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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눈빛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시작과 끝이 유난히 가까이 느껴지는 때가 이맘 때인거 같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유난히 성실하게 자기의 아픔을 공부로 승화해 주고 반듯한 교사로 근무하는 조카의 졸업식장은 모든 이에게 열매의 풍성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반면 또 다른 조카는 학창시절에는 그리 흥미를 못 느끼더니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는 다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멀리 이국까지 공부를 시작하러 갔다. 그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 녀석이 할 고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필자의 작은 아들 또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의 작은 실천을 위해 호주로 간지가 벌써 5개월이 되어간다. 내가 사는 곳과는 반대의 기후인지라 춥지는 않겠지만 어떤 날은 유난히 목소리에 외로움이 전달되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아들이 만나고 있는 시간들은 분명 가족과의 헤어짐을 값지게 하는 그 무엇을 만드는 것들 일거라는 아들이 말이 든든하게 여운으로 남는다.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이들 중에 이지선이라는 자매가 있다. 꿈 많은 대학교 때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에 화상을 입고 많은 수술을 했었을 때 그 자매가 했던 말 중에서 이런 말이 있다.

 

사고 후 화상 수술을 받고 얼굴을 둘둘 감고 있었던 붕대를 처음 풀던 날, 제 얼굴을 본 엄마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어요. 화상으로 일그러진 딸의 얼굴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서 내가 사고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한 존재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눈빛이 얼마나 그 존재에게 안정감을 주고 존엄감을 부여하는 것인지 나는 그 때 처음 알았어요. 그 눈빛을 느껴본 사람은 편해지고 너그러워지거든요.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그 이야기가 한동안 내 심장을 뻐근하게 한다. 내가 지금 나의 아들을 바라보는 눈은 어떤가? 청년실업의 아픔을 고스란히 몸으로 겪고 있는 아들에게 난 자주 충고라는 이름으로 다그친 것 같다. 장래에 한 가정을 책임 질 책임감을 알게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오래 기다려 주지 못하는 모습이 많음을 고백해 본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버지도 내가 신학을 한다는 이유로 배부르게 먹지 못할 미래를 걱정하셨고, 편히 살지 못할 것이 뻔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말씀하셨을 때가 있으셨다. 그 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셨으나 나는 그것을 받아서 낳을 만한 헤아림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이 생각이 난다.

 

나이라는 명사는 낳다라는 동사에서 왔다. 그래서 훈민정음이 창제되었을 당시에 나이낳이라는 히읗받침을 썼다고 하는데 낳다의 어근 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가 붙어서 생긴 말이 나이라고 한다. ‘나이낳다에서 유래된 사실도 놀라운데 나이의 줄임말은 더욱 놀랍다.

 

바로 이기 때문이다. ‘내가 낳은 나!’ 그것이 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마치 내가 낳은 나들이 지금의 내 뒤에 줄을 지어 서 있는 것 같다. ‘나이란 결국 지금까지 내가 낳은 날들을 숫자로 세어보는 것과 다름이 아닌 것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뒤로 줄서있는 내가 낳은 날들 중에 쉽게 태어난 내가 있을까? ‘낳는다는 건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동시에 새로운 탄생의 희열도 준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을 부대끼면서 타협하고 적응했고 현재도 여전히 적응중이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난생처음 당하는 일들은 정답 없는 문제처럼 끝도 없이 펼쳐지는데 온 힘을 다해 풀지 않으면 계속 문제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나 힘들게 먹은 나이이고 낳은 나이다. 그 나들이 모여 나는 머물고 싶지 않았던 곳에서 나이를 먹었다는 깨달음을 줬고, 내가 머무르는 곳이 어떤 곳이냐는 문제를 풀게 한다. 그건 이제 조금만 더 용기를 내면 머물고 싶은 곳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됐다는 신호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실현하는 과정이 아닐까?

 

풍랑을 꾸짖으시는 주님의 눈빛, 겟세마네 동산에서 유다의 입맞춤이 주는 신호가 무엇인 줄을 알지만 흔들리지 않았던 주님의 눈빛, 애잔해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요한에게 부탁하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만나는 곳이 교회이기를, 그래서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기를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2월에 소망해 본다.

 

윤양수 목사 /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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