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성서를 해석하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신학적 관점에서 주어진 본문의 원래적 의미를 찾는 것이다. 주어진 본문의 의미 파악은 성서 저자의 저술 목적과 주요 관점을 이해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글이든 그것을 이해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그 기록된 내용의 문학적 형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문학적 형태는 장르(genre)와 구조(structure)와 문체(style)라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로 구성된다. 독자가 어떤 문학 작품의 장르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글에 대한 해석은 달라진다. 실제로, 독자들은 픽션과 논픽션을 다르게 읽으며, 과학과 신화를 다르게 읽는다. 장르를 오해하면 글의 내용과 의미를 오해하게 된다. 저술가는 특정한 표현 방식을 택하여 자신의 생각과 뜻을 드러낸다. 장르는 그의 이러한 선택 곧 글을 쓰는 방식이다.
“장르”(Genre)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영어 단어 중에 “general”(일반적인), 또는 “generalization”(일반화) 같은 단어와 연관된다. 문학에 있어 하나의 장르는 유사성이라는 조건으로 서로 연관되는 본문의 한 종류를 말한다. 문학에서 장르에 대한 가장 단순한 정의는 서로서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한 그룹의 본문들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관점에서 본다면, 저자와 독자 사이에는 하나의 소통의 형태로서 교류(transaction)가 일어난다. 이때, 문학적으로 어떤 구성이나, 내용, 혹은 앞서 밝힌 내용에 대한 유사성을 내포하지 않는 본문은 독자에 의해 쉽게 이해될 수 없다.
따라서 일반화된 하나의 문학적 틀로서 장르는 저자의 사상을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에게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원리를 제공한다. 설교를 준비하는 설교자가 성서의 문학 장르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성서에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것은 장르의 차이에 관계없이 일반적인 성서해석학의 대 전제이다. 다만, 저자의 의미를 본문 안에서 찾아감에 있어 저자가 그의 메시지를 기록한 문학 형태는 그 다양성만큼이나 저자의 다양한 의미와 뜻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정한 메시지를 특정한 문학 장르를 빌어 밝히고 있는 성서 저자의 의도는 그 문학 형태의 특성 안에서 정확하게 파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마이크 그레이브스(Mike Graves)는, 설교는 내용은 물론 그 형식에 있어서도 성서 문학 형식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성서의 문학적 특성은 성서적 설교를 추구하는 이 시대의 설교자들에게 계시된 말씀을 어떻게 설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포스트모더니티의 한 가운데서 디지털 문화와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 청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설교 방법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담론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이야기 설교는 많이 소개되어 시행되고 있으며, 독서설교, 패널설교, 그리고 이미지를 활용한 다양한 설교 방식 등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교학적으로는, 청중과의 소통을 최우선적 관점에 두고 이야기 설교를 비롯하여 이미지 설교를 강조하는 신설교학(New Homiletics)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중대한 질문 하나는, ‘과연 이 시대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는가?’ 라고 하는 보다 설교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화려한 방법론 뒤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말씀의 부재현상은 현대 교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성서적 설교의 실천은 주어진 본문 안에서 하나님이 말씀 하시는 정확한 의미를 밝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성서적 설교를 추구하는 설교자가 성서 문학 장르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어떻게 적절한 설교 방법론을 택할 것인가에 관하여 집중하였다. 성서 문학 장르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 범위를 제한하였다. 장르적으로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약과 신약의 주요 장르 네 영역을 선정하고 각 영역의 석의적 특성을 살펴본 다음 그에 적절한 설교 구성 방식을 제안 하고자 한다.
I. 성서 문학 장르 이해
1. 성서 문학 장르와 설교
성서에 관하여 어떠한 믿음을 가지고 있든지에 관계없이, 어느 누구도 성서가 문학작품(책)의 모음집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성서는 인식 가능하고 잘 보존된 고대 세계의 문학 장르들, 즉 편지, 법전, 증언기록, 예전문, 준(準)역사보도, 애가, 예언신탁 등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성서 안에 나름대로의 관점을 지닌 서로 다른 장르의 문학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과거에 많은 독자들이 성서 안에서 경험했던 혼동과 난해함, 그리고 충돌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다. 이 방식은 더 나아가 역사 속에서 성서가 끼쳤던 영향들의 다양성을 설명해줄 수 있다.
각각의 장르들이 지닌 성격, 의도, 관심, 사고체제를 규정하는 작업을 통해, 성서 저자들의 목소리를 새로이 듣고 또한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응답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설교자가 성서의 문학 양식을 신중히 고려하여야 할 이유와 필요는 단순히 본문의 문학양식적 특징을 소개한다던가 아니면 창의성 없이 해당 양식을 흉내내는 것을 목적하기 때문이 아니다. 성실한 설교자는 본문의 문학 양식은 본문 해석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관점을 제공함을 잘 이해한다. 그는 복음서의 비유 이해를 위해 서신서에 나타나는 사도 바울의 경고성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둘은 내용도 크게 다르지만 문학 양식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2. 성서 문학 장르의 특징
성서를 구성하는 문학 장르는 보다 더 복잡하고 다분히 복합적인 수사적 기능을 수반한다. 하나의 비유는 독자에게 시편이 가지지 못한 역량을 발휘하고 반대의 경우로서 하나의 시편은 비유로는 표현할 수 없는 농축된 메시지를 도출시킨다. 설교자는 다양한 형태별 장르에 따르는 가능한 의미들을 이해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열정을 통해 그가 무엇을 증거해야 할지를 확신하게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