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회를 다니게 된지 2년 정도 지났을 때, 영적 세계에 대해서 눈이 열리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마귀’가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늘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살아온 나에게 보이지 않는 ‘마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으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리고는 성경에서 ‘귀신’이라는 단어에 모두 동그라미를 치며 성경을 자세히 읽었다. 나는 마귀가 실제 존재하고 있음을 성경이 분명히 증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말씀이라고 하나님의 말씀을 경하게 여겼었던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마귀’가 실제로 존재하고 우리들의 실제 삶에 역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다 마귀에게 속고 사는구나!’였다. 마귀는 거짓의 아비(요8:44)로 ‘돈만 있으면, 명예만 있으면, 뭔가 소유하면 행복할거야!’하는 생각을 사람들 마음속에 넣어 준다. 사람들은 마귀가 주는 이 생각에 속아 일생을 마귀의 종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마귀에게 속아 평생을 종노릇 하다가 지옥에 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껴 교실마다 다니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복음을 증거했다.
이렇게 나는 마귀가 실재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나의 모든 인본주의적 생각이 떠나가고,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 ‘마귀’나 ‘영적전쟁’을 말하는 것이 진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적(敵)과의 싸움에서 실패하게 되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적(敵)을 분명히 아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엡6:13). 그리스도인의 3대 적(敵)은 마귀, 세상, 우리 안에 있는 육신(flesh)이다.
먼저 마귀는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을 대적해 쫓겨났으며, 아담에게 역사해 선악과를 따 먹게 유혹했고,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시험한 놈이다. 또한 가룟 유다에게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어 결국 자살하게 만든 것도 마귀이다. 그 동일한 마귀가 지금도 이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귀는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듯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각자마다 타당한 생각을 넣어 마음을 혼미케 하여 예수를 믿지 못하게 한다(고후4:4). 그리고 마귀는 들은 말씀이 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온갖 방법으로 기도를 막고, 사람의 의지(意志)를 빼앗아 결국 말씀을 빼앗아 간다(눅8:12).
내가 이러한 마귀와의 싸움에서 승기(勝機)를 잡은 것은 내 안에 전능하신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한 때 부터였다. 그전에는 ‘보이는 현상’이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보다 크게 보이니 인간적인 나의 힘으로 싸워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부활을 통해서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이 선명하니 마귀와의 싸움에서 흔들림 없이 대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귀에게 붙잡힌 사람을 만나도 나타나는 현상에 연연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말씀을 넣어주고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 승리하는 비결임을 알게 됐다.
두 번째로 그리스도인들이 싸워 승리해야 할 또 다른 적(敵)은 ‘세상’이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가 선명치 않으면 푯대를 향해 달리다가도 세상에 미련을 두고 뒤돌아보기에 나중에는 데마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의 부활은 세상을 나의 관점이 아닌 하나님의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어둠이라고 하신다(요1:5). 왜냐하면 세상 임금이 마귀이고, 모든 사람이 자기가 주인되어 마귀와 같은 중심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귀는 세상의 미끼를 던져서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푯대를 향해 달려가지 못하게 한다. 마귀가 던져주는 세상의 미끼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다(요일2:15,16). 그리스도인이 이런 것을 받아먹게 되면 마음이 둔해져서 분별력을 잃게 되고(눅21:34), 말씀에 대한 감격도 잃어버리고, 어느덧 감각없이 세상과 간음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약4:4). 온 세상은 악한 자(마귀) 안에 처해 있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요일5:19).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주(主)로 믿는 자들만이 이 세상을 이길 수 있다. 부활을 통해 영원한 나라가 선명해 지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배설물이라는 것을 정확히 안 사람들만이 바울처럼 영원한 푯대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 임금인 마귀를 대적하면 마귀도 피해 도망가는 것이다(약4:7).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가장 치열한 싸움은 무엇보다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육신(옛습관)’과의 싸움이다(롬7:22-25).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내가 주인 된 괴물인 옛사람을 십자가 못 박아 죽이셨다. 그리고 새로운 피조물, 즉 예수님과 연합된 영원히 온전케 된 존재로 만들어 주셨다. 이것이 거듭난 나의 신분이고 진짜 나이다.
이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안에서 나오는 옛사람의 습관들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놓치고, 자신을 바라보며 낙심하고, 심지어는 구원의 확신까지 흔들린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정확하게 알게 될 때 죄를 짓더라도 보혈을 의지하여 자백하고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주인 되어서 예수를 믿지 않았던 죄가 얼마나 악랄한 죄인지 성령의 비췸을 받은 사람은 믿은 후에 짓는 죄에 대한 자백의 수준 역시 처음 회개할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자백하게 된다.
우리가 마귀의 종으로, 세상의 정욕대로 살던 육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마귀에 대해 승리하는 것이고 세상에 대해 승리하는 것이다. 옛 습관을 이기는 비결은 어떤 금욕적인 방법이 아니라 오직 성령의 능력에 있다(갈5:16).
우리가 보혈을 의지하여 나갈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시며(요일1:7,9), 깨끗해진 우리에게 성령께서는 말씀과 기도를 통해서 육신의 소욕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신다. 보혈이 있는 곳에 성령께서 역사하시고, 성령께서 역사하시면 말씀의 능력, 기도의 능력으로 치열한 영적 싸움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바울은 사도행전 20장에서 자기를 따르게 하고, 파당을 만드는 흉악한 이리가 교회에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교회 공동체가 세워지는 데는 치열한 영적 싸움이 따른다. 에베소서와 같이 복음과 나의 신분을 알고, 공동체를 알고 그리스도인의 정상적인 삶과 성령 충만한 삶을 다 살고 있어도 에베소서 6장에서 나오는 ‘영적 싸움’에서 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 침례교회가 성령의 권능으로 영적 싸움에서 승리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공동체로 세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성로 목사 / 춘천한마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