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10,000~5000년 사이를 신석기 시대(Neolithic)라고 부른다. 수렵생활을 하던 인류가 드디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그러니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착생활, 집단생활, 또 그에 필요한 도구들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정교하게 발전했을 것이고, 집단생활을 효과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 그에 따르는 사회조직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석기시대 후반부(주전 6400~5800)에 이르러 사람들은 드디어 흙을 이용해서 다양한 크기의 토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런 문화는 이스라엘 어느 곳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출애굽 당시 성경에 등장하는 여리고 도시가 그중에 하나였다. 여리고는 고대 근동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시대의 도시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석기 후반부(주전 6400~5800)의 토기 문화가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고 근동지역에서 최초로 가장 혁신적인 농사 문화의 발전을 이루고 선도했던 도시는 따로 있었다.
그곳은 갈릴리 호수 남쪽에 위치한 장소였다. 신석기시대 후반부에 이 지역에서 일어난 문화를 학자들은 ‘야르묵키안 문화’(Yarmukian culture)라고 부른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유적지는 야르묵강 근처에 위치한 ‘샤하르 하골란’(shar hagolan)이다. 1947년 인근 기브츠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에 의해서 우연히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발굴 작업은 모세 스테켈리스(Moshe Stekelis, 1940~50년대)와 요세프 가핑클(Yosef Garfinkel, 1989년 이후)에 의해 진행됐다.
특히 가핑클은 샤아르 하골란 유적지에서 수백 개 이상의 토상(figurines)을 발굴했다. 오늘날 이곳 키부츠에서는 인근 텔(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유적지에서는 돌로 포장된 대로와 골목길, 마당이 있는 주택, 즉 계획된 도시와 흙으로 만든 대형 토기 등이다. 그야말로 오늘날 신도시, 혁신도시인 셈인데 근동지역 그 어디에서도 이렇게 발달된 신석기시대의 도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주인공들이 남겨놓은 유물들 가운데 유독 나의 시선을 압도했던 것이 이스라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이 유물이 지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며 그리고 가장 특징적인 유물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바로 흙으로 만들어진 여신(goddess) 즉 이 시대의 아이돌(idol/우상)이다.
특별히 문하타 유적지에서 발굴된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이 대표적인 우상인데 이스라엘 고고학 박물관 초입에 전시되어 유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이 아이돌의 특징은 엉덩이가 유난히 강조됐고, 팔뚝은 남자의 팔뚝 이상으로 발달된 모습이다. 그리고 가슴은 팔로 감싸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여신의 얼굴이 아주 독특하다. 얼굴과 머리가 구분이 되지 않고, 길고 단순하게 처리됐는데 머리라고 말하기보다는 남성의 생식기를 표현한 모습이다. 그러니 여자의 몸과 남자가 혼재된 모습을 하고 있는 여신인 것이다. 또한 이 여신의 눈이 아주 특징적이다. 길쭉한 모양이 밀, 또는 곡식의 알갱이 모양과 같다.
오늘날 젊은 사람들이 ‘아이돌/idol’이라고 부르는 대상들이 있다.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노래뿐만 아니라, 젊고, 미모도 갖추고,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 인기, 사랑을 열광적으로 독차지할 뿐만 아니라, 추종하는 사람들의 정신, 삶의 패턴과 방식까지 사로잡아버리는 그래서 신앙의 대상이 될 정도라는 표현으로 ‘아이돌/idol’(우상)이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
그런 면에서 사진에서 보는 저 토기상은 주전 6,500년 전 갈릴리 주변지역에서 농사를 주업으로 생활했던 사람들에게는 분명 최고의 ‘아이돌’이었음이 분명하다. 농업을 주업으로 했던 그 시대 그들에게 인생 최고의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주업인 농작물의 ‘넉넉한 소출’, 그리고 충분한 노동력 즉 ‘다산’(이 당시 많은 사람이 20세 이전에 죽고, 보통 30세까지 살았으며, 간혹 50세까지 살았던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필요에 최대한 부합된 것이 만들어졌는데 여자의 몸에 남자의 생식기가 혼재 돼 있고, 눈을 곡식 알갱이로 장식한 여신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 갈릴리의 ‘아이돌’이 된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보면 시대에 따라서 또는 개인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대상이 ‘아이돌’ 즉 우상인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시대적 우상, 개인적 우상이 존재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우상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경현장연구소
김상목 소장
신광교회 협동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