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되찾은 지 79주년이 되는 광복절이다. 이 날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역사적 사건에 머물지 않고, 민족의 아픔과 회복을 함께 기억하며 우리 공동체의 정체성과 미래를 성찰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특별히 한국교회와 침례교회는 광복절을 맞아 시대적 사명을 되새기며 복음의 빛으로 사회를 섬겨야 할 책임을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광복은 단지 정치적 독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불의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생명과 자유, 정의와 회복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뜻한다. 침례교회는 ‘성경적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삼는 전통 위에 서 있다. 일제 강점기의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복음의 순수성과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고 신앙 공동체를 지켜온 신앙 선배들의 믿음의 유산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특히 침례교회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시대의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고, 교단의 주요 지도자들이 옥고를 치르는 고난을 감내했다. 교단은 한때 폐쇄되고, 주요 재산이 몰수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시대가 어두울수록 교회는 더욱 빛이 돼야 한다”는 신념 아래, 흩어진 성도들과 공동체를 다시 말씀과 기도로 모으고 회복해 나갔다. 그 결과 1946년 강경 대화회와 1949년 강경총회를 통해 침례교회는 다시 일어섰고, 오늘의 한국 침례교회로 이어져 왔다. 우리는 이 숭고한 신앙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오늘에 계승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또 다른 형태의 억압과 분열, 상실의 아픔 속에 있다. 극심한 양극화, 청년 세대의 절망, 노년층의 소외, 이념과 지역 갈등의 깊은 골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는 무엇을 말하고, 어떤 책임을 감당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교회가 침묵하거나 내부 문제에만 몰두할 때,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제 교회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사랑과 정의, 회복과 화해의 메시지를 세상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우리 교단 역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정세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단지 교회 내부의 안정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들로서 세상 속에서 살아 있는 공동체로 존재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낮아지고,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정의와 자비가 흐르는 공동체를 세워갈 때, 침례교회는 이 시대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특별히 다음 세대를 위한 성경적 교육, 깊은 영성 회복, 고통받는 이웃을 향한 실천적 사랑, 그리고 삶의 회개와 갱신이 우리 사역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복음의 빛으로 이 땅을 다시 비추는 교회의 참된 모습일 것이다.
광복절을 맞아, 한국 침례교회가 민족과 역사 앞에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새로운 시대를 향한 책임을 다시 붙잡기를 바란다.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서, 이 땅의 치유와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교회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지금 이 시대에도 교회는 살아 있고, 하나님은 일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