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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쓰는 사모행전

남현자 사모 / 목산문학회 전 회장

얼마 전 바닷가 산동네를 28년째 섬기는 목사님의 기사를 봤다. 교인은 20명도 채 안되고 동네가 가난하니 교회도 가난하고 목회자도 가난하지만 예수는 머리 둘 곳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으니 목회자의 가난은 숙명이라면서 “성경은 구약에선 고아와 과부 그리고 나그네를 돌보라고 했으니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다 죽으려합니다”고 말했다. 달동네 현장 사역자의 소명감에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걷힌 6월의 푸른 하늘의 흰 구름을 보는 듯 마음이 상쾌해졌다.


“과부”란 단어에서 가끔 신학대 후배 모 사모가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원대한 목회의 비전으로 서울의 한가운데서 꿈을 펼치다 봄 야외 예배를 드리다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심장쇼크로 남편 목사가 소천했다. 교인들과 가까운 지인들은 홀사모된 그를 위하여 걱정이 되어 잠을 못 이룰 때 모 사모는 놀랍게도 여동문회 회장직도 놀랍게도 잘 수행했고 남편의 교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했던 그 수많은 책들을 모교 도서관에 기증했다.
그뿐 아니라 어린 딸 세 명을 열심히 키워 침례교의 명문대와 유학 등을 마치고 침례교회의 사역자의 반열에 세웠고, 강남의 영어교사로 좋은 크리스천의 믿음의 본보기가 됐다.


그가 우리 여동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중에 어린 딸이 중2때 “엄마 방학에 부산에 가고 싶어요” 서울에서 부산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모 사모는 부산에 1번지 교회 대선배목사님께 편지를 썼다. 내용은 “우리아이가 부산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니 큰 교회 목사님께서 우리 딸을 부산구경도 시켜 주시고 먹고 재우고 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제는 원로 목사도 계시지만 담임목사는 기꺼이 모 과부 사모의 청대로 부산구경을 시켜주셨다.
울진에서 공비사건으로 어려운 일을 당했던 침신의 여기숙사에서 한방의 룸메이트에 관해서도 모 사모는 일화가 있다. 울진의 후배 여학생이 등록금이 없으니 여선배중에 제일 사역자리가 좋은 조건에서 일하는 침례병원 전도사의 사역을 하는 선배가 후배등록금을 보내달라고 편지 한통 보내와서 그 선배는 그 편지 한통을 받고 신학교 서무과에 전화해서 매달 사례금에서 분할로 등록금을 완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뿐 아니다. 같이 공부했던 남자동문들에게 구약 성경에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했으니 내가 오늘 어디를 가야되니 차로 나를 데려다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라 하면 그동문들은 모 과부 사모를 잘 섬겨줬다고 했다.
경상도에서 산골 농촌에서 7년 전도사로 사역을 했을 때 허름한 차를 타고 열심히 지방회의 목사님들과 동역하면서 교회를 섬기고 농촌의 어르신들을 섬기는 목회의 현장에서  귀하고 존귀한 여동문의 무언의 사역에 눈물 흘린 적도 있다.


우리 목회자의 목회의 현장에는 가난한 이웃들과 일생을 함께하는 무언의 삶이 많다. 우리의 태생이 왕궁도 아니고 처음부터 금그릇도 아닌 질그릇으로 빚어진 평민들이기 때문에 더욱 농어촌이란 글귀만 보아도 친근감이 생긴다. 한국교회의 다양한 사역들 중에 “개척”이란 사역의 단어는 몸소 겪어보지 않으면 사역의 속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초년생의 목회사역에서 ‘개척’교회 사모였던 그 여인들은 원로가 되었을 때 신체의 각 기능들은 사역의 몸부림으로 망가져서 모두 고장들이 나있어 온몸이 온전한 이들이 드물다.


속내를 모르는 이들은  목회자 사모가 치매에 걸리고 거동이 불편하고 볼품이 없어져 오히려 ‘주님께 영광이 가리지 않는가’? 싶지만 주님이 보실 때는 “나의 사랑하는 딸”이란 사역의 흔적으로 칭찬하실 것이다. 밤마다 눈물로 쓰는 사모행전을 그대들이 알 수 있을까 묻고 싶다. 사모들의 세계에서는 마음을 지우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본인의 이름 석자보다 앞세운 ‘사모님’이란 단어는 별과 같은 존재도 될 수 있지만 세상이 당해낼 수 없는 기독교인(히11:38)의 많은 사람의 몫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모들의 삶에서는 “마음이 봄이면 온 세상이 봄인 것처럼” 언제나 봄의 향기로움으로 남편 목사님와 자녀들을 가정에서 품으며 교회가 봄의 향기로 가득하도록 내조의 여왕이 돼야 한다.


인생의 무대에서 따뜻한 연기로 목회자와 교회의 공동체와 교인을 품는 배우의 참된 역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세상에 보내면서 맡게 해주신 역할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사모”라는 역할은 아무에게나 주신 소명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막중한 것이다. 사모들에게 맡기신 핵심 캐릭터는 본인들의 희로애락을 어떠한 연기로 펼쳐 나가느냐에 따라서 목회의 비전도 방향도 목회의 좋은 드라마로 끝을 맺게 될 것이다.


부흥되는 교회에는 기도의 섬김이들이 많다. 교회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기도소리가 들리는 교회마다 생명력이 쉼을 쉬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부흥하는 교회는 말없이 희생하는 사모님들의 눈물의 삶이 있음도 안다. 보이지 않게 조용히 내조하는 사랑의 뿌리를 가슴에 묻고 감사의 일념으로 교인들을 돌보는 소중한 사랑과 관심의 배려로 눈물로 쓰는 매일의 향기로운 삶의 큐티로 일상을 엮어 나간다.


요즈음 영화보기에서 1순위가 “곡성” 즉 ‘곡하는 소리’가 1순위라고 방송에서 말한다. 그 마을 이름도 전남 ‘곡성’이라는 지명이어서 그 마을이 관광지가 됐다. 왜 범죄스릴러 영화가 인기를 끌까? 그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거꾸로 돌아가는 반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동성애가 옳다고 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실 때 다스리라는 동물들이 인간과 동등이 귀함으로 대우를 받는 시대가 되었고 우리들의 상상력 기술력이 그리고 모든 지적 물적 유산들이 그리고 과학 기술들이 참혹한 파괴의 살인 기계로 변하여 파괴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세대에서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삶과 죽음일 것이다. 누구나 이땅에 태어나면 한번 떠나간다는 진리를 누구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삶이 가장 복있는 삶이란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여자로 태어나서 그 설램 속에서 가슴을 쿵쿵대며 하나님께서 쓰시는 ‘교회의 사모’라는 직책은 밤마다 울며 주님께 쓰는 편지의 사연이 길면 길수록 향기로운 사모행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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