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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침신대 교원 충원 불발, 대학기관인증평가 “빨간불”

피영민 총장 “제발 학교 살리는 일에 마음 모아주기를”

한국침례신학대학교(총장 피영민)의 교원 채용이 불발됐다. 교원 확보율 64%가 다가오는 대학인증평가 통과에 중요한 지표였기에 학교 측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 


한국침신대는 지난 3월 26일 학교법인 한국침례신학원이사회를 개최해 신임교원을 충원하려고 했다. 하지만 법인 이사회의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고, 결국 교육부 고시 전에 교원을 충원하려고 했던 학교 측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국침신대가 내년에 받아야 하는 대학기관인증평가에서 교원확보율은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대학기관인증평가는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이다. 이를 통과하면 5년간 매년 최대 80억 원의 국가장학금을 받게 된다. 최소금액으로 40억 원을 잡아도 5년 동안 총 200억 원의 국가장학금이 들어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지방대학들의 자조 속에서 학생 모집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이는 이사회에서도 중요하다고 인식을 하고 교원 확보율 64%를 채울 수 있도록 허가를 해줬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비정년 트랙 신임 교원들의 연봉은 3300만 원으로 많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우리 교단에서는 정기총회를 통해 겸직을 허용하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사회가 교원 모집에 비협조적인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보면 괴리가 심해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의 심폐소생 위한 노력들 
학교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안임에도 이를 둘러싸고 갖가지 음해가 난무해 학교의 실무진들은 온갖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었다. 실무진들은 평가 준비를 위해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밤낮으로 분주하게 준비하고 매진해 왔다. 여러 곳에서 컨설팅을 받아가며 학교를 살리기 위한 온갖 방안을 강구하고 노력했지만 이사회의 비협조로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평가에서 또 하나의 기준이었던 신입생 충원율을 채우기 위해 교수들도 발 벗고 나섰다. 각 교회를 돌아다니며 입시 홍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재학생 충원율도 중요하기에 학생 한 명 한 명을 성심껏 상담하며 제자들을 돌봤다. 이러한 교수들의 헌신에 학생들도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기도 모임을 갖는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학교를 살리기 위해 무릎을 꿇고 두손을 모았다. 기자를 만난 한 실무진은 이러한 하소연을 털어놓으며 제발 학교를 위해,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 침례교 공동체가 합심해서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피영민 총장 또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참담한 심정을 애써 감추며 교원 모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우리 학교의 의결기관은 법인이사회이고 총장을 위시한 모든 교직원들은 집행기관이다. 의결기관에서 의결을 해 줬기 때문에 우리가 집행을 해서 이미 총 10명의 교원을 충원(한 달 뒤에 1명이 그만 뒀기에 실제로 9명)했고, 그 다음에 7명의 교원을 확보하면 64%가 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통해 7명을 선출해 이사회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교원 임용이 네 번째로 부결된 것”이라며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 총장은 “우리는 조건부 패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교수 확보율이나 학생 충원율에서 우상향을 보이는 경우에 조건부 패스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우상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고 답답해 했다. 전언에 따르면 신임교원 채용에 비협조적인 이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피영민 총장이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인사만 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수차례, 이번 사안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책임자로서 모든 정성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신임 교원, 최선이자 최고의 인재들
현재 교수 채용 반대를 주장하는 진영의 주장은 구조조정이 먼저인데 교수를 이렇게 많이 채용하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무리한 주장에 불과했다. 현재 채용하고자 하는 교수의 담당 학과는 신학과와 기독교교육학과,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이다. 신학과는 현재 201명이 재학 중에 있으며 기독교교육학과는 81명, 상담심리학과는 122명, 사회복지학과는 132명이다. 신임교원 채용 학과에 현재 재직 중인 교수는 명예교수를 제외하고 신학과 27명, 기독교교육학과 2명, 상담심리학과 5명(이 중 1명 안식년), 사회복지학과 5명이다. 신학과가 많아 보이지만 2024~2025년 3명, 2025~2026년 3명, 2026~2027년 1명, 2028~2029년 1명, 2029~2030년 1명 이렇게 차례대로 퇴임을 맞이한다. 향후 신학과에 9명의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이다. 다른 과에서도 6명의 교수가 퇴임하게 된다. 이들은 산술적으로 모두 정년 트랙 교수로 1명이 퇴임하면 2~3명의 비정년 트랙 교수를 임용할 수 있다. 총 15명이 퇴임을 하기 때문에 30명의 비정년 트랙 교수를 임용할 수 있는 것으로 재정적인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연봉 3300만 원으로 얼마나 좋은 교수가 선임되겠느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못 박았다. 단지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과 헌신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침신대의 한 교수는 “미국의 큰 교회 부사역자 자리를 내려놓고 학교로 온 교수도 있다. 모교에서 강의하며 헌신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하나의 사연을 소개했다. 


