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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에 대한 잡다한 생각들-둘

 

일반적으로 잡초는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또 아무데서나 볼 수 있어서 귀하게 느껴지지 않고 함부로 대해도 될 것같은 마음이 든다. 질긴 생명력 하나만이 잡초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부각되어서 잡초에게는 자존심같은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읽어 주는 남자에는 자신의 문맹을 드러내는 것보다 수감생활을 택함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여자이야기가 나온다. 누가 봐도 어리석은 선택이지만 그녀는 그렇게 한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는 책을 읽어서 녹음한 테이프를 감옥에 보내줌으로 그녀만의 방식으로 자존심을 지키도록 도와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그 남자의 사랑을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배운다.

 

녹음테이프와 책을 대조해 가면서 글을 배우는 과정은 진정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녀는 삐뚤빼뚤하는 글씨로 편지를 써서 자신이 더 이상 문맹이 아님을 보여주는데도 그 남자는 여전히 테이프를 배달한다.

 

남자의 일방적인 방식은 그녀가 평생을 걸고서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 무너졌고 무너진 자존심은 절망으로 이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자발적인 감옥행은 어리석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자발적인 죽음은 소중한 자존심을 지킬 수 없어서였던 것이다.

 

그 책에서 함의하고 있는 많은 주제들이 있으나 그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녀가 그렇게 간절하게 지키고 싶고 들키고 싶지 않으며 유지하고 싶은 자존심이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부적 요인만 있는 것일까? 아니면 외부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일까?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타인의 자존심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관계를 악화시키고 점점 더 꼬이게 만드는 주범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존심 중 단연 으뜸은 인카네이션(Incarnation)이 아닐까?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서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대리자로 만물을 다스리며 관리하고 번성케 하고 풍요하게 살아야 할 인간이 스스로의 욕심에 끌려 타락함으로 밝아져야 할 눈은 흐려지고, 모든 생물에게 이름을 부여해주던 지식은 기껏 말아 올려질 무화과 나무치마를 만드는 모습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등동물과 이름 모르는 잡초같은 생명도 자기의 시간을 따라 싹을 틔우고 자라나고 열매를 통해 창조주의 위대하심을 드러내거늘 사람인 우리는 어찌하고 있는가? 그러나 그때에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을 위하여 스스로 있는 자의 자존심을 위하여 자신을 찢어 주심으로 우리를 살리신다. 우리는 그를 흠모할 만한 것도 없고 고운 모양도 없다고 볼품없다고 여겼으나 그 분은 자신을 몰라보는 무리를 불쌍히 여기시며 스스로의 구원자 되심을 이루어 가시고 완성하신다.

 

자신을 부수시면서 우리에게 읽게 해주고 싶으셨던 그 분의 자존심을 나는 읽고 있는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고 생각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가는 민심을 읽어야 하고 학생은 지문을 잘 읽어야 답이 나온다.

 

연인은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어야 싸움이 없고, 아버지는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야 멋진 아빠가 된다. 나는 하나님의 마음 중에서 어떤 부분은 읽어드리고 어떤 부분은 못 읽어 드리며 어떤 부분은 아예 읽으려 하지도 않는가? 조금 더 그 분 앞에 앉아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잡초가 지닌 생명력은 잡초의 자존심의 또 다른 몸부림이다. 자신의 자신됨을 누군가의 인정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있음으로 그것을 볼 수 있는 자들에게 그 자존심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불러주는 것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았었나 되돌아본다. 나의 행함이나 마음의 진정성을 잘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있어 촌철활인(寸鐵活人)하는 현자(賢者)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으나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오롯하게 아버지의 인도를 받는 길을 간다면 분명 그 끝자락에서 두 팔 벌리고 안아 주실 진리(眞理)의 대가(大家)이며 진리 자체(本質)이신 그 분이 계시니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잡초같은 나를 약초로 만들어 가시는 그 분을 찬양하며.

 

윤양수 목사/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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