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언자가 필요했는가?
하나님께서는 선택한 백성이 한 지역에 정착하고 사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하란을 떠나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세겜 모레 상수리나무 숲에 얼마동안 머물다가 벧엘로 갔고, 벧엘에 흉년이 들자 애굽으로 갔다가 다시 헤브론 마므레 상수리나무 수풀로 돌아왔다(창23:19).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너와 네 자손”의 땅으로 약속 받은 가나안은 무주공산이 아니라, 토착민들이 대대로 자기들의 신 바알을 섬기며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명하셨다. 이주민의 입장에서는 토착민의 종교와 문화를 수용하면 삶이 용이하려니와 정착지의 신을 배격하면 고립과 박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선민 이스라엘 백성에게 예언자가 필요했던 것은 백성들이 이방 세계에서 유일하신 여호와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가르치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예언자의 역할을 위탁하셨다. “그는[아브라함] 선지자라”(창20:7). 또한, 하나님께서는 구변이 부족하다고 변명하는 모세를 꾸짖으시면서 아론을 대언자로 세우면 “그가 너를 대신하여 백성에게 말 할 것이니 그는 네 입을 대신할 것이요 너는 그에게 하나님 같이 되리라”고 하시면서 대언자로서의 예언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셨다(출 4:16).
예언자는 누구인가?
예언자(나비)는 하나님께 받은 말씀(다바르)을 백성들에게 선포하는 사람이다. 예언자는 장래 일을 점치듯 알아맞히는 주술인(呪術人)이 아니라, 장래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예언자에게는 시대를 통찰하는 선견지명이 필요했다.
제사장(코헨)은 아론의 후손들이 세습적으로 대를 이었으나(신33:8-10), 예언자에게는 세습제도가 없었고 본인이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었고 일정한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예언자는 교육이나 가문이나 경력이나 성장과정에 대한 검증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예언자는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고 하나님께 받은 말씀을 가지고 백성 앞에 나가서 외치는 사람일 뿐이었다.
사무엘과 아모스도 처음에는 단순히 ‘선견자’로 불리었고(삼상9:18), 다윗시대의 예언자 갓 역시 처음에는 ‘선견자’로 기록되었으나(삼하24:11), 엘리야는 ‘이쉬 엘로힘,’ 즉 ‘하나님의 사람’으로 호칭이 격상됐다.
‘나비’는 하나님의 ‘다바르’를 선포하는 ‘이쉬 엘로힘’이다. 그러나 시대를 통찰하는 선견지명 없이는 하나님의 ‘다바르’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