피영민 총장은 “모두가 학교에 없어서는 안 될 너무나 귀중한 인재들”이라며 “신임 교원 그 어느 누구도 한국침신대의 교수로서 자격이 부족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피 총장은 “후보자가 전공과 얼마나 일치가 되는지 정량평가를 한 후, 면접점수를 합산해 이사회에 올리는 공정한 과정과 절차에서 선출된 이들이기에 각자 분야에서 능력 있는 교수이자 우리 교단에서는 최선의 인재들을 뽑았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이야기들, 학교의 발목 잡다
신임 교원 선출에 반대 근거 가운데 하나는 업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수업적은 여러 항목 중 하나이고, 그리고 그 업적이라는 기준을 일괄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는 항목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박사학위 논문의 우수성, 강의 경력, 연구 업적 등 여러 항목이 있는데도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구업적만을 가지고 채용여부를 채용하려고 한 것은 평가 항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이러한 과정과 절차에 대해 교무처장을 불러 질의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학생상담센터의 교원은 선발기준이 1급 상담자격증과 실제적인 상담 경력 기간을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데도 연구 업적만 보고 탈락 시킨 경우가 그 예이다. 


학생 수가 한 명인 곳도 있는데 교수를 뽑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학교 측의 설명을 들어보면 근거가 없는 잘못된 주장이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과는 이미 폐과가 결정된 곳이다. 폐과 결정 학과는 청소년학과(재학생 5명)와 실용영어학과(재학생 24명), 융합실용기악과(재학생 4명), 피아노과(재학생 3명)로 신임교수 선발에 해당 되지도 않고 신입생도 받지 않는 학과이다. 청소년학과의 경우 남은 학생들을 위해 타과 교수가 겸직을 하고 있고 다른 폐과 예정 교수들도 여러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피영민 총장은 “폐과된 교수들은 일몰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앞길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른 학과의 교수가 되도록 그동안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퇴임을 하던지 하는 것인데 그런 기회를 학교는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일몰 기간이 없이 그대로 오늘 폐과했으니까 다 나가라고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학생이 한 명 남을 때까지라도 교수는 있어야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이사회의 무더기 임기 종료
장학금이 아닌 학생들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항목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영민 총장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제화 인증과 온라인 강좌 시설을 위한 LMS를 들었다. 여기서 LMS의 경우 적어도 5억의 경비가 소요된다. 피영민 총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학교에 건물을 기증한 분에게 요청해 해당 건물을 팔고 거기서 나온 수익을 LMS 구축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이것이 실현되면 지역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수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이와 더불어 학교 홍보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교원 채용의 불발과 함께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현 이사회의 임기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될 때까지는 긴급처리권으로 의결할 수밖에 없다. 피 총장은 “긴급처리권은 법인의 존립을 위한 긴급한 사안을 의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의 존립을 위한 긴급한 사안의 범위가 협소하기에 학교를 위한 여러 일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현재 교단 총회가 새로운 이사를 파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일은 총회의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피영민 총장 “마음을 모아달라”
끝으로 피영민 총장은 “목회자들이 학교 내부 사정을 잘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잘못된 정보를 막 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잘못된 정보를 그냥 일방적으로 따르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쪽 저쪽의 말을 들어보면서 올바른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사들을 향해 피 총장은 “이사들도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겠고 정치적인 어떤 편향성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학교를 살리는 일에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학교 측은 기자가 취재하는 와중에도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해명을 해도 또 다른 주장을 가지고 나올 텐데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한숨이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희망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을 위해, 그리고 교단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목회자들이 총부리를 거두고 마음을 하나로 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대전=범영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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