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작은 교회든 큰 교회든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다섯 시에 기도회를 인도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교회 규모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열시에 목회자 회의, 심방전도 나가고, 방문자 영접하고, 상담하고, 설교 준비하다가 늦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일과에서 해방된다. 일과를 마쳤다고는 해도 신자의 요청이 있으면 밤중에라도 뛰어나가야 한다.
직장인들 역시 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정한 시간에 퇴근한다. 특히, 기관의 장은 그 기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책임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 보다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한다.
어떤 교육기관에서, 한 괴한이 여자화장실에 침입해서 혼자 들어간 여학생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 비명 소리에 놀라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이 일로 몇 선생이 봉기해서, 교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할 의사가 없는가, 유관 직원을 징계하라, 후속 대책은 무엇인가 하며 장기간 거세게 항변했다. 학교의 장은 변명하지 않고 사과하고 보직자와 학생 대표자 연석회의를 열어 후속조치를 마련했다.
근래 회자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하면, 대통령이 평소에 출퇴근 시간을 잘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사저(私邸)를 근무지로 착각하는 것 같다. 사택(私宅)은 근무지가 아니라 살림집이다. 지나간 시대의 사대부(士大夫)는 사저에 있으면서도 낮 시간에는 내실에 가지 않고 사랑방에 머물렀으며, 인조 16년에는 암행어사로 임명 받은 관리 두 사람이 임지로 떠나기 전에 잠시 사저에 들린 것이 알려져서 파직을 당한 일도 있었다(108회 참조). 지위 고하간에 직장인은 공무로 출타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일 년 내 종일 집무실에 머문다.
대통령도 한 사람의 공복이므로 다른 직장인들처럼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해야 한다. 그는 집무실에 나가서 보고 받고, 확인하고, 회의 주제하고, 면담하고, 결재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분석해서 대처해야 한다. 전화나 인터넷은 만남이 불가능할 때 잠시 이용하는 간이(簡易) 의사소통 수단이지 사람이 대면해서 할 일을 대신 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처럼 대통령으로서의 품위에 맞는 처신과 일과와 임무를 안내하는 소위 “오리엔테이션” 같은 것을 제도화하든지, 혹은 강화해야 하겠다.
우리나라 전 대통령 한 분은 안면 치료를 받으면서 잠시라도 국정에서 멀어지는 것을 피하려고 마취 없이 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미국의 부시 1세 대통령은 재직 시 한 중학교를 방문해서 학생들과 대담하는 중에 세계무역회관 피격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잠시 동안 지체했는데, 그 7분을 지체한 것 때문에 바보 멍청이라는 질책을 받았다. 어느 나라든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므로 임기 동안에는 밤이나 낮이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차제에, 목회자도, 들고 남을 분명히 하고 사사로운 일로 빈번히 목회지를 떠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주의 종 이전에 한 사람의 공복이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