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가시밭길을 걸었던 프랑스 프로테스탄트 위그노의 숨결이 348년의 세월과 대륙을 건너 한국교회에 닿았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연합개신교회(EPUdF)가 프랑스 개신교의 뿌리인 위그노 가문이 대대로 보존해 온 1678년 제네바 불어 성경을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이사장 이영훈 목사, 관장 안교성 목사)에 기증했다. 기증식은 지난 8월 30 일 프랑스 북부 릴 소재 피브-릴프랑스연합개신교회에서 열렸다.
이번에 기증된 성경은 1588년 종교개혁자 테오도르 드 베자가 펴낸 불어 성경의 개정본으로, 동일 판본이 스위스 제네바 도서관과 미국 성경박물관에만 소장돼 있을 만큼 사료적 가치가 높다. 뒤몽 가문이 신앙의 박해 속에서 목숨처럼 간직해 온 이 성경은 표지와 서문 등 일부 장이 뜯겨 나간 상태다. 당시 위그노 색출에 나선 가톨릭 왕당파 군사들이 문맹인 탓에 ‘성경’(Bible)이라는 단어만 식별해 압수하자, 군사들의 눈을 피하고자 단어가 적힌 성경책 앞뒤 부분을 뜯어내 숨겼던 박해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유물은 1569년 몽콩투르 전투에서 전사한 안투안 뒤몽을 시작으로, 1685년 낭트칙령 철회 이후 제네바 망명과 프랑스 귀환 등 모진 풍파를 거쳐 직계 후손들에게 장자상속으로 전해졌다. 이후 외손 계열인 미셀 몽쟁을 거쳐 그의 아들이자 가톨릭 신자인 릴 제1대학 피브-릴 객원교수 피에르 몽쟁이 프랑스연합개신교회를 통해 한국교회 기증을 결단하면서 제네바와 파리, 마르크앙바뢸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긴 여정을 맺게 됐다.
기증자 피에르 몽쟁 교수는 “이 성경은 공포와 침묵, 망각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며 “가톨릭 신자인 우리 가족이 이 성경을 한국 개신교 박물관에 전하는 일이 평화와 일치, 복음 메시지에 대한 신실한 응답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이사 손달익 목사는 답사를 통해 “이 성경에는 지난 수백 년 동안 프랑스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지켜온 신앙과 고난, 인내의 역사가 깊이 배어 있다”며 “몽쟁 교수 가족이 세대를 이어 지켜온 정성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까지 안전하게 전해지도록 보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기증식에서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측은 이사장 이영훈 목사 명의의 감사패와 함께 최초의 한글 성경인 ‘예수셩교전서’ 영인본을 전달했다.
양국 교회의 교류는 학술 영역으로도 확장됐다. 기증식에 이어 지난 9월 1~4일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에서는 “세계 선교의 원형으로서의 디아스포라 위그노”를 주제로 ‘1회 위그노 역사·선교포럼’ 이 열려 종교 난민이던 위그노의 역사를 현대 디아스포라 선교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범영수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