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이른 아침 엄마가 일하러 나간 빈 집에서 아이는 종일 엄마를 기다린다. 낮에는 배가 고파 찔레 꽃잎[순]을 따 먹으면서도 “엄마엄마”를 부른다. 엄마는 밤이 늦어 [품삯으로 받은 곡식을 이고] 하얀 버선 발목을 바쁘게 아이가 기다리는 집을 향한다. 마지막 2행은 어린 딸(성별 표시 없지만)이 자라서, 지금은 다른 세상으로 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다. 찔레꽃은 진달래와 봉숭아 개나리 등과 함께 가난과 더불어 우리민족의 정서에 깃들어 피고 진 꽃이어서 노랫말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해온다.
<찔레꽃>을 쓴 시인은, 대구 출신 월북 문인 윤복진(1907-91)이 분명한데 1920년에는 이태선이, 1930년 ‘신소년’ 잡지에는 이원수(1911-81)가 각각 같은 제목으로 조금씩 다른 내용의 시를 발표했다. ‘문학세계’와 대구문학관 등이 윤복진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고 그의 유작을 모아 전시했으나 작사자가 여럿 나타난 이유를 찾지는 않은 것 같다. 윤복진은 6·25 때 월북했고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발표금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근래 이 동요가 이연실 작사로 표기되어 YouTube와 네이버 등 인터넷사이트에 올라 있다. 짐작하건대, 이연실이 개사(改詞)해서 노래한 것을 누구인가 작사(作詞)로 잘못 기록한 것 같다.
<찔레꽃>에 붙여진 곡은, 국민작곡가 박태준(1900-86)이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로 시작되는 자신의 <기러기> 곡에 올려 발표한 것이다.
<찔레꽃>은 <반달> <고향의 봄> <오빠생각>처럼 만인에게 사랑 받는 동요이므로 더욱 출전(出典)이 분명해야 하겠다. 앞으로는 <윤복진 작사/박태준 작곡/이연실 노래>로 정정해서 표기되기 바라며, 차제에, <작사 작곡 개사 편곡> 등의 개념표시도 분명히 해야 하겠다.
이연실은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이지만 애절하고 고운 내용의 동요를 한이 서린 듯 신명을 다 해 불러서 노랫말의 정서와 의미가 청자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뭇잎 배>를 부른 정목(조계종 소속 스님)의 떨리는 듯 맑고 고운 음성이 그 동요를 살려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연실이 오랜 침묵을 깨고 나와 고운 음성으로 다시 불러주기 바란다.
오늘은 입춘, 피로한 목양 길에도 찔레꽃 필 5월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