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사업은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거시적 차원의 결단이다. 수도권 과밀화와 독점 현상이 몰고 온 지역 불균형은 국가적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치명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특정 지역에 자본과 인프라가 집중되는 구조적 왜곡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조치다.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은 오늘날 우리 교단이 처한 영적 지형도와 선교 현장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교세가 밀집된 반면, 영·호남을 비롯한 취약 지역의 개교회들은 급격한 인구 유출과 교세 약화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복음의 균형적 발전과 교단 생태계의 건강한 복원을 위해 총회 차원의 전략적이고 대대적인 투자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교단 내부에서도 교세 약세 지역과 미자립교회를 돕기 위한 여러 지원책이 실행돼 왔다. 그러나 지난 사역들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단발성 순회 집회나 일회성 성금 전달, 혹은 일시적인 봉사 활동에 그쳤다는 점을 엄중하게 자성해야 한다. 뜨거운 열정으로 한 차례 집회를 치르고 떠난 뒤, 황량한 현장에 홀로 남겨진 목회자와 성도들이 느꼈을 영적 허탈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이전보다 가중되곤 했다. 침례교 신앙은 개교회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이는 결코 약한 이웃 교회를 고립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초대교회가 안디옥 교회를 선교 거점으로 삼아 이방 지역으로 복음의 지경을 넓혀갔듯, 약해진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거점 형성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이제는 일회성 행사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기획적이고 선제적 거점 교회 세우기에 교단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해당 지역의 영적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전략 거점 교회를 신설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교회를 엄선해 집중적인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단단히 뿌리를 내린 거점 교회는 단순히 한 교회의 부흥에 그치지 않고, 인근 지역의 미자립교회들과 유기적으로 연대하며 예배와 목회 자원, 차세대 교육 프로그램, 지역 섬김 인프라를 공유하는 중심축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교단 구성원 모두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지형 분석을 통해 선교 거점을 선정해야 하며, 일시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거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지역 복음화가 이뤄질 때, 비로소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동반 부흥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한 몸의 특정 기관이 병들고 약해지면 몸 전체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듯, 교단 내 특정 지역의 침체는 침례교 전체의 영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가적 투자가 미래를 향한 담대한 결단이듯, 취약 지역에 거점 교회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일은 침례교의 백년대계를 위한 거룩한 사역이다. 전국 곳곳에 든든한 거점 교회를 세워 지역 복음화의 토대를 단단히 다질 때, 우리 교단의 푸른 계절은 특정 지역을 넘어 전국 모든 곳에서 만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