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교인의 신앙적 정체성-4

  • 등록 2017.04.21 12: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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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교회 전통에서는 교회를 “(예정받고) 택함받은 자들의 공동체라고 정의하는데, 문제는 누가 예정받고 택함받은 자인가하는 점이다. 에베소서 1:3~7에서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라는 말씀이 칼빈주의자들에 의해 자주 인용되곤 한다. 개혁교회에서는 성도들의 어린 자녀들도 예정받고 택함받은 자들로 간주해 그들에게 유아세례를 베풀고,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을 때 입교의 과정을 거쳐서 교회로 영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유아세례나 입교라는 말이 사용된 적이 없다.


개혁교회에서는 심지어 장차 믿게 될 자들도 예정받고 택함받은 자들로 여겨서 교회로 간주하기도 한다. 필자는 한국크리스천신문”(114, 2015. 10. 29.)에 어느 칼빈주의자 논설위원장이 쓴 다음과 같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Q&A 란에서 어떤 성도가 이런 질문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교회에 가는데, 교회란 무엇인가요?” 논설위원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교회의 근본적인 의미는 창세 전 그리스도를 통해서 믿기로 작정된 모든 자들이예요. 이것은 과거, 현재, 미래 전체를 포함하는 의미로서 선택받은 모든 자들을 가리켜요. , 이미 구원받은 자들, 현재 구원받고 신앙생활을 하는 자들, 앞으로 믿게 될 자들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지요.(중략)” “앞으로 믿게 될 자들은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 있으니 여전히 불신자들이요 죄인들이다. 불신자들과 죄인들은 신약성서적인 교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바로 앞에서 인용했던 에베소서 1장의 말씀에서 1절과 2절에 의하면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신실한 자들에게 편지하면서 이들이 예정받고 택함받은 자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신자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해 자신들이 예정받았고 택함받았다고 고백하는 것이지, 아직 예수를 믿지 않은 갓난아기나 어린 아이, 그리고 아직 예수를 믿지 않고 있는 불신자까지를 예정받았고 택함받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구원받지 못한 전도대상자일 뿐이다.

따라서 교회를 택함받은 자들의 공동체라고 정의하면 교회의 개념이 모호해져 버린다. 침례를 통해서 자신의 신앙을 분명하게 고백한 예수 믿은 신자들의 공동체가 신약성서가 말하는 참 교회이다.


요한복음 9장에는 날 때부터 맹인된 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님이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는 순종해 그의 밝은 눈으로 만물을 보게 되는 기적을 체험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 예수님이 그를 찾아오셔서 물으셨다: “네가 인자를 믿느냐?” 그가 대답하기를 주여, 그가 누구시오니이까? 내가 믿고자 하나이다”(9:36)라고 말했다. 이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를 보았거니와 지금 너와 말하는 자가 그이니라.” 그러자 비로소 맹인이었다가 보게 된 사람이 주여, 내가 믿나이다”(9:38)라고 고백했다.


그의 진술 내가 믿고자 하나이다는 신앙고백이 아니다. “주여, 내가 믿으려고 합니다, 내가 믿겠습니다, 내가 믿고 싶습니다라는 진술은 마음의 문이 열려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직 믿음의 결단을 하지는 않은 상태다. 아직은 불신의 상태요 죄인인 상태요 죄사함받거나 구원받은 상태가 아니다. “내가 믿나이다라는 진술이 신앙고백이다. “내가 믿습니다, 내가 믿었습니다, 내가 믿고 있습니다라는 진술은 믿음의 결단을 한 상태인 것이다. 침례교인들은 내가 믿고자 하나이다라고 진술하는 사람을 교회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러한 진술을 하는 사람에게 침례를 베풀지 않는다. “주여, 내가 믿나이다라고 고백하는 신자에게 침례를 베풀며, 그러한 고백을 침례라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신자를 교회로 받아들인다.


가시적 교회와 비가시적 교회 개념에서 말하는 교회는 택함 받은 자들의 공동체라는 개념이 강하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택함받은 자들이라는 말인가? 지역교회와 우주적 교회 개념에서는 예수 믿은 자들, 즉 신앙고백을 분명히 한 자들이 택함을 받았다고 고백할 수 있다. 신자들은 택함받은 자들이지만, 택함받은 자들이 모두 신자들인 것은 아니다. 위의 Q&A에서 봤던 것처럼 교회를 택함받은 자들의 공동체라고 정의할 때, “장차 택함받을 자들까지도 교회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교회를 이렇게 정의하니까 갓난아기나 어린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베푸는 것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 김승진 침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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