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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이창을 목사
꿈이있는교회

꿈이 아니었다. 신장에 이상이 생겼다. 몸과 다리, 발과 손, 온 몸이 커져 가고 있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쉴 수 없다. 응급차의 벨소리를 들으며 응급실에 들어 왔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현실을 받아 들이기 쉽지 않다. 많은 양의 피들이 채취되어 검사실로 옮겨져 성분별로 계산 돼 나온다. 추가 검사가 진행된다.
신속하다 계산된 결과에 따라 알 수 없는 약들이 투명한 작은 관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 온다. 몸에 나타나는 반응들이 정해진 시간이 따라 모니터링되고 의사들이 모여 치료 방향이 결정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되고 시행한다.


투석의 방향으로 결정되어 시술이 시행됐다. 배에 있는 복강이 여러 가닥의 튜브를 삽입하는 외과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는 가운데 복강에 있는 엄청난 양의 오염된 체액이 나왔다. 건강한 성인이면 복강 안에 두 말 정도 들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나는 투석을 거부했다. 인터넷을 보면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됐다. 투석을 한다하더라도 삶의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삶을 조금 연장시킬 뿐이다. 오래 살았다. 이만큼 살면 됐다고 생각했다.


예수님을 믿고 신앙고백을 했으며 교회 공동체 안에서 침례도 받았다. 신학을 배웠으며 영문학과 심리학 그리고 교육학을 공부했다. 교회를 설립하고 작은 교회를 섬기는 큰 은혜를 입었으니 잘 살았다. 요리도 잘한다. 예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엄마를 닮은 예쁜 아들과 나보다 멋진 아들이 생겼다. 자녀들은 자라서 대학생이 되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예쁜 아내도 외롭겠지만 견디면서 살 수 있는 마음이 강한 여자로 거듭난 것처럼 보인다. 나의 많은 조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슬프지만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거절했다.


의사는 단호했다.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투석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생각한 것이 있기에 거절했다. 담당 교수는 당황한 눈빛이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급히 연락이 왔다.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가 생겨서 바로 수술을 할 수 있는데 수술을 하겠느냐며 수술 동의서를 가지고 의사들이 다가왔다. 보호자와 가족들이 아무도 없었다. 외로웠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수술이 시작됐다. 외로움에서 출발한 시술은 견디기 쉽지 않았다. 크고 작은 고통이 다가왔다. 참으려 했으나 힘이 들었다.


불현듯 의사들이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통증이 오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수술을 마친 의사가 나에게 직업이 무어냐고 물었다? ‘목사’라고 대답했다. 회복실로 가는 길 위에 침대에 누워 있다. 몸은 차갑고 공기도 차다. 보호자와 가족이 수술실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나에게는 없다.


아내는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고, 아이들은 예정된 약속이 있어 집을 떠나 있다. 수술을 하게 되어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가족들은 일상을 삶을 살고 있었다. 혼자 있다. 침대에 누워서 흐느끼고 있다. 눈물이 눈에서 나온다. 조용한 울음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슬픈 울음을 멈추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어서 깊은 침묵이 시작됐다. 알 수 없는 견디기 힘든 어두움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때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창을아, 너를 사랑한다!


일곱번 들린 음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죽기 전에 그 분의 음성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해 왔었다. 음성을 들었다. 외로운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병실에 누워 있다. 힘들지만 괜찮다. 외롭지 않다. 나를 사랑한다는 그 소리가 나를 편하게 한다. 힘을 준다. 살만 하다. 투석을 받고 있다. 신장을 기증받아 이식을 해야 한다. 이제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아침 잠에서 깨어 감사하다고 그분께 말씀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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