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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부족함이 없다

찬송 속에 숨겨진 이야기

김남수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주일 오후에 스코틀랜드 출신 헨리 라이트(Henry Lyte) 목사는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영국 브릭스햄의 바닷가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는 지금의 산책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산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폐질환을 앓던 라이트 목사는 갯바람을 쐬면 건강이 회복될까 해서 30세였을 때, 이곳으로 옮겨와 작은 교회를 맡았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나도 그의 병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의사는 그가 영국을 떠나 따뜻한 이탈리아로 이주할 것을 권했다.


라이트 목사는 그날 오전 주일예배에서 자신과 20년 넘게 함께해온 교회에서 마지막 성찬식을 행했다. 그의 마지막 설교는 들릴 듯 말 듯 힘이 없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하나님께 항상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그분께 죽음을 맡기고 우리가 맞게 될 엄숙한 시간을 준비하기를 바랍니다”라며 설교를 마쳤을 때 모두가 진한 감동을 받았다. 예배가 끝나고 그는 20여 년간 걸어온 친숙한 바닷가에서 마지막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 오랜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이제 이탈리아에 가면 친구 한 명 없는 낯선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에게는 삶과 죽음 그 어디든지 함께 하는 친구 되신 예수님이 계신다는 것이 힘이 됐다. 브릭스햄의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라이트 목사는 하나님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는 그가 오늘 아침에 전한 마지막 설교를 떠올리며 여생을 하나님께 맡기는 간절한 기도를 종이에 적었다.
이 글이 바로 찬송 “때 저물어서 날이 어두니”(새481)이다.


이 찬송은 주님만이 인도자가 되심을 고백하며 삶의 황혼 길에 서서 주님의 동행을 간절히 구한다. 우리 주님은 세월 속에서 변하지 않으시며 우리와 동행하시는 분이다. 주님만이 마귀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주시고 보호해 주신다. 이 세상의 달려갈 길을 다가고 육신의 눈을 감을 때 빛과 생명이 되신 주님만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라이트 목사는 브릭스햄을 떠난 지 두 달이 지난 후 이탈리아에 도착하지도 못한 채 프랑스 남부에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주님을 의지하며 그의 생명까지 주님께 맡기고 있다. 이 찬송은 세상뿐만 아니라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주님의 동행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기도이다. 


우리는 양이다. 양은 제멋대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 53:6). 먹이를 쫓다보면 어느새 멀리 가게 된다. 해는 지고 겁에 질려 돌아다니다 보면 가시덤불에 찢기고 웅덩이에도 빠진다. 그 때 목자가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선다. 목자 되신 하나님은 우리와 동행하시며 용기를 주시고,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주시며, 목마른 목을 축여주신다.
우리에겐 부족함이 없다.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니더라도 우리에겐 부족함이 없다. 하나님이 평안을 주시기 때문이다.


때 저물어서 날이 어두니(새481/통531)
작사 : 헨리 라이트(Henry Francis Lyte, 1793-1847)
작곡 : 윌리엄 몽크(William Henry Monk, 1823-1889)


1. 때 저물어서 날이 어두니, 구주여 나와 함께 하소서
   내 친구 나를 위로 못할 때, 날 돕는 주여 함께 하소서
2. 내 사는 날이 속히 지나고, 이 세상 영광 빨리 지나네
   이 천지만물 모두 변하나, 변찮는 주여 함께 하소서
3. 주 홀로 마귀 물리치시니, 언제나 나와 함께 하소서
   주같이 누가 보호 하리까, 사랑의 주여 함께 하소서
4. 이 육신 쇠해 눈을 감을 때, 십자가 밝히 보여 주소서
   내 모든 슬픔 위로하시고, 생명의 주여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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