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 거기에서 만나주신 하나님(2)

  • 등록 2025.06.18 15: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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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경을 보는 창(3)

우리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것 가운데 하나는 성경 사건의 배경이 되는 풍습, 자연, 지형, 그리고 식물들에 대한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이 우리의 자연환경과 매우 다른 지역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로뎀나무’는 그런 것 가운데 대표적인 하나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


또한 로뎀나무는 성경 현장답사를 하면서 우리를 가장 놀라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대부분 성도들은 로뎀나무를 느티나무나 소나무처럼 아주 커다란 나무로, 그래서 많은 그늘을 만들어내는 나무로 생각한다. 아마 주일학교에서부터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왔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도서에서 로뎀나무를 느티나무처럼 그려놓은 것을 보고 ‘책을 펴내는 곳에서, 저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로뎀나무는 히브리어로 ‘rotem’(영어로 white broom)이라고 불리는데, 묵다, 속박하다를 의미하는 ‘rotena’가 어근이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빗자루를 만들던 싸리나무와 흡사한 모습으로, 1.5~3m까지 자라며, 우기가 끝나갈 무렵인 2~3월에 마치 안개꽃과 같은 흰 꽃을 피우게 된다. 이스라엘에서는 해안지역의 모래 구릉지, 산지, 브엘세바 지역(남방), 그리고 건조한 광야(와디-건천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로뎀나무는 두 가지 특징적인 의미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아주 비천한 사람의 모습’을 상징하는 나무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광야의 뜨거운 태양 빛을 피하기 위해 변변치 않은 그늘을 제공하는 로뎀나무 밑에 앉아 있는 사람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나무 밑에 앉거나 머리를 디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비천하고 가련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피해 광야로 도망친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 앉아 죽기를 청하는 모습과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다음으로 로뎀나무는 성경의 주인들에게 ‘꺼지지 않는 불씨’를 상징한다. 왜냐하면 로뎀나무는 고대로부터 유목민이나, 광야를 여행하는 나그네, 그리고 광야에 거주하는 베두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땔감으로 사용됐는데, 이 나무의 숯불은 불씨가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광야의 겨울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서, 체감온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춥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런 자연환경에서 베두인(광야의 유목민)들은 로뎀나무 숯불을 넓게 펼친 다음, 모래와 자갈로 덮고 그 위에 매트를 깔고 추운 겨울밤을 이겨낸다. 모래와 자갈로 로뎀나무 숯불을 덮어도 쉽게 꺼지지 않는 특징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로뎀나무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루살렘 탈무드에는 ‘장막절에 피워놓고 떠난 로뎀나무 불이 유월절에 돌아와 보니 아직도 타고 있더라!(Jerusalem Talmud, Pe’ah1,1)’라는 말이 있다. 장막절(9~10월)에서 유월절(3~4월)까지는 약 5개월인데 이스라엘에서 이 시기는 비가 내리는 우기이다. 비를 맞아도 로뎀나무 숯불은 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바벨론 탈무드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광야를 여행하면서 로뎀나무로 불을 지펴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1년 뒤에 그 자리에 다시 가보니 아직도 불씨가 꺼지지 않았더라(Baba Batra 74b).’ 미드라쉬에서는 ‘겨울에 피운 로뎀나무 불이 여름을 지나, 다시 겨울이 오기까지 8개월 동안 그 불씨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Breshit Raba 95,19).’ 누가 봐도 과장된 표현이지만 로뎀나무 불씨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시편 120편을 우리는 이와 같은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호와여 거짓된 입술과 속이는 혀에서 내 생명을 건져 주소서 너 속이는 혀여 무엇을 네게 주며 무엇을 네게 더할꼬 장사의 날카로운 화살과 로뎀나무 숯불이리로다”(시편 120:1~5)


시편 기자는 거짓되고, 속이는 말을 장사의 화살과 로뎀나무 숯불로 비유하고 있다. 시편의 저자는 거짓된 말 즉 혀에 징벌을 요구하면서 역설적으로 거짓된 말의 파괴력과 그 속성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장사의 화살만큼이나 멀리 날아갈 뿐만 아니라 또한 그 파괴력이 대단해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위력적인 것이다. 미드라쉬에는 ‘로마에서 말하면 시리아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격언이 있다. 한국에서 내뱉은 악한 말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죽이고도 남는다.

 

 

어디 그 뿐만인가? 말을 통해서 받은 아픔은 마치 로뎀나무 숯불처럼 가슴에 상처로 남아 무덤에 들어가지 전에는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베드로는 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그치며 그 입술로 거짓을 말하지 말고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벧전 3:10~11)


말의 위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말에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도 있기 때문이다. 범고래 조련사인 데이브는 웨스에게 범고래와의 관계도 인간 사이의 관계와 다르지 않으며, 멋진 쇼를 하게 만드는 비결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 그리고 격려라고 말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성서의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로뎀나무 숯불의 특성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의 위력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머지않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부모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먹고 지금의 내가 된 것이 아닌가?

김상목 목사
성경현장연구소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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