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는 지난 2월 19~23일 전국의 담임목사 521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 직분·제도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임목사의 56%만이 ‘직분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나머지 44%는 보통이거나 필요하지 않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여 직분제가 필수적이라는 전통적 인식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직분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원인으로는 가장 많은 34%가 ‘교회 안에 불필요한 위계질서를 만들기 때문’을 꼽아, 직분이 섬김의 도구가 아닌 서열화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세속적 기준의 개입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회 허리 세대인 젊은 층의 직분 기피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담임목사의 58%는 ‘젊은 세대(20~40대)가 직분을 맡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꺼리는 이유로는 ‘과도한 헌신과 봉사에 대한 부담’이 71%로 압도적이었는데, 이러한 심리적 압박은 소형교회(67%)보다 500명 이상 대형교회(86%)에서 정비례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담임목사의 67%는 젊은 세대의 참여 확대를 위해 자격과 기간, 역할 조정 등을 포함한 직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오래된 행정 관습과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도 확인됐다. 당회, 제직회, 기획위원회 등 교회의 회의 및 보고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응답은 41%에 그쳤으며, 소형교회와 젊은 목회자 층에서 불만이 더 두드러졌다. 아울러 목회자의 84%는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목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81%는 ‘관습적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보다 핵심 사명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성장하는 교회와 쇠퇴하는 교회 간의 제도 인식 격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성장하는 교회는 성경적 원리에 근거해 직분제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52%)가 쇠퇴하는 교회(44%)보다 높았고, 목회 부담 감소와 성도 신앙 성숙 등 직분제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반면 쇠퇴하는 교회는 전통적 관행 때문에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불신(40%)이 높았고, 당회 등 행정 체계의 효율성 인정 비율은 30%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번 조사는 한국교회의 직분제와 관습적 제도가 더 이상 당연한 전통으로만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핵심은 직분을 서열이 아니라 사역 기능으로 재정의하고 임기제나 유연한 참여 구조를 도입해 핵심 사명에 조직을 다시 연결하는 본질 회복에 있다”고 평가했다.
범영수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