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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쇼를 보며

 

태국에 갔을 때 호랑이 쇼를 본 적이 있다.

조련사가 호랑이에게 명령을 하고, 때로는 채찍질을 했다. 혹시나 야성이 발동하여 갑자기 어흥하고 확 덤벼들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기도 했다. 그러나 던져주는 고깃덩어리에 머리를 조아리며 덥석덥석 받아먹고,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복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면서도, 맹수가 이렇게 고분고분해지도록 훈련된 과정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짠한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쇼를 하고 있는 호랑이와, 목회자의 모습이 겹쳐지는 듯해서, 쇼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혹시 오늘날 우리 목회자의 모습은 아닐까, 아니 내 모습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바울은 로마서 첫 머리에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라고 선포하면서 시작한다. ‘벤허영화에서도 보듯이, 로마시대는 영웅이 활개 치던 시대다. 모두가 출세가도를 달리며 영웅이 되고자 한다. 그 대표적 인물이 메살라.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죽마고우인 유다 벤허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만다. 그리하여 유다 벤허는 발에 쇠고랑을 차고 전투함 밑바닥에서 노를 젓는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바울은 나는 종(노예)이다!’라고, 기죽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답잖은 권력이나 사람이나 돈이나 숫자의 노예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눈에 보이는 것과 숫자가 그 사람을 대변하고 마는 오늘날, 하나님의 종인 목회자의 모습은 어떨까? 혹시 교인 숫자 때문에 교회 재정 때문에, 우월감과 열등감의 파도를 타고 교만과 비굴이 카멜레온처럼 교차하지는 않을까? 한 점 꼬치고기 같은 사례비나, 명예와 권력 같은 고깃덩어리를 던져주는 청중들에게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양과 예의로 다듬어진 오늘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였던 침례자 요한 같은 야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나님 왕국의 드넓은 초원을 가슴에 품고 사도들이 펄펄 날던 땅 끝까지비전은 신기루가 되었을까?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뜨거운 소명의 눈물로 부르던 찬송은, 신학생 때만 부르는 교가로 맴도는 것인가? 큰 교회 대우 좋은 자리를 기웃거리며, 하나님의 종이라는 목사 명함만 넣다 뺐다하고 있지 않는지? “그럼, 이런 말하고 있는 너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데?” 등 온갖 생각이 오가며 가슴이 먹먹하다.

 

그날 -태국 호랑이쇼를 보며-라는 부제로, ‘어느 목회자라는 시를 썼다.

 

어느 목회자

자존심을 버렸다/

한 점 꼬치고기에/

세상의 고기 한 덩이에//

 

야성도 버렸다/

땅 끝까지 펼쳐진 드넓은 초원을 가슴에 품고/

소명의 산악을 날아다녀야 할/

왕 중 왕 호랑이가/

비호(飛虎)라는 이름만 명함에 박은 채/

오늘/

관광객들의 박수에 길들여져/

고분고분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를 흔들고 있다.

 

김효현 목사 / 늘푸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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