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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3)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만 되면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있다. 명절에 시댁에 가지않겠다는 아내를 남편이 폭행해서 아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추석 연휴 뒷날엔 어느 지방법원에서만 55쌍이 이혼했다는 발표를 듣기도 했다. 이제는 유쾌해야 할 명절이 부부싸움의 원인으로, 나아가 이혼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기 만하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즐거운 명절이 되어야 하는데. 가족간 우애를 다지는 명절이 되어야 하는데. 오고가는 귀향길 고통과 가사노동에 대한 갈등, 심적, 육체적으로 참기 어려운 명절이 되어 싸움과 미움으로 유쾌하지 못한 명절을 보내는 가정들이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있는 전통적 생활들이 이런 병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남편이나 아내나 모두 자기만 아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생각들이 명절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먼저 우리 교회들과 성도들이 앞장서서 명절 문화를 바꾸어 가야 한다.

 

우선은 가사노동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가사노동의 성 차별과 불균형 때문에 가족끼리 반목하는 일이 사라지도록 해야 하고 남성들이 조금만 아내를 위로하고 도와주면 위와 같은 일들은 예방할 수 있다.

 

호주제도가 없어진 세상인데, 허례허식 측면이 강한 전통적 제사법이나 명절지내기 방법들을 고쳐가고 양성평등의 시대 조류에 맞게 여성에게 편중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유럽의 명절에는 반드시 마을이 함께 하는 축제가 있다. 평범한 시민들이 기묘한 분장을 하거나 행렬을 이루어 거리로 나간다.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 음식을 나누거나 포옹을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지극히 냉정하고 개인주의적인 서구인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거리감 없이 하루를 즐기는 것이 명절이다.

 

가까운 일본에도 명절에는 모든 지역 주민이 참가해서 벌이는 마쓰리라고 하는 축제가 있고 중국에서도 우리의 설날인 춘절이나 중추절에 용등 축제등의 마을 전체의 행사를 벌인다. 우리나라처럼 대형 방송사가 주최하고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 몇 명이 귀빈석을 지키는 전시용 축제가 아니라, 모든 지역 주민이 함께 참가해서 즐기는 축제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명절에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가 있었다. 차전놀이, 강강술래, 지신밟기, 씨름 대회, 윷놀이대회 등의 놀이는 모든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해서 즐기는 마을 전체의 축제였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마을 전체의 명절 축제를 보기가 어렵다.

 

명절이 이웃과 함께, 더불어, 모두 그렇게 지내는 축제가 아니라 이제는 가족끼리만 보내는 명절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지역 공동체 해체로 인한 소속감 결여는 사람들에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가져다주었고 전통 사회에서의 대가족 제도 역시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해체되어 가까운 이웃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산업화, 국제화의 물결을 타면서 가족공동체, 지역공동체인 고향을 떠나 도시로 떠난 도시인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해준 곳이 다행히 있다. 바로 교회이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급속히 성장했다. 지금도 해외의 한국인들은 현지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아주 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곳에서 고향과 고국을 떠난 외로움과 서러움을 이기고 더 나아가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현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아주 아름다운 일이다. 국내에서도 가족들끼리만 보내는 명절에서 이제는 교회가 앞장서서 불우한 독거노인들과 소년소녀 가장들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웃이 되어 그들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하는 명절을 보내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이제 우리 안에서도 편협한 명절 문화를 바꾸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참 대견하고 흐뭇하다.

 

지난 설날에도 아파트 경비 사무실에 음식을 가지고 내려갔던 아내가 올라와서 하는 말이 이미 많은 음식이 쌓여져 있다는 말을 듣고 아주 기분이 좋았었다. 좋은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명절에 쉬지도 못하고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우리네 이웃들이 있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외국인근로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파출소 직원들이 그렇고 아파트 경비원들이 그렇다.

 

우리의 명절이 폐쇄적인 혈연공동체에만 집착하지 않고 지역공동체로 넓혀가도록 해야 한다. 명절 연휴기간동안이라도 교회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섬김과 나눔의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친족이 모이는 날도 좋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이웃 주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를 벌이는 날로 명절의 의미를 바꾸어 가야 한다. 혈연가족에 대한 집착은 우리를 지탱해 온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 이기주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물론 가족주의 자체는 소중히 여길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역공동체를 잃은 가족주의는 폐쇄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명절을 되돌아보며 혹 마르다처럼 음식 장만하는 일로, 선물 준비하는 일로 부부간 형제간 동서간, 고부간 불편한 일이 있었다면 이제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랑으로 잘 마무리 하시기를 바란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장미꽃 한송이를 사서 금번 명절에 시댁에서 힘들었던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남편이 되어 보라. 행복은 그러한 남편에 의해 만들어 질 것이다. 자녀들은 그러한 아빠를 존경하고 기뻐할 것이다. 아내들은 오늘 남편이 좋아하는 구수한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여놓고 시댁에서 불편하게 했던 점을 사과하고 미안하다는 고백을 해 보면 어떨까? 상대가 행복을 만들어 주도록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만드는 것이 성숙이고 사랑이다.

 

땅에서 매면 하늘이 매고 땅에서 풀면 하늘이 푼다. 또한 가난한 이웃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했다면 오늘이라도 가난한 이웃을 찾아 방문하고 위로하시는 일을 하셨으면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의 의를 이루기를 바란다. 하나님께서 주신 명절...혹 마음상한 일이나 상처받은 일이 있다면 오늘 마무리를 잘 하셔서 하나님의 의를 이루어 드리는 성도들이 되기를 바란다.

 

이희범 목사

지구촌가정훈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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