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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24)

조선의 “새빛” 선교사들

‘권서인(勸書人)으로 조선에 들어가라!’
미국성서공회(American Bible Society) 일본 담당 총무이자, 훗날 일본 최초의 장로교회인 요코하마 제일장로교회(요코하마시로교회)의 초대 목사로 섬기게 되는 ‘헨리 루미스’의 제안을 피터스는 받아들인다.


당시 일본의 권서인은 미국 성서 공회에 소속되어 성경이나 복음서를 전하며, 사람들에게 성경을 읽도록 돕는 사역자였다. 영어로는 Colporteur라 불리며, 이는 프랑스어 ‘col(목)’과 ‘porteur(운반한다)’에서 유래한 말로, 목이나 어깨에 봇짐을 걸고 책을 운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자로는 ‘권할 권(勸)’을 표기해, 복음을 모르는 이들에게 성경을 ‘권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한편으론 책을 팔았다고 해서 ‘매서인(賣書人)’이라고도 불렸으나, 책을 권하는 사람인 ‘권서인’으로 불리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훗날 많은 권서인들이 조선 팔도를 누비며 사역했는데, 특히 황해도 송천리(松川=소나무가 있는 냇가)에 거주하는 많은 이들에게 회심의 역사가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교회가 생겨났는데, 이 교회가 조선 최초의 교회인 ‘소래교회’다. 소래교회는 조선인이 세운 조선 최초의 교회(1883년)고, ‘새문안교회’는 외국인 선교사(언더우드)가 세운 조선 최초의 교회(1887)다.


‘한글로 신약성경을 최초로 번역한 존 로스 선교사’를 기억하는가? 존 로스 선교사에게 복음을 듣고 회심했던 서상륜이 그의 동생 서경조와 함께 세운 공동체가 소래교회이기도 하다. 현재 소래교회는 총신대 양지 캠퍼스에 복원되어 있다.


근데 지역은 ‘송천’인데, 왜 이름을 ‘소래’교회라고 했을까? ‘소래’는 한자를 순우리말로 표현한 말이다. 한자 송천의 소나무(松)의 ‘소’와 내(川)의 ‘내’(=래)를 순우리말로 표기하면 ‘소래’가 된다. 이 표기는 1919년 만세운동의 장소인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도 상통된다. 아우내는 한자로는 병천(倂川)인데 ‘아우를 병(倂)’과 ‘내 천(川)’을 순우리말로 풀어쓴 것이 ‘아우내’다.


권서인들의 활약은 이렇게 교회를 세우는 등, 조선 곳곳에 많은 영적인 열매를 맺었다. 훗날 로버트 그리어슨 캐나다 선교사는 권서인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권서인들의 사역을 들어보면 마치 사도행전의 한 장을 읽는 것 같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난하고 무지한 민족에게 성경을 팔거나 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그들의 뜨거운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평안의 복음이 준비한 것으로 신을 신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권서인들은 지게에 성경을 짊어지고 삼천리를 누볐다.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글을 가르쳐 성경을 읽게 했고, 돈이 없는 이들에게는 곡식과 생선, 의복을 성경과 바꿔주며 복음을 전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책 배달이 아니라, 영혼을 향한 믿음의 순례였다.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삶을 지배하는 시대, 정보는 넘쳐 나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공허해지고 있다. 따라서 바로 지금, AI 시대의 권서인이 필요하다. AI 권서인은 단순한 ‘디지털 복음 전달자’가 아니다. 과거 권서인들이 산과 들을 헤매며 영혼을 찾았던 것처럼, 디지털 광야 속에서 길 잃은 이들을 찾아 나서는 사역자다.


AI 권서인은 온라인 상담과 소통을 통해 지친 이들의 삶을 위로하고,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성경의 진리를 분별해 전하는 복음 해석자가 된다. 또한 영상과 글, 메타버스 등 새로운 언어로 말씀을 풀어내는 영적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과거 권서인들이 문맹을 깨쳐 성경을 읽게 했듯, 오늘의 권서인은 디지털 문맹을 극복하게 하여 세대를 말씀으로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특히 침례 교단이 감당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AI 권서인 훈련과 파송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학적 훈련(성경 해석, 전도, 설교), 디지털 역량 훈련(SNS 활용, 영상 제작, 메타버스 이해), 영적 훈련(기도와 묵상), 그리고 현장 실습(디지털 선교 및 캠프)을 포함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렇게 세워진 AI 권서인들이 각 지역과 대학, 온라인 플랫폼에 파송될 때, 한국교회는 새로운 전도의 장을 열게 될 것이다.


우리 침례 교단은 성경 중심과 자발적 헌신을 강조해 온 전통을 가진 교단이다. 이는 권서인 운동의 정신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단순한 ‘미디어 사역이나 미디어 위원회’를 넘어서, ‘AI 권서인 훈련원 설립’과 ‘권서인 파송 운동’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교회와 신학교, 그리고 관련 단체와 기업이 연합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선교 전략을 함께 실험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다.


AI와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 인간의 영혼을 살리는 힘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뿐이다. 과거 권서인의 발걸음이 한국교회의 씨앗이 되었듯, 이제 AI 권서인의 발걸음이 디지털 광야를 복음의 땅으로 바꿀 것이다.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롬10:15)”

 

예배가 없는 곳에 예배가 있게 만드는 것이 선교다. 따라서 이제 우리 침례 교단이 먼저 그 길을 내디뎌야 한다. 그럴 때, AI 권서인의 세대를 일으켜, 디지털 세상 속 수많은 영혼을 하나님의 품으로 인도하는 선교적 교단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다음에 계속)

 

백정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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