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이란 말이 있다. 물론 비속어다. 그래서 국어사전적 의미를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용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그 의미를 산정할 수는 있다.
이 말은 원래 주로 아이들끼리 사용하던 비속어로 머리 나쁜 혹은 멍청한 말썽꾸러기라는 의미로 사용됐는데 일반적으로는 그런 경우 바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나중에 ‘극우 꼴통’이나 ‘극좌꼴통’과 같은 사회적 의미를 가진 말로 사용되면서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막무가내라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말썽꾸러기라는 의미가 더해졌다고 생각한다.
그 의미를 통해 꼴통이라 취급되는 사람들의 문제를 세 가지로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매우 치열하게 전개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주장의 근거가 박약하거나 엉터리거나 일방적이며 억지스러운 경우가 많고 주장의 전개도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점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합리적 보수’ 라는 호칭도 ‘극우꼴통’이 보편타당한 합리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차별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는 자기중심적 전제하에 모든 것을 시작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일 것이다. 그러한 자기중심성은 자신과 다른 주장이나 그런 사람들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며 심지어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둘째는 막무가내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만이 옳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는 자신과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기와 다른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것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추종할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 강제한다. 소통은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대화와 토론이 필수적인데 이런 것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그들 꼴통들은 정치적으로 독재적이다.
대화와 토론에는 반드시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경청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상대를 멸시하고 조롱하며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소리칠 뿐이다.
셋째는 말썽쟁이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사람을 반대세력 즉 적이라고 규정 하고 적대시 한다. 적은 무너뜨려야할 대상이므로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공격한다. 그러한 그들의 행동은 언어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폭력성을 띠게 되므로 심각한 갈등과 충돌을 야기한다. 이런 일들은 사회 전반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
물론 민주적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회라면 꼴통들의 언행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분별하며 오히려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그들을 제어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는 양극화와 갈등이 심화 된다. 더욱이 그런 꼴통들이 정치세력들에게 이용당하게 되면 그 폐해는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사회 전체가 그들의 영향력을 얼마나 강하게 받느냐 하는 점은 각기 다르다. 그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사회일수록 정치적 문화적으로 후진적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우리 국민의 특성 중의 하나로 알려진 단일성과 획일성 그리고 어느 한 쪽으로 잘 쏠리는 극단성이 그런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 주장을 하는 것이나 그런 것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았던 근현대사의 뼈아픈 상흔은 많이 치유되었다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한국 사회는 꼴통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토양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바탕 위에 한국 기독교가 서있고 우리 침례교회가 서있다. 한국 교회에서 우리교단은 진보와 보수 중에 보수로 분류된다.(우리가 동의를 하든지 안 하든지) 한국적 토양에서 진보와 보수 둘 다 꼴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 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임을 믿는 우리이기에 구원의 복음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침례교단은 그 신학적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매우 넓은 교단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자유를 가장 중요한 이념 중의 하나로 삼고 있기 때문에 매우 개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우리는 어떤 세력의 강요와 강제도 거절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특성을 잘 살리기만 해도 꼴통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성경 안에서 세워진 온정적 개인주의와 자유정신은 한국 교회로 하여금 꼴통에 빠지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나의 지나친 기대일까?
고성우 목사 / 반조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