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나님나라 관점
성경은 하나님의 이야기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건설되는 과정의 이야기다. 성경을 읽고 공부하듯이 통독하기보다는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거대한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성경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되고 시공간을 초월한 영적 만남을 체험할 수 있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는 창조-타락-구원-완성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것은 점진적으로 이 세상 속에 완성된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이어지는 성경이야기는 방대하지만, 네 가지 핵심 틀을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것은 창조-타락-구원-완성이다. 이런 기본적인 핵심 내용은 하나님 나라와 언약과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목회자는 성경읽기의 한 방법으로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성경을 읽어야 한다. 성경을 읽어나가면 하나님의 나라와 구원과 언약에 대한 내용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성경이야기 속에 담긴 하나님의 메시지다. 하나님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이다.
사람들은 성경을 가리켜 ‘가장 좋은 책’ 또는 ‘책 중의 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의 ‘특별한 책’이나 ‘책 중의 책’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그저 사람이 쓴 책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책 정도가 아니라 유일무이한 특별한 책이기 때문이다. 곧 성경은 비록 사람들이 기록하기는 했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런 점에서 성경은 다른 인간적인 책들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독특한 책이다. 이렇게 구별되는 독특한 책인 성경 속에서 하나님 나라는 성경의 중심 주제이다. 그래서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 하나님 나라의 중심에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성경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라면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중심 주제는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첫 말씀도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 하신 것이다. 자신이 이 땅에 오심이 하나님 나라 때문임을 분명하게 선포한 것이다. 성경에서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본적이고 아주 중요한 개념은 하나님의 통치이다. 하나님의 주권이고 하나님의 다스림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주제로 처음부터 충만한 책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대할 때에는 하나님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성경 속에서 구원의 관점에만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 물론 성경 속에서 구원에 관한 것은 아무리 지나치게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것을 소홀히 취급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영적 통치권 그리고 윤리적인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을 대할 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주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 안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으면 상대방의 말이 안 들린다. 대화에서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이다. 성경을 읽을 때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정도에 따라 성경이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한다. 좋은 성경읽기는 순수한 마음으로 성경 자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 기울이며 읽는 것이다. 성경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주님을 닮는 것이다. 주님처럼 되고 주님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품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 성경을 읽는 것이다. 한편 예수님과 사복음서 저자들은 하나님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왕이신 하나님이 세상에 결정적인 방법으로 임하셔서 어둠의 나라를 몰아내고 하나님의 백성을 그들의 굴레에서 해방시키셨다고 말하였다.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킨다.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은 언제나 만왕의 왕이자 만주의 주이시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스리신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인간의 타락 이후로 하나님의 통치는 무시당해 왔으며, 성경은 이 나라가 회복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무엇보다도 예수의 사역에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이 독특함을 발견한다. 하나님 나라는 시작됐지만, 완성된 것은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임해 있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예수는 이러한 현실을 하나님 나라의 신비라고 표현하시는데, 전에 숨겨졌던 것이 이제 드러났다는 의미다. 한편 하나님 나라는 21세기 현대에도 여전히 신비롭고 귀한 말씀이자 지금도 변함없이 선포돼야 할 말씀이다.
믿음의 사람들과 목회자들이 성경을 읽는 목적은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하나님이 계시하신 원리를 찾아서 배우고, 그것을 역사와 체험을 통해 해석하여 삶에 적용하고, 구원받고 변화 받아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이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시대적으로 언제나 쓰이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성경의 목적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세상은 하나님의 나라와 정반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하나님을 거부하며 자기의 소견대로 살아간다. 육신을 입은 인간은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룰 수 없다. 성령이 충만하면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전히 인간이 주인이 되는 세상의 나라를 꿈꾸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성경을 읽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운동력이 있어서 영과 혼과 골수를 쪼개고 사람을 온전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 성경은 세상적인 첨가제가 전혀 없는 순수한 유기농과 같다. 그러기에 영혼을 살리는 길은 순수한 말씀을 가까이하는 것뿐이다.
하나님 나라라는 성경의 관념은 구약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서, 자신을 사람들에게 계시하셨고 또한 인류를 위해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계시며 이스라엘을 통해서 그 목적을 이루고자 하시는 영원하시며 살아계신 한 분 하나님이 계시다는 그런 확신에 근거를 두는 것이다. 이런 하나님 나라에 대해 성경은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다. 그 나라는 현재 실재하는 것이요(마 12:28), 그러면서도 미래의 축복이다(고전 15:50). 그 나라는 오직 거듭남으로써만 체험(요 3:3)할 수 있는 내적인 영적 구속적 축복(롬 14:17)이면서도 또한 세상 나라들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계 11:15). 그 나라는 사람들이 지금 들어가는 하나의 영역(마 21:31)이면서도, 동시에 그것은 그들이 미래에 들어가게 될 영역이기도 하다(마 8:11). 그 나라는 하나님이 미래에 베풀어 주실 하나님의 선물(눅 12:32)인 동시에 현재에 받아 누리는 선물이기도 한 것이다(막 10:15). 하나님 나라는 이토록 신비하고 거대하다. 구원 받은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복된 진리의 말씀이다.
하나님 나라는 성경의 최대 주제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의 최대 주제도 하나님 나라다. 하나님 나라는 생명의 나라요, 자유의 나라요, 해방의 나라다. 하나님 나라는 전인적이고 총체적이고 세계적이고 우주적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하나님의 세계 창조의 목표는 하나님나라 건설이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곳이다. 내 안에 하나님의 통치가 있다면 내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개인과 내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는 세계적이요 우주적인 지향이다. 신약성경에서만 병행구절을 포함해서 ‘하나님 나라’가 222회 나오고 ‘천국’(하늘나라)이 37회 나온다. 모두 259회가 나온다.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성경적 개념은 통치(reign)와 영역(realm)의 두 가지 의미를 다 포함하고 있다. 주기도문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나라(basileia tou theou)의 임재를 간구(마 6:10)할 때, 그것의 의미는 하나님의 통치(Herrschaft Gottes) 즉 다스림을 의미한다(cf. 눅 19:12, 15; 요 18:36; 마 10:15). 그러나 하나님의 통치가 추상적으로 이 땅에 임할 수는 없다. 하나님의 다스림이 임하면 반드시 그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바로 이 나타난 결과로 형성된 질서의 세계가 바로 왕국(Basileia)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