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Populism)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들과 연관해서 ‘포퓰리즘’이란 말이 자주 쓰인다.
몇몇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검토해보니 이 말의 의미가 서민정책 또는 사회복지정책을 가리키는 말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포퓰리즘을 간단이 정의하면 인기영합주의이다. 위정자나 정치인이 미래지향적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책임한 정책적 재정적 혜택을 제시하거나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선거철만 되면 무상급식과 고속도로 지선 건설 등 지역주의에 기인한 복지 공약이 남발되더니 얼마 전에는 서울 경기지역의 몇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청년실업자들에게 매 월 일정액의“청년수당”이란 것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해서 물의를 빚고있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과 수당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우리 실정에는 무상급식 보다는 노후 교실과 체육관 등의 시설보수가 시급하다.
무상급식 재원의 일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지만 나머지는 교육청이 떠안고 있어서 이로 인해 각 급 학교에는 시설 보수(補修)예산이 줄어들어 낡은 건물을 보수하지 못해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보도에 의하면 교육청은 수 조(兆)원이 부족한 재원으로 2016학년도 예산을 세워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 중에도 이미 2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광역시기 있고, 그 밖에 다른 시 도의 재정상태도 넉넉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행정 기관의 의무는 법이 정한 기본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지 시민에게 직접 밥을 떠먹이고 돈을 쥐어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 아르헨티나의 페론(후안 도밍고) 정권은 1946년부터 55년까지 나라를 통치하면서 서민중심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경제적 하층민을 위해 분에 넘친 혜택을 베풀었다. 한 때 페론은 서민의 아버지로 칭송받기도 했으나 그의 통치 기간 동안 국고가 고갈되어 그 후 수십 년간 국가는 경제파탄이라는 파도 위에서 위험한 곡예를 해야 했다.
또한, 2003년부터 2015년까지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과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연달아 국가를 통치하면서 국민연금을 국고로 환수해서 열아홉 번에 걸쳐 연금을 인상 지급하고 복지 정책을 확대했다. 페론 정권 10년과 키르치네르 부부의 12년에 걸친 퍼주기 정권을 거치는 동안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경제대국에서 채무불이행국가(Default)로 전락하고 말았다. 명백한 소수 정치 지도자의 포퓰리즘의 결과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의 반을 빈곤과 공포의 질곡에 밀어 넣은 공산주의 역시 실현가능성도 없는 이상(理想)을 내세워 혹세무민(惑世誣民)한 포퓰리즘의 한 유형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정치인이 복지에 관한 공약을 할 때는 그것이 진정 나라의 장래를 위한 원대한 계획인지 단지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술책인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