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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고백서 채택을 기다리며

서경지방회가 제안한 신앙고백서 채택 여부가 이번 115차 정기총회에 주목되고 있다. 서경지방회는 침례신문에 연속 연재하며 115차 정기총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이어지는 신앙고백서는 성경, 하나님, 인간, 구원, 교회, 사회윤리와 가정에 이르기까지 총 1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단순한 교리 요약집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침례교회가 어떠한 신앙적 입장 위에 서 있는지 밝히는 ‘교단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성경을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무오한 말씀”이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책”으로 규정한 점은, 신학적 다원주의와 상대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다시금 선포하는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인간 이해에 있어서도 창조 질서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의 선물임을 밝히고, 성별을 인간이 임의로 선택하거나 변경할 수 없음을 명시했다. 이는 젠더 이데올로기 논쟁이 심화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교회의 분명한 목소리로 읽힌다.


구원 교리에 관한 정리에 있어서도 침례교 신앙의 핵심을 충실히 담아냈다. 중생·칭의·성화·영화라는 구원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구원의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선명하게 고백한다. 마지막으로 교회론에서는 지역 교회의 자치권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연합과 협력을 통한 선교와 교육, 자선 사역의 필요성을 역설한 점은 전통적 침례교 신학과 현실적 필요가 균형 있게 맞닿아 있다.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항목 또한 주목할 만하다. 태아 생명권 보호, 성적 타락에 대한 경계, 고아·빈민·노약자에 대한 돌봄, 정의와 평화 추구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앙이 사회 속에서 구현돼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단순히 교리의 수호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현실이다. 교단은 이미 수년간 총회 규약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해 법정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마다 파벌이 갈리고, 소송이 난무하는 풍경은 신앙고백서가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실제적 권위를 가질 수 있을지 깊은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교단을 병들게 하는 것은 교리 부재보다도 먼저, 권력 다툼과 자리 경쟁으로 점철된 현실 정치의 구습이다.


신앙고백서가 진정 살아 움직이려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란 고백이 실제 총회와 지방회 현장에서 구현돼야 한다. 지금처럼 분열과 다툼 속에서 법정으로 치닫는 교단의 모습은 “성경은 유일한 권위”라고 외치는 신앙고백조차 공허하게 만든다. 교단이 먼저 고백해야 할 것은 “우리는 파벌을 버리고, 정치싸움을 멈추겠다”는 결단이다.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신앙고백의 시작이며, 교단의 미래를 열어갈 진정한 개혁이다. 정치가 자리싸움을 위한 것이 아닌 교단의 부흥과 복음 전파를 위해 쓰임받기를 희망한다.


아직 정식으로 통과된 문서는 아니지만 신앙고백서가 종이에 적힌 선언으로 끝날지, 교단의 체질을 바꾸는 신앙의 좌표가 될지는 결국 침례교회 대의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무쪼록, 신앙고백서 채택 이전에 침례교 공동체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신앙고백서라는 공감대와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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