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지역 소멸이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농어촌교회는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이것이 농어촌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농어촌교회가 무너지면, 한국교회 전체의 뿌리 또한 함께 약해진다.
농어촌교회는 지원의 대상이기 이전에 한국교회의 신앙 생태계를 떠받쳐 온 기반이다. 오늘 도시교회를 이루고 있는 많은 성도와 목회자의 신앙은 고향교회에서 시작됐다. 기도와 헌신, 공동체의 기억이 쌓인 그 자리에서 한국교회의 토대가 형성됐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교회의 미래를 논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20여 년간 이어져 온 ‘설·추석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은 단순한 명절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캠페인은 한 번의 방문을 통해 교회의 연결망을 유지하게 하고, 끊어지기 쉬운 관계의 끈을 다시 묶는 역할을 해 왔다. 농어촌교회는 한 번 문을 닫으면 다시 세우기 어렵다. 사람이 떠나고, 리더가 사라지고, 관계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관계만 살아 있다면 작은 관심과 지원도 실제적인 힘으로 이어진다.
고향교회 방문은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를 ‘돕는 교회’와 ‘도움받는 교회’로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지체임을 고백하게 한다.
현장에서 묵묵히 사역을 이어가는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이 캠페인은 현실적인 위로이기도 하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큰 것은 정서적 고립과 소진이다. 누군가 찾아와 예배에 함께하고, 안부를 묻고, 기도해 주는 일은 목회자의 사명을 다시 붙들게 하는 힘이 된다. 이는 건물이나 재정 지원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도시교회 성도들에게도 고향교회 방문은 중요한 제자훈련의 장이 된다. 신앙의 시작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교회가 자신을 키워왔음을 인정하며 겸손을 배운다. 소비 중심의 명절 문화를 사랑의 실천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게는 목회와 선교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현장으로 다가오는 통로가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절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는 구조를 넘어, 연중 연결이 이어지는 동행의 틀로 발전시켜야 한다. 참여 교회별 책임자를 세우고, 고향교회와의 매칭과 필요 조사를 체계화하며, 설·봄·추석·대림절로 이어지는 연중 리듬을 만드는 방식이 요구된다. 방문이 어려운 성도를 위한 온라인 참여 역시 정식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캠페인의 중심에는 분명한 신학적 고백이 놓여야 한다. 우리는 심고 물을 뿐이며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다. 이 운동은 동정이 아니라 형제 사랑이며, 선행이 아니라 예배의 열매다.
농어촌교회를 살린다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사랑으로 붙든다’는 말일 것이다. 거창한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자리에서, 관계를 잇고 목회자를 격려하며 교회의 뿌리를 기억하게 하는 일. 설·추석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은 바로 그 일을 해오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논한다면, 이제 이 뿌리를 다시 잇는 결단이 필요하다.


