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한 몸”은 교회, 특히 우주적 교회를 의미한다. 죄인이 교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회개하고 예수를 믿어야 한다. 그것을 “다 한 성령으로 침례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죄인들이 예수를 진정으로 믿는 순간 “‘풍덩’ 하고 성령의 강물 속으로 빠져서” 교회가 된다는 것이다. 고린도전서 12장에서 말하는 “성령침례”는 방언이나 진동이나 뒤로 넘어짐 등 어떤 육체적 체험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죄인이 회개하고 예수를 믿어서 교회(한 몸)가 된다는 사실을 “성령으로 침례를 받았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남침례교 신앙고백인 “침례교인의 신앙과 메시지(2000년판)”에서 “성령침례”라는 개념과 관련해 오순절 성령신학을 단호하게 배격하는 내용의 문장을 첨가했다: “그 분(성령-필자 주)은 중생의 순간에 신자 각자를 그리스도의 몸(교회-필자 주) 속으로 침례(성령침례-필자 주)를 베푸신다” 남침례교인들의 2000년판 신앙고백에서는 어떤 죄인이 예수님을 진정으로 믿는 순간에 그 분의 피의 능력으로 죄사함 받고 거듭나는 것(중생)이며, 거듭나는 순간에 그 신자는 성령을 받게 되어 우주적 교회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성령침례를 받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 오순절 신앙이 주장하는 후속교리나 제2의 축복교리를 단호히 배격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사도행전 1:4~5에서, “사도와 함께 모이사 그들에게 분부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 요한은 물로 침례를 베풀었으나 너희는 몇 날이 못 되어 성령으로 침례를 받으리라 하셨느니라”고 예언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요한복음 14:26에서,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고 예언하셨다(사도 요한이 성령강림에 관해 예언하신 말씀: 요 14:16-17; 15:26; 16:7; 16:3; 20:22-23).
이러한 예언들이 성취된 내용이 사도행전 2:1~4에 기록되어 있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그들이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성령이다. “성령으로 침례를 받으리라”-오순절 날 성령받게 될 것에 대한 예언이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마찬가지로 제자들이 오순절 날 받게 될 성령이다.
사도행전 2:1~4에서는 성령침례를 받았다는 말씀이 없다.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다”(행 2:4)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필자는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면 “성령으로 침례를 받으리라”(행 1:5)는 말씀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사도행전 2:4의 말씀에서 “성령을 받되”라는 구절을 삽입해서 “그들이 다 (성령을 받되)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라고 이해하면 그 뜻이 분명해진다. 다시 말해서 오순절 날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는 성령을 받은 것과 성령의 충만함을 받은 것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따라서 “성령으로 침례를 받으리라”는 예언은 “성령을 받았다”는 말씀으로 성취된 것이다. 성령을 받고 동시에 성령의 충만함을 받은 상태에서 제자들은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였다.” “성령으로 침례를 받으리라”라는 예언은 성령의 충만함을 받을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요 다른 언어들로 말할 것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을 받을 것을 의미하는 예언이었던 것이다. 요한복음 14의 “보혜사 성령”에 관한 예언과 사도행전 1:5의 “성령으로 침례를 받으리라”는 예언은 동일한 것이며, 그 예언이 사도행전 2장에서 제자들이 성령을 받음으로써 성취가 된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예수를 진정으로 믿으면 죄사함과 구원을 받는 것이고 동시에 “성령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을 받는 동시에 “성령으로 침례를 받아” 교회(한 몸, 우주적 교회라고 해석할 수 있다-필자 주)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성령을 받는 순간 하나님의 소유권의 표시인 “성령의 인침”을 받게 되는 것이고, 계속적으로 신자의 마음 속에 “성령은 내주하신다.” 결국 “성령을 받는다, 성령침례를 받는다, 성령의 인침을 받는다, 성령이 내주하신다”는 말은 예수를 진정으로 믿을 때 신자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영적 체험과 내적 변화를 설명하는 표현인 것이다.
세계적인 침례교 부흥사인 빌리 그래함 목사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수년 동안 성경을 연구해 본 결과, 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에 오직 한번 성령침례가 있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심(개종)의 순간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성령과 관련해 남아있는 한 가지 명령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5:18)는 명령이다. “성령충만”이란 성령님에 의해 지배되거나 통치되는 상태인데, 이를 달리 표현하면 “내가 나의 주인이 아니라 성령님이 나의 주인이 되시는 상태”이다. 그렇게 되려면 내 마음의 보좌를 온전히 성령님께 내어드려야 한다.
