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포럼(대표 류영모 목사)은 지난 10월 2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이원홀에서 4차 ‘나부터포럼’을 개최했다.
‘AI, 너에게 교회의 내일을 묻는다’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구요한 교수(차 의과학대학교)와 김명주 교수(AI안전연구소 소장)가 각각 발제를 맡아 한국교회가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할지를 논의했다.
류영모 목사(한소망)는 인사말에서 “나부터포럼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점으로 신앙과 사회의 접점을 찾아가려는 운동으로 시작됐다”며 “AI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한국교회가 길을 잃지 않도록 신학적 통찰과 실천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이용한 시를 통해 “AI 시대도 하나님의 때임을 우리는 믿는다. 나부터포럼이 시대를 이끄는 목소리,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요한 교수 “설교·찬양·교육, 선교 자산화해야”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구요한 교수는 ‘AI, 넌 누구니?’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소통하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다”며 마크다운 문법과 메타데이터 설계를 예로 들고, 목회·교육 현장의 자료를 AI 친화적으로 정리해둘 것을 제안했다. 구 교수는 “AI는 투자와 학습이 결합될 때 생산성이 폭발한다”며 자신이 다양한 모델을 월 구독해 실전 적용해온 사례를 소개했다. “도구를 구분해 목적에 맞게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한 그는 초심자에게는 사용성이 뛰어난 일반 챗봇을, 기획·설계에는 추론이 강한 모델을, 최신성 확보에는 검색 특화형을 조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목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태도로 ‘기록 습관’을 들었다. 설교 원고·강의 메모·사역 보고·링크·영상 등을 노트 앱에 계층 구조(제목·소제목), 태그, 키워드, 출처, 날짜 등 메타정보와 함께 축적하면 AI가 문맥을 이해해 더 정확히 돕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개인과 교회가 생산한 글, 기도문, 설교문, 대화 등 1차 자료를 스스로 보관·관리할 때 AI가 ‘우리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머니의 기도 노트를 토대로 말투와 가치를 학습시킨 챗봇, 설교 노트를 바탕으로 찬양 가사를 생성한 사례, 설교 영상을 다국어로 변환·배포하는 자동 파이프라인 등을 시연하며 “교회가 보유한 설교·찬양·교육 콘텐츠는 선교 자산”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단 자료처럼 왜곡된 정보가 대량 유통될수록 AI 결과도 왜곡될 수 있어, 교회가 정확한 글·영상·논문을 꾸준히 웹에 축적해야 한다”며 최신 정보가 필요한 경우 자체 자료 제공과 검색 결합형 도구의 병행을 권했다.
김명주 교수 “AI는 ‘미래’ 아닌 ‘현재’의 기술, 지금 배우고 대비해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명주 교수는 “AI를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하게’ 쓰는 것”이라며 기술 낙관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야 할 안전·윤리 과제를 또렷이 제시했다. 그는 의료 AI ‘왓슨’ 사례를 통해 책임 문제를 짚었다. 인간 의료진보다 오진율이 낮았어도 0은 아니었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분쟁이 뒤따랐다. 병원은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제작사도 ‘자율적 판단’ 결과를 무제한 책임지기 어려워 사업이 주춤했다는 점을 들며, 이는 자율주행차 사고와 보험 처리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입법 동향도 소개했다. 그는 EU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AI Act)’을 통과시켰고, 한국도 두 번째로 법을 마련해 실제 시행은 더 앞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법 제정 논의 기간(3~4년) 동안 기술이 ‘판단’에서 ‘생성’으로 급변해 조문이 복잡해졌고, 그에 따라 새 쟁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딥페이크’는 개인 피해를 넘어 민주주의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 대선에서 투표 직전 유포된 조작 영상이 민심에 영향을 줬고, 사후에 가짜로 드러났어도 선거는 되돌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공직선거법 개정 등 대응이 이어지지만, 선거 하루 전 ‘마지막 파급’은 여전히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일상 범죄의 양상도 달라졌다. “작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000억 원 규모였고, 올해는 1조 원대를 넘본다. 여기에 AI 음성·영상 변조가 얹히면서 피해가 더 커진다”며 ‘딸 목소리’ 위조로 합의금을 유도하는 수법 등 현실적 위협을 소개하고, 교회와 가정의 경각심을 당부했다. 동시에 그는 “AI는 약자를 돕는 ‘에이블 테크’의 가능성을 넓힌다”고 했다. 발화가 어려운 이들의 음성을 보정해 전달력을 높이는 기술, 실시간 통번역·입모양 동기화 등 선교·교육 현장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례를 들며 “기술은 분명 사람을 돕는 방향으로도 쓰일 수 있다. 그래서 더 책임 있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기술”이라며 조직과 개인이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배우고, 안전장치를 갖추며, 현장 적용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를 향해서는 무분별한 도입보다 ‘운전면허’에 해당하는 기초 교육과 부작용 학습을 병행해 ‘사람이 통제하는 구조’를 고집할 것, 저작권·표절·차별·보안·책임 귀속 등 핵심 논점을 내부 규정으로 명문화할 것, 대외 커뮤니케이션에는 딥페이크 검증 절차를 상시화할 것, 목회·교육·선교 현장에는 에이블 테크를 전략적으로 채택해 약자를 돕는 선한 혁신을 확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AI는 빨리 성공하는 것보다 ‘오래’ 가는 게 중요하다. 교회야말로 가장 잘 쓰고, 가장 길게 쓰고, 사람이 끝까지 조정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