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예배 중에 설교본문을 읽었지만 설교자가 설교 중 본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예배 중에 함께 읽은 설교본문 말씀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설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종종 목격된다.
청중들과의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성경 텍스트를 멀리하는 설교의 형태가 한국 강단 가운데 있다.
본문에 기반을 두지 않더라도 청중들에게 은혜를 끼치기만 하면 된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한국교회에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침례교 강단은 어떠한가? 침례교회는 성경을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따라야 할 가장 높은 권위로 인정한다.
한국 최초의 침례교 선교사 펜윅은 성경을 강조하는 선교 원칙이 있었고 설교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했다. 침례교회는 성경에 근거한 신앙을 지키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침례교회(local baptist church)의 강단에서 얼마나 성경본문에 충실한 말씀 선포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만약 현장의 침례교회 설교가 성경본문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략 세 가지 주된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성경이 오늘날 신자들도 여전히 따라야 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교 중 설교자의 신앙과 신학이 표현된다. 따라서 설교자의 성경관은 설교 중에 직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성경 말씀이 현대의 신자의 삶을 인도하는데 적실(relevance)하다는 확신이 부족하면 설교 중 본문 말씀 보다는 다른 자료를 더욱 의지하게 된다.
둘째, 성경적 설교는 현대 청중에게 새로움이나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경에 충실한 강해설교는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의 설교로는 바람직하지만 권위적이고 경직되어 감동을 주지 못하고 무미건조한 설교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셋째, 본문에 충실한 설교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와 숙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에 충실한 설교를 하고자 하는 바람은 있지만 실제로 본문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숙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 강단에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텍스트 본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소중한 텍스트는 수 천 년의 시간을 견뎌내고, 끊임없이 사람들의 마음에 진리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런 텍스트 안에 내재한 힘을 설교자들이 주목해야 한다.” 설교자는 전달기술이나 소통 방법론을 통하여 설교를 다양화하고 청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텍스트 밖에서 전달 방법과 감동을 찾는 데 힘써 왔다면 이제는 성경본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동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발상이 필요하다. 지금은 성경적 새로움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성경 외 다른 곳에서 창조적이고 새로움을 찾아 왔다면 이제는 좀 더 성경적으로 설교하므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보다 성경적인 새로움과 감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떠한가? 그렇다면 이러한 성경적 새로움을 본문에서 찾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과 현장의 필요 가운데 발전되는 설교방법론이 있다.
지금 미주의 복음주의 교회들도 세속화의 도전에 바로 대응하고 교회의 영적 갱신을 위하여 보다 견고한 설교철학과 체계화된 설교방법이 필요하다. 미남침례교단(SBC)을 중심으로 보다 성경에 충실한 설교를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본문이 이끄는 설교(Text-driven Preaching, TDP)이다. 본문이 이끄는 설교는 본문의 메시지(the message of the text)와 본문의 의사전달 효과(the effect of text’s communication)도 현대설교에 충실히 반영하려는 설교이다. 성경 안의 메시지와 성경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전달 효과를 반영하려는 보다 성경적인 설교를 추구한다.
이러한 설교를 통하여 처음 성경 말씀을 접했을 때의 느낌과 감동을 현대의 청중들도 느낄 수 있도록 힘쓰는 설교이다. 하지만 본문이 이끄는 설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문의 메시지와 본문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의사전달 효과도 분석할 수 있는 포괄적인 성경해석 원칙과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복음주의 교회에서 많이 소개된 본문연구 방법(역사적-문학적-신학적 분석)만으로는 본문의 의사전달 효과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본 소논문은 본문이 이끄는 설교의 포괄적인 성경해석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본 연구는 먼저 본문이 이끄는 설교 특성과 성경해석원칙을 소개하고, 사우스이스턴 침례신학교 신약학 교수인 데이빗 알란 블랙(David Alan Black)의 6단계 본문 분석 방법을 비평적으로 평가하려 한다. 본문이 전달하려는 의미와 역동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7단계 본문 연구 방법(역사적 배경 분석, 문학적 배경 분석, 본문의 핵심 단어 분석, 신학적 메시지 분석, 본문의 구조 분석, 본문의 어조 분석, 본문의 소통방법 분석)을 제시하려 한다.
성경 본문 메시지와 본문의 소통방법을 현대 침례교 설교에 반영하여 보다 성경적인 다양성과 감동이 살아 있는 설교가 되도록 안내하려 한다.
II. 본문이 이끄는 설교와 성경해석학
강해설교(expository preaching)는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 받은 말씀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강해설교는 성경을 충실히 설교하려 한다. 설교자는 대언자로 말할 때 반드시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전해야 한다. 강해설교와 본문이 이끄는 설교(TDP)는 동의어라 할 수 있다.
(계속)
/임도균 교수 침신대 신학과(설교학)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설교학 박사(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