성령충만할 때 성령의 권능을 힘입게 되어 능력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게 되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기도할 수 있게 되고, 예수님의 새 계명 즉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몸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되고, 불신자를 대할 때 불쌍히 여기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생겨 전도하게 되고, 역경 속에서도 성령님의 도우심을 힘입어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오순절 계통에서는 성령을 단순히 능력이나 영향력 혹은 적극적인 가능성 등 비인격적인 힘인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성령님은 인격이심과 동시에 신성을 가지신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침례교인의 신앙과 메시지(2000)에서는 “성령은 완전한 신성을 가지신 하나님의 영이시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오순절 목사들의 설교를 듣다 보면, 성령침례라는 말과 성령충만이라는 말을 상호 혼용하는 경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이 두 가지 용어를 분명히 구별해 사용해야 한다. “성령침례”는 예수 믿는 순간 성령의 강물 속으로 풍덩 빠져서 교회가 되는 것을 의미하고, “성령충만”은 계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성령님이 신자들의 마음 속에서 주인이 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침례교인들은 성령침례를 받으려고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이미 예수 믿는 순간 성령을 받았고 성령침례를 받은 것이다), 성령충만 받기를 사모하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침례교회에서는 “성령침례”를 받은 신자에게 “물침례”를 베풀어서 교회의 회원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성화를 이루기 위하여 “성령충만”을 받도록 노력하고 몸부림쳐야 하는 것이다.
11. 영혼구원과 선교
침례교인들은 “전도하고 선교하는 사람들”이다. 침례교인들은 영혼구원(전도)과 선교를 지역교회와 신자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우선적이고 긴박한 사명이라고 믿는다. 예수님도 이 땅에 오신 가장 우선적인 목적을 이렇게 단순하게 말씀하셨다: “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눅19:10). 사실 16세기 주류종교개혁가들(관료후원적 종교개혁가들)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운동으로 로마가톨릭 교회를 개혁하면서 유럽 내에서 일정한 세력과 영역을 확보하게 됐는데, 그것을 지키고 확산시키고 그리고 프로테스탄트 신학체계를 형성하는 일에만 주력하였지 유럽 밖의 잃어버려진 영혼들에 대한 선교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의 지상명령(마 28:19~20)은 1세기 사도시대에 이미 성취된 것으로 여겼다.
프로테스탄트들에 의한 세계선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792년에 영국 침례교 목사 윌리암 캐리에 의해 최초의 개신교 해외선교단체인 “침례교선교협회”가 결성되면서부터였다. 그는 같은 해 봄에 “질문서”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은 “근대선교운동의 대헌장”이 됐다. 윌리암 캐리에게는 “근대선교운동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게 됐고, 실제로 그는 1793년초에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캘커트 지역으로 가서 일평생 선교사역에 주력했다.
그의 선교활동이 영국과 미국 등에 알려지면서 각 교단에서는 많은 해외선교단체들이 만들어졌고, 미국에서는 “해외선교를 주목적으로 한” 최초의 침례교 전국총회인 일반선교총회가 1814년에 결성됐다. 윌리암 캐리의 선교활동은 19세기를 “프로테스탄트 세계선교를 위한 위대한 세기”가 되게 했다.
윌리암 캐리는 1792년 봄에 침례교지방회 예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위대한 일들을 기대하라, 하나님을 위하여 위대한 일들을 시도하라”는 주제로 설교한 적이 있다. 또한 1834년에 독일 땅에 최초의 침례교회를 세웠고 스위스와 네델란드 등 유럽의 인근 국가들에 복음을 증거하고 침례교회를 세웠던 요한 게르하르드 옹켄은 “침례교인은 누구나 선교사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침례교인들의 성경귀절”이라는 말이 있는데, 요한복음 3:16과 마태복음 28:18~20을 가리킨다. 침례교인들은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예수님의 유언(지상명령)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누구든지 예수를 믿기만 하면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요 나의 주님”으로 믿는 침례교인들은 잃어버려진 영혼들을 주님께로 인도하여 영생을 얻도록 하는 사역을 가장 시급한 급선무라고 여긴다.
근대선교운동의 문을 열었던 윌리암 캐리와 요한 게르하르트 옹켄같은 신앙의 사람들을 신앙적인 선배로 모시고 있는 침례교인들은 전도와 선교를 향한 열정으로 충만하여 영혼구원과 선교를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 또한 침례교인들은 지역교회가 행하는 전도와 선교도 중요시해야 하지만, 지방회나 총회 차원에서 지역교회들이 협동함으로 대규모적인 하나님의 영적 비즈니스를 행하는 사람들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에 속한 침례교회들도 예산의 약 10% 정도씩을 자발적으로 총회로 보내어, 협동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선교, 국내교회개척, 신학교육, 구제 등의 사역을 총회적인 차원에서 힘있게 감당할 수 있어야 하겠다.
김승진 교수 / 침신대 명예교수 예사침례교회 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