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목회자 독서의 신학적 이해
지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특히 뛰어난 영적 지도자는 지식과 품성, 비전에 있어서 남다른 사람으로, 그들은 대부분 책의 사람들이다. 지도자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특히 진리를 탐구하고 전하는 목회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세상에서 목회자만큼 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책과 함께 해야 할 사명이 있는 사람들도 드물다. 왜냐하면 목회자는 성경책을 사랑하는 책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창조주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신앙 체계이다.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계시 종교로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가르침 위에 세워진다. 성경은 하나님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성령님에 대해, 교회에 대해, 그리고 기독교의 신앙 내용과 행습에 대한 진리를 가르쳐준다. 그러므로 성경 없는 기독교 신앙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독교는 책의 종교이다.
‘책’을 뜻하는 그리스어 비블리온(biblion)은 ‘파피루스’라는 뜻을 지닌 비블로스(biblos)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성서라는 ‘바이블(bible)’이 이 말에서 생겼다. 이처럼 성경을 바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영적 지도자가 목회자이다. 그러므로 목회자 독서의 신학적 이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목회자 독서의 성경적 배경과 목회자 독서의 성경읽기 원리를 알아봐야 한다.
1. 목회자 독서의 성경적 배경
성경은 신학을 위한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영적인 삶을 위한 지침이요 윤리의 근간이며, 인간의 역사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에 대한 증거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경건한 마음으로 읽고,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하며, 성경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실천해야 한다. 인간은 캐묻기 좋아하는 존재, 늘 사물의 안쪽으로 파고들어가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좋아하는 존재다. 닫혀 있고 무언가로 싸여 있는 상자를 보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어떤 내용물이 들어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고, 내용물을 꺼내면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미세한 입자까지 열어 보고 싶어 한다.
이렇게 호기심으로 가득한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진리를 선포하는 목회자가 됐다. 만약 하나님의 말씀이 진리이고 순전하다면, 만약 모든 말씀이 성도들에게 양식이 된다면, 모든 말씀은 반드시 선포돼야 한다. 말씀 선포는 한 개인의 삶과 생명을 살리고, 가정을 살리고, 민족을 살리기 때문이다.
세상을 운행하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까지도 주관하시는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것과 모든 말씀을 전할 것, 그리고 굶어 죽어가는 영혼들을 먹일 수 있는 유일한 양식인 하나님의 진리를 전할 것을 명하신다. 성경은 정확무오하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다. 또한 모든 말씀은 순전하며 진리다. 기독교 전통에서 말하는 진리는 ‘타당한’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성육신이다. 지식이 추구하는 ‘말씀’은 언어적 구성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구체적인 육신을 가지는 실재다. 기독교 전통에 따르면, 진리는 인격적 술어, 즉 자신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말씀하신 분의 술어로 구현되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먹은 대로의 사람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육체적일 뿐만 아니라 영적인 면에서도 사실이다. 사람은 떡으로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마 4:4).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살리는 능력이 있다.
책의 세계에서 성경과 필적할 수 있는 다른 책들은 없다. 이런 면에서 성경은 유일한 책이다. 또 영원한 책이다. 성경은 그 자체로 모순이 결코 없다. 성경은 편집이나 개정이 전혀 필요 없다. 성경은 완전하다(시 19:7). 다른 모든 것은 사라질지언정 하나님의 말씀은 그대로 남아 있다(사 40:7~8). 성경은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다. 목회자는 성경이 생명의 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킨(Charles Kean)은 “성경은 교회의 생명책”이라고 말했다. 성경이 구원에 대한 지식에서 교회의 원전이기 때문에 성경은 또한 생활을 위한 교회의 지침서이며 교회운명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성경말씀에 따라 살면 다방면에서 지혜가 생기고 복된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능력이 있다. 천지를 창조하실 때 하나님은 말씀으로 창조하셨다(창1:3). 하나님께서 빛이 있으라 하시면 빛이 생겼다. 무에서 유로의 창조가 말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은 운동력이 있다(히4:12). 종이에 인쇄된 글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문화된 옛 문서가 아니다. 단순히 과거의 일들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지금도 살아 역사하는 산 말씀(living words)이다. 지금도 성경을 펼치면 말씀이 살아 나온다. 지금도 말씀을 믿고 붙잡는 사람에게 능력으로 임한다. 지금도 하나님의 말씀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역사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듣고 믿는 자 가운데서 역사하는 힘이 나타난다(살전 2:13). 성경은 하나님의 계획과 인류 구원의 길을 나타내주는 하나님의 계시이다. 성경은 영감 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정확무오하다. 성경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도구이다. 성경은 교회 회원들을 책임성 있는 교인들로 만드는 데 있어 근본적인 도구이다. 성경의 권위에 대한 인식과 강조 없이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할 수 없으며, 성경의 권위보다도 세속적인 이론이나 철학을 붙잡고 있는 기독교 목회는 온전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성경보다 더 위대한 말씀은 없고, 성경보다 더 능력 있는 말씀은 없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성경말씀에 사로잡혀 살아야 한다.
목회자는 “말씀”의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모든 진리가 하나님의 것이며, 그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화됐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기록된 말씀을 진리를 보존하는 수단으로 삼으셨으며, 그것을 만인의 손에 들려주셨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이 기록된 말씀을 읽고 순종하기를 기대하셨다. 그러나 언제나 순종하지 못하는 나약함이 문제다. 성경만큼 보편적이고 영원한 책은 없다. 성경의 진리는 기록될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살아서 역사한다. 아울러 성경은 삶의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 성경의 진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지침이자 구원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세상에 아무리 많은 진리가 있다고 해도 성경의 진리에 비춰 보면 그것들은 보잘 것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최
호준 목사 / 삼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