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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다음 세대를 무너뜨렸는가?

시대를 읽는 지혜-5
임원주 목사
진리교회 협동

6월 9일부터 진행한, ‘다음세대부흥위원회’ 주관의 전국 침례교회 릴레이 기도회가 한국교계의 모 주요 언론지에 기사화됐다. 이 기사는 김인환 총회장의 발언을 빌어 “‘다음 세대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진심으로 회개하고 자복하며…아울러 다음 세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후원하며 침례교회의 미래를 바라보기를 원한다’고 취지를 밝혔다”라고 전한다.


김인환 총회장의 발언에 포함된, 지금 다음 세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통찰력과 다음 세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한다는 당위성, 그리고 간절한 소망은 전적으로 동의할만하다. 아니, 어떤 누구라도 감히 부정하지 아니할 것이다. 특히, 두 번째 문구 “우리의 모습을 진심으로 회개하고 자복하며”라는 말은 절실하게 맞는 말이다. 정확하게 맞는 말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음 세대가 무너진 중요한 원인제공자가 바로 지금 우리이고,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비록 가슴이 아프더라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진실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함 없이 철저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정말이지,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그런데 12일간에 걸쳐 진행되는, 12개 교회의 명단은 우리 교단의 대표적인 교회들인 셈인데 모범적이며 바람직한 모델일까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이름들이 포함되어 있다. 과연 그 명단을 보고 타 교단(들)은 우리 교단을 어떻게 생각할까? 침례교단은 지금까지의 과오를 바로 잡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것인지 의심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타 교단(들)의 시선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의구심이 합리적이고 정당할 때는 의식해야 한다. 올바르고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시선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하게 의식해야 마땅하다. 


교단 행사를 기획한 취지에는, 우리 교단의 지금 세대 즉, 기성세대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이나마 인정하는 발언이 담겨있다. 실패의 원인이 순간의 착오에 의한 실수라면, 눈감아주고 모른 척하고 지나가면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략의 패착이라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전술적 기량의 실패라면 그 기량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어디까지 애를 써야 할까? 애를 썼다는 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다. 이런 정도의 사고방식이라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오히려 현 세대의 얄팍한 셈법을 통해, 현 세대의 치명적 오류를 다음 세대에 억지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우리 침례교단은 어떤 유명한 신학자에 의존하지도 않고 어떤 유명한 대형교회에 의존해 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나님께 순종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목회자들과 회중들의 건강한 믿음과 생명력을 신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전략이다. 


우리 총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공지사항에 “우리 주변의 이단: 간추린 이단 & 사이비 정보”라는 페이지가 뜬다. 놀랍게도, 이단 및 사이비에 대해 우리 교단총회가 공식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이 페이지는 우리 교단의 현 상황, 실패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우리 교단이 최우선적으로 회복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총회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이단에 대한 정보는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이 페이지에 우리 교단의 ‘이단대책위원회’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표지에 해당하는 부분에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라는 이름과 나란히 ‘지구촌교회’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지구촌교회가 나쁘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이단대책위원회’라는 공식기관의 이름이 나와야 할 자리에 어째서 그 이름이 빠졌느냐는 것이다. 도대체 이 자료는 누가 만들었느냐는 의문에 앞서, 우리 총회의 이단대책위원회는 여기에 수록된 이단 정보에 대해 도대체 어떤 신학적 입장인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맨 아래에, ‘우리 주변의 이단: 간추린 이단 & 사이비 정보’에 수록된 내용의 출처를 명시한다. 이 자리에 그대로 옮겨보자. [출처: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통합) 이단대책위원회 자료,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진용식 목사) 제공자료, 현대종교 탁지원 소장 자문], 이렇게 명시돼 있다. 


우리 총회 혹은 총회 이단대책위원회는 어떤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의 이 자료에는 이미 잘 알려진 10개 교회(단체)의 이름이 명시돼 있다. 이 교회 혹은 단체가 왜 이단인지를 대단히 간략하게 정리를 했고, 각각마다 이들을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주요 교단을 표시해놨다. 그런데 어디에도 우리 교단이 이런 이단대책 활동에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그리고 이들 각 이단에 대해 우리 교단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혹은 취해야 하는지를 단 한 줄도 밝히지 않는다. 무임승차에 다름없다.


더욱 놀랍게도, 우리 총회가 1987년(77차 정기총회)에서 이단으로 결의한 베뢰아(김기동)에 대한 언급도 빠져있다. 베뢰아는 1987년 이후로 주요 개신교단에서 이단으로 정죄됐다. 어떤 교단에서도 해제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 교단은 지금의 베뢰아라면 괜찮다는 것일까? 세상에 어떤 이단사이비가 그 상태 그대로 머물러있다거나 그 이단성이 세월이 흘러가니 저절로 치유되는 그런 적은 없다. 쇠퇴하거나 번성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언제나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그렇지 않다면 사도들이 거짓 교사들에 대해 그렇게 엄혹하게 단죄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매몰차게 내치라는 식의 처방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단사이비는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나 그 공부는 거의 언제나 잘못된 방향이다. 겉으로는 건강한 교회를 표방하고 이단사이비라는 낙인을 벗겨내기 위해 자금력과 정치력을 동원하고 인맥을 구축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단성을 강화한다. 집중적으로 교리를 연구해, 자신들의 문제점을 숨길 수 있는 교묘한 표현들을 찾아낸다. 온갖 구실을 끌어모으고, 변명들을 늘어놓으면서 자기 주변을 이단소굴처럼 만든다. 과연 이러한 행태에서 벗어나는, 전혀 색다른 행동방식의 이단사이비가 존재할까?


각각의 이단에 대해 설명하는 문구에 ‘총회의 결의’라는 표현이 한 번 등장하는데, 우리 총회가 아니라 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총회라는 사실은 바로 옆의 표기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맨 아래에 표기된 ‘이단 사이비 상담 및 웹사이트’에 명시된 ‘총회 이단사이비문제 상담소’라는 기관은 웹주소가 www.pck.or.kr로 되어 있다. 우리 총회가 아닌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 총회를 구성하는 3500여 교회가 이단문제에 직면했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담기관이 하나도 없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필자가 비록 변변치 못한 목회자이긴 하지만 교단의 구성원이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들어왔던 말 가운데 하나는 침례교회는 ‘개교회주의’라는 말인데, 교단이 각 교회와 사역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느냐는 질문과 항변에 대해 주어지는 거의 유일한 답변이 바로 이 ‘개교회주의’라는 말이다. 이 ‘개교회주의’라는 말을 목회자 양성교육과 이단문제에까지 연장한다면 이러한 전략은 심각한 자기부정이며, 교회 및 교단 공동체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원리를 집단적으로 방관한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 다음 세대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그래서 총회 홈페이지에 이단사이비 정보를 게재할 정도라면, 이단문제를 교단정치의 틀로 보는 시각이 있다면, 바로 그 시각부터 바로 잡고 올바른 조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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