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는 지난 10월 10일 서울제일교회(김동춘 목사)에서 “한국교회의 교회력과 성례”를 주제로 10월 월례회를 열었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교회력의 본질을 돌아보며 “형식의 반복이 아닌 신앙의 시간 회복”을 강조했다.
김윤태 교수(백석대)는 ‘한국교회, 교회력 어떻게 지킬 것인가’란 제목의 발제에서 교회력을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신앙의 리듬 속에 새겨 넣는 시간의 신학”으로 정의했다. 그는 “교회가 매주 모여 예배할 뿐 아니라 성탄절, 부활절, 오순절 같은 절기를 통해 구원의 사건을 오늘의 신앙 안에서 다시 체험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회력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말씀을 구조화해 가르치는 교육의 틀”이라며 “문제는 교단마다 교회력에 대한 신학적 입장이 달라 혼란이 커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경 중심의 신앙을 해치지 않는 한 교회력은 복음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균형 잡힌 영성 형성에 필요한 영적 달력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성웅 목사(옥토 원로)는 ‘교회력과 절기를 잘 활용하는 목회’란 발제에서 46년간의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절기는 교회 사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가 절기를 활용하지 않으면 교회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루해지고, 교인들의 신앙도 활기를 잃는다”며 “계절이 바뀌면 자연이 새로워지듯, 교회력은 신앙의 계절을 열어주는 장치”라고 했다.
원 목사는 성탄절·부활절·추수감사절 등 절기를 중심으로 신앙의 감동을 되살리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대강절에는 초를 밝히며 기다림의 의미를 새기고, 성탄예배는 가족별 헌금 순서를 통해 ‘동방박사의 헌신’을 재현했다. 또 사순절은 금식과 묵상을 통해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는 영적 절제”를 실천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절기를 단순한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말씀 중심의 예배로 연결해야 한다”며 “교회력은 형식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교회를 새롭게 하는 영적 리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