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져가지 마세요

  • 등록 2016.04.21 09:41:47
크게보기

로뎀나무 아래서-11

2006년 이용규 선교사님의 “내려놓음”이라는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어디를 가나 “내려놓음”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보거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내려놓음”은 내가 내려놓으면 그때서야 내 삶에 하나님께서 어떤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인도하시며 역사하시는 지를 깨닫게 되는, 우리가 다 알고는 있지만 막연히 실천이 잘 안되는 부분에 대한 강한 도전이 되는 책이라고 다들 감동의 얘기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내려놓음”은 비기독교인들에게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 “내려놓음”으로는 부족함을 아셨는지 속편 형식의 “더 내려놓음”이 201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내려놓음”의 참된 본질과 의미를 실질적으로 묘사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내려놓음”을 실천할 것인지를 가르쳐주고, 거기에 대한 오해도 풀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근본적으로 이 “내려놓음”이란, 십자가를 통해 우리의 자아가 죽음을 맞이하고 하나님으로 우리 안을 가득 채운다는 의미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으로 우리 안이 가득 참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흘러나오는 우리의 언행심사가 바로 “내려놓음”의 삶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도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아마도 그 깊은 의미에서는 일맥상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 너무나 어렵고 막막할 때 예배당을 찾든지, 기도원을 올라가서 작정하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우리가 하나님 앞에 기도를 통해서, 고민과 염려, 질병과 고통, 관계의 어려움과 진로의 막막함 같은 것들을 다 내려놓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내어놓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우리의 형편을 헤아리사 응답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그렇게 하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의 평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성도들이 그렇게 꺼내놓은 문제를 하나님 앞에 완전히 내려놓고, 손털고 일어나는데 실패하고는 다시금 주섬주섬 싸들고 기도의 자리를 일어서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껏 들어달라고, 도와달라고, 맡아달라고, 응답해달라고 기도하고는 다시 자기 짐으로 짊어지고 삶의 자리로 힘겹게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너무 힘들어지면 다시 기도의 자리로 들고 나와서 하나하나 펴보이면서 꺼내놓았다가는 또 다시 싸들고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기도를 했다고 바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확실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그 형편이 하나님께 아뢰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가복음 11:24절,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하신 약속의 말씀을 신뢰하고 기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확신할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보장하시니 그 말씀을 의지하고 믿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역사가 우리의 삶으로 흘러들 영역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 알아서들 지금 나에게 있는 문제, 약점, 혹은 특별한 성공의 경험까지도 다 내려놓고 겸손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을 의지할 수만 있다면야 우리의 삶이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성령 충만한 삶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했다고 생각된다면 적어도 마음 들여 기도한 것만이라도 하나님 앞에 내어놓고, 거두지 말고 거기 두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 기도에 역사하실까를 기대함이 우리 성도들이 취할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믿음은 너무나 적습니다. 그래서 의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믿음의 삶을 향한 부단한 연습이 우리 믿음을 성장시킬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도할 때 내어놓은 것들은 좀 놓고 가기를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간섭하시고 역사하실 자리와 시간을 내어드릴 줄 아는 지혜롭고 복된 성도들이 다 됩시다.
이걸 목회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하루 한번 성경보기가 쉽지 않은 오늘의 성도들에게 변두리의 목사로서 섬길 수 있는 작은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소망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짧은 글 한 줄로 성도들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목사가 되리라’고….

/배동훈 목사 남성대교회, 침례교 군목단장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 Copyrights ⓒ침례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6길 10, 11층 침례신문사 (02) 2681-9703~5 Fax (02) 2681-9706 bbbbb9191@naver.com l bpress7@hanmail.net 등록번호 : 서울, 다06725 | 등록일 : 1977년4월14일 | 발행인 : 침례신문사 강형주 | 편집인 : 강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