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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정치범으로 몰릴 수 있는 나라

정교진 박사의 북한보기-11

모 일간지 군사전문기자가 한반도 전쟁시나리오에 관련된 글을 지난주에 썼다. 그는 북한의 공격 시, 대한민국의 방어 및 공격 군사장비 체계를 자세히 기술하면서 인명피해가 다른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숫자보다 훨씬 낮을 거라고 제시했다. 무조건적인 전쟁공포증, 기피증에 빠져있는 국민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자는 전쟁공포증이 북한 김정은이 ICBM을 발사하고 이후, 6차 핵실험을 해대도 방조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떤 전문가는 적은 인명피해는 괜찮은 거냐고, 생명을 경시한다고 비판했고 다른 이들은 전쟁 강박증, 전쟁 호전광이라고 거친 언사들을 쏟아냈다


국내 진보좌파 진영은 해마다 5·18 광주항쟁 및 6월 민주항쟁 등을 기념한다. 민주, 자유, 인권을 외치다 희생당한 이들을 온 국민에게 기억시킨다. 독재정권, 군사정권에 피로 맞서 이루어낸 소중한 자유임을 선포하며 승리를 자축한다. 이토록 국내에서는 자유와 인권을 외치는 자칭 민주투사들이 이상하리만치 저 북녘 땅에서 자행되는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저 북한,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 생지옥 같은 장소에 끌려가 처절한 고통을 당하며 울부짖고 있는 북녘동포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함구한다.


전쟁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희생당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할 만큼 생명존중 의식이 있다면,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정치범으로 몰려 생명이 사그라져 가는 저 북한의 참상에 대해서도 울분의 성토가 있어야 될 것이다. 이달 13일 중국 반체제 인사이자 2010년 노벨평화상 수장자인 류사오보가 사망했다. 중국정부를 향해 온몸으로 자유를 노래하며 끝까지 항거하다 결국 그는 싸늘한 시신이 됐다. 망자는 시신조차도 고향땅에 묻히지 못하고 중국당국의 강제에 의해 검푸른 바다선상에서 흔적도 없이 흩뿌려졌다. 이제 그의 부인이 류사가 요주의 인물이 됐다. 이미 남편을 대신해서 노벨상을 받으러가겠다고 한 때부터 가택연금을 당해오던 그녀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엄습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전 세계가 애도를 표하며 중국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검토 중’, ‘고심 중이라고 하다가 우리 정부는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의 영면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도 애도의 뜻을 전한다라고만 했다.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정권의 입장치고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류사오보처럼 민주투사라고 지칭할 만한 인사가 배출되지 않고 있는 북한, 하지만, 오늘도 이유를 제대로 모른 반역자로 몰려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류사오보처럼 드러내놓고 저항하지 않았음에도 정치범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북한에서 가장 큰 중대범죄는 최고존엄 모독죄이다.


여기에 저촉이 되면 누구라도 용서가 없다. 고의성이 없는 잘못일지라도 정상참작이 없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정치범 수용소로 직행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실수로 지도자 초상화를 훼손시키거나, 신문에 실린 지도자 얼굴을 구기기만해도 반역자가 되고 만다(북한정치범수용소 출신의 인터뷰 내용 중). 왜냐하면 북한의 헌법이나 당규약보다 더 상위법인 10대원칙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10대원칙 중 제 3원칙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권위, 당의 권위를 절대화하며 결사옹위 해야 한다에 대한 6개의 세부조항이 있는데 그 중 제4항은 다음과 같다.


백두산절세위인들의 초상화, 석고상, 동상, 초상휘장, 영상을 모신 작품과 출판선전문, 현지교시판과 말씀 판, 영생 탑, 당의 기본 구호들을 정중히 모시고 철저히 보위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북한주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저촉된다. 미국의 대학생 오토 웜비어도 여기에 걸려 국가전복음모죄로 갖은 위협 및 공포조성에 의해 뇌 전반에 걸친 외상으로 식물인간이 돼 버렸다.

하물며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어떠랴. 실수로 인한 것일지라도 여기에 하나라도 걸린다 싶으면 바로 반역자, 정치범이 되는 것이다.


류사오보처럼 민주투사가 하나도 양산되지 않는 북한 땅에 6개의 거대한 정치범 수용소(회령, 청진, 개천, 북창, 요덕, 화성)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수용돼 있다는 현실이 정말 말이 되는가. 이곳에서 당하는 이들의 인권침해 상황은 너무나 끔찍하다. 생지옥이 따로 없으며 그곳에서 나올 희망도 꺾여 버렸다. 이 같은 참담한 북한주민들의 인권 참상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까지 부끄러운 방관자의 모습으로 서있을 것인가.

 

침례교통일리더십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

ezekiel91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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