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8장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양 갈래 길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역사적으로나 신앙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내용입니다.
사무엘이 늙어서 두 아들에게 사사 직분을 맡겼는데 그들은 자기 아버지 사무엘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대가성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 했던 것입니다(8:3). 그러자 이스라엘 모든 장로가 모여서 라마에 있는 사무엘을 찾아갑니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중대한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것은 다른 나라처럼 자기들에게도 왕을 세워서 자기들을 다스리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제시한 기준은 다른 나라들 같이 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극적인 어리석고도 무지한 기준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역사를 바꿀만한 엄청난 결정인데 집단으로 몰려가 사무엘에게 간청한 이들의 요구를 사무엘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고민에 빠진 사무엘은 하나님께 기도합니다(8:21). 그들이 왕을 요구하며 제시한 기준이 5절에 잘 기록되어 있는데 “모든 나라와 같이”라는 것입니다(20절). 그들이 제시한 기준이 고작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믿음으로 살지 않는 나라였다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만일 누군가를 본받거나 닮기를 원한다면 그 대상이 훌륭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7절에는 깜짝 놀라신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십니다.
“백성이 네게 한 말을 다 들으라 이는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게 바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장로들의 마음입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하나님을 믿는다 하지만 실상을 하나님을 진정으로 모시지 않았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이사야29:13).
이율배반적이고도 겉과 속이 다른 게 인간의 본 모습입니까? 죄에 빠진 인간의 연약하고 초라한 자화상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고민입니다. 언행일치가 된 신앙으로 산다는게 결코 만만치가 않음을 고백합니다. 만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믿는대로 행동하고 살 수 있다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고 주의 영광이 이 땅에 더욱 아름답게 펼쳐질 것입니다.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세속적인 다른 왕을 달라고 떼를 쓰듯 구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하나님은 “그들의 말을 들어 왕을 세우라”고 하십니다”(8:21) 이것은 그들의 요구가 옳아서가 아닙니다. 그릇된 길을 고집하는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가슴 아픈 허락이심을 봅니다.
하나님은 마음이 아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이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잠시 동안 사랑하다가 곧 싫증을 내거나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들어 등을 돌리거나 포기할 때가 있지만 하나님은 그러시지 않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왕을 구하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포기하시지도 버리시지도 않으십니다. 진정한 사랑은 끝까지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시면서까지 우리를 향한 사랑을 보여주시고 대신 죽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주님, 우리도 주님의 마음을 품고 그 사랑을 힘입어 아름답게 사랑하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시옵소서.
/ 김형윤 목사 서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