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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있는 자연, 흠 있는 사람

비전 묵상-40

한재욱 목사
강남비전교회

“자연이라는 것은 조금씩은 불필요한 것이며 더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먼지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새 며느리가 들어와 집 안 청소를 할 때 너무 털거나 닦으면 시어머니는 그것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할 것이다. ‘애야,너무 그렇게 털면 복이 나간단다. 너무 그렇게 닦으면 애 복이 없어요.’이 세상에는 반드시 먼지와 때가 있게 마련이다.” 

이어령 저(著)  ‘ 소지향의 일본인’문학사상, 183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먼지 없는 자연이 없고, 흠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또한 아픔이 없는 아름다움, 고통 없는 무구(無垢)함은 없습니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양이 이상한 꽃 잎들을 달고 있습니다.


반대로 죽어 있는 것들, 그러니까 모조품들은 완벽하게 싱싱하고, 완벽하게 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늘 상처를 당합니다.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하기까지 합니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완벽한 것은 인형 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흥부의 속성만 가진 사람, 놀부의 속성만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 안에 흥부와 놀부가 섞여 있습니다. 굳이 가르마를 타서 색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완전한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입니다.
“제로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에나 제로를 곱하면 그 어떤 수라도 제로가 됩니다. 아무리 99가지를 잘해도 결정적인 한 가지를 못해서 제로가 되면 곱해서 제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에 대한 평가의 잣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성경의 증언처럼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도 완벽하게 결함이 없는 삶을 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존경할만한 사람에게서도 결함의 흔적들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한두 가지 결함 때문에 그의 삶의 가치 자체를 다 부정하고 제로라고 말하는 것은 참 가혹한 처사일 것입니다. 자연에는 먼지가 있고, 사람에게는 흠이 있습니다. 아량과 배려가 우리를 살립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롬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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