무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선지동산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 위기는 특정 개인의 잘못이나 과오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교단 구성원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직시해야 할 생존의 문제다. 더 이상의 비난과 질타, 근거 없는 비방이나 주무 관청 민원 제기 등 학교의 발목을 잡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대안 없는 부정적 견해를 흩뿌리는 것은 학교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할 뿐이다.
현 학교법인이 이사회를 통해 모든 회의 내용을 실명으로 공개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처럼, 우리 또한 생산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서글픈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한국 침례교회의 유일한 신학 교육 기관인 한국침신대가 다시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지금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학교를 향한 뜨거운 기도와 실질적인 협력이 절실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