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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고 결혼하세요!”

 

일전에 한 결혼정보회사가 재혼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계약 재혼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경제·가사 분담은 물론 헤어질 경우의 조건 등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단 동거부터 시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 먼저 살아보는 게 결혼관계에 성공할 확률이 높으니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많은 남녀들이 이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가입하였다고 한다. 결혼과 이혼이 흔한 시대에 살다보니 참 다양한 묘수가 등장하는 것 같다.

 

어느 부부모임을 인도하면서 결혼이란 무엇입니까?” 물었다. 그랬더니 하나님 앞에서 사랑 가운데 부부가 되는 거요” “경건한 자녀를 낳고 사랑으로 양육하는거요라는 모범 답안들이 쏟아졌다. 그때 얌전하게 생긴 한 중년 여성이 조용히 손을 들더니 생각만 해도 찌릿찌릿전기가 오듯 가슴 떨리는사랑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 그 부부는 지금도 그런 모양이네. 그런겨?” 라는 또 다른 중년 여성의 말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었다.

 

그래서일까! 이러한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고 싶어 결혼은 돈많은 다른 사람과 하고 연애를 계속하는 커플을 주인공으로 삼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영화도 있었다. 우리가 하는 결혼은 관연 미친 짓일까? 과연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결혼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예수께서 중심된 행복한 우리 집’(Jesus Home)을 세우는 첫 번째 계단: 사랑의 언약

그 동안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서 이제 계약’(contract)이란 비즈니스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서 매우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계약은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상호간에 약속을 하는 거래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혹은 어떤 사연이 있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이 깨지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결혼에 대해서도 마치 거래를 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계약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혼수물품의 가격이나 결혼식의 음식값 등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갈라서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거나 내가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되면, 그래서 내가 그 관계를 원하지 않으면 계약을 깨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제시하신 하나님의 결혼 디자인은 본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결혼은 계약이 아니라 언약’(covenant)에 의한 것이다. 이 언약은 본래 하나님과의 피의 약정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영원히 지켜야 할 끊을 수 없는 약속이다(17:9). 결혼의 언약은 단순히 사람들끼리 하는 사람 차원의 계약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도하셔서 부부로 맺어주시는 하나님과 사람 차원의 사랑의 언약이다.

 

이것이 결혼의 영성이다. 결혼은 사람이나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책임지시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와 같은, 신비로운 것이다. 이것이 분명할 때 부부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관계갈등이나 각종 문제의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언약결혼(covenant marriage)인가?

인간은 본래적으로 하나님과의 언약관계 안에서 그 존재가 확정되고 유지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결혼과 가족의 영원한 속성과 그 기초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이 언약적 관계 안에서의 끈질긴 사랑과 헌신이었다.

 

프레드 로워리(Fred Lowery)는 하나님께서 언약의 기초 위에 결혼 제도를 세우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변덕스럽고 연약한 존재이므로 아무 때나 취소하는 계약에 근거하여 가정을 세울 수 없음을 아셨다. 계약은 본래 이기적이며 불완전한 존재인 남편과 아내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과 다툼과 미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셨다.

하나님은 불가피한 상처와 분란과 어려움과 실망과 폭풍우와 생존 경쟁은 계약서를 갈가리 찢어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아셨다. 부부가 일평생 함께 하는 삶을 살려면 계약서가 아니라 한 마음과 한 뜻과 한 몸을 이루는 초자연적인 연합이 필요하다. 이런 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언약이다.”

 

인간은 저마다 자기중심적이며 가변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 사이의 계약은 본질적으로 한시적이고 조건적이다. 두 사람이 서로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하지만, 그러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상담을 하면 자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경우,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 인간관계 속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결혼이 당사자들만의 계약일 때 그 관계가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계언약은 영구적이며 무조건적이다.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 의해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부부로 맺어주시면서 이러한 언약을 맺고, 사랑과 생명을 약속하는 언약에 헌신하도록 인도하신다. 이것이 바로 성경적 결혼의 이상이요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가족관계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풍랑이나 위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말씀의 반석 위에 즐거운 우리 집을 세워야 한다(7:24~27). 그러려면 예수님이 제시하신 결혼에 대한 하나님의 본질적인 의도와 디자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각종 상담이나 가정사역을 통한 예방적·교육적 접근이 성공하려면 궁극적으로 성경적 결혼 안에 내포된 언약적 속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재성 목사 / 침신대 상담심리학과, 늘사랑교회 